제 일상생활 중에 제가 취미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심심하면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죠.
이름하야..
“동네 슈퍼 한 바퀴 돌기“
일주일에 2번 정도 세일하는 야채나 과일이 바뀌는 관계로 월, 수요일 위주로 슈퍼를 한번씩 돌아봐야합니다. 이때 세일하는 과일이나 야채는 심히 저렴해지니 말이죠.
이때 도는 우리 동네 슈퍼는 Hofer호퍼(독일에서는 ALDI 알디), Lidl리들입니다.
이곳들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고, 정해진 품목만 팝니다.
보통 슈퍼(Spar 슈파, Bila빌라, Merkur 메르쿠어-이곳에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있으며 그 상품들은 대부분 이름 있는 상표들도 당연히 가격도 Hofer/Lidl에 비해서 2~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에서 파는 제품보다는 이름 없는 상표들을 판매합니다.
동네 한 바퀴 돌때는 기본적으로 Hofer호퍼, Lidl 리들을 둘러보지만, 마지막에 들리는 곳은 항상 IInterspar 인터슈파입니다. 인터슈파에 가야만 내가 찾는 모든 제품들 (둥근 쌀, 참기름 등등) 구매가 가능한 곳이고, 이곳에서도 제가 빼놓지 않고 가는 코너는 50%할인코너(유통기간이 얼마 안남은 제품)로 가끔 이곳에서 대박을 만나기도 합니다.
제가 한동안 눈여겨 본 상품이 있었습니다.
파운드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틀에 들어있는 마가린 4개.
케이크도 잘 굽지 않으면서 마가린 4개를 사면 주는 케잌틀은 탐이 나는지라 오며가며 봤었습니다. 마가린 4개에 케잌틀 포함해서 4유로가 조금 안 되는 가격.
케잌틀만 사려고 해도 4유로는 훨씬 넘는데, 그렇다고 사용하지 않는 마가린을 살수도 없고..
케이크를 자주 구우시는 시어머니가 케이크를 구우실 때 칼로리 많이 나가는 버터 대신에 마가린을 사용하시는지라, 시어머니는 자주 구입하시는 것인디...
저는 케이크도 안 구워서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볼 때마다 “사? 말아?” 를 고민하게 만들던 그 마가린세트!
그것을 바로 50% 할인코너에서 만났습니다.
반값이라고 해도 2유로에 마가린 4개와 케잌틀은 훌륭한디...
가격이 얼마나 하나 세일가격표가 붙어있는 뒤쪽을 뒤집어 보니...
“와~대박! 단돈 1유로!!”
제가 엄청 싼 제품을 만나면 아주 심히 흥분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가격이 단돈 1유로니 이제는 더 이상 “사? 말아?”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죠.
사서 마가린은 안 쓴다고 해도 케잌틀만으로 본전을 뽑는 것이니 말이죠.
그래서 얼른 한 개를 집어 들기는 했는데, 그냥 돌아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돈 1유로이고, 엄마도 한 개 사다드릴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얼른 두 번째도 챙겼습니다. 아직 3~4일 유효기간이 남은 마가린은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요리나 케이크를 할 때 쓰면 될 테니 말이죠.
집에 오자마자 시어머니께 가서 마가린이 들어있는 케잌틀을 어머니 앞에 내려놨습니다.
“엄마, 이거 마가린 4개랑 케잌틀인데, 엄마는 케이크를 많이 구우시니 마가린 쓰실 거 같아서 사왔어요.”
“아직 마가린 있는데 왜 사왔어?”
“가격을 보니 안 사오면 나중에 후회할거 같아서 말이죠.”
“얼만데?”
“몇 개 안 남았는데 1유로에 팔길레 얼른 들고 왔어요.”
“그으래~”
어머니의 이 반응은 아주 만족하시다는 신호입니다.
동네 한 바퀴(쇼핑?) 돌러 갔던 며느리가 단돈 1유로에 마가린 4개에 케잌틀까지 업어왔으니 이보다 더 이쁠수는 없죠!^^
어머니 몫으로 한 통 내려놓고, 내 통에 담겨있던 마가린 4개중에 2개는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엄마는 케이크를 자주 구으시니 이것 더 쓰세요.”
“고맙다. 근디.. 니 시아빠가 나보고 뚱뚱한데 케이크 굽는다고 잔소리 하잖냐.”
내 핑계대면 아빠도 뭐라고 안 하실꺼예요.^^”
이때 고부간의 대화를 위층에서 TV보시면 흘려들으시던 시아버지 대화중에 당신이 등장하시니 한 말씀 하십니다.
“내가 뭐라고 했다고 그래?”
그래놓고 구워놓은 케이크는 혼자 다 드시면서..”
“에이~ 뭘 엄마가 다 먹어요. 아빠보다 조금 더 드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 드시지는 않네요.
그리고 아빠 배(임신 3개월짜리 배^^)도 만만치 않거든요.”
두 여자가 합동 공격을 하니 시아빠는 더 이상 말씀을 안 하십니다.
아빠가 엄마께 잔소리 하실 때는 며느리가 항상 옆에서 방어를 합니다.^^
“근데 엄마, 당신 아들이 쓸데없는 케잌틀 사왔다고 잔소리할지도 몰라요.”
“1유로 가지고 뭘 그래?”
“당신 아들은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싸다는 이유로 사는 거 싫어하잖아요.”
“자꾸 잔소리하면 날 팔아라! 내가 샀다고 해!”
아들이 잔소리는 시어머니가 방어를 해 주십니다.^^; (부자의 성격이 판박이인지라 고부가 앉아서 각자의 남편들 뒷 담화를 시작하면 꿍짝이 아주 자알 맞습니다.^^;)
며느리가 마가린을 넉넉하게 사다 들인 날 저녁.
엄마는 맛있는 블루베리 케이크를 구워서 우리 방에 가지고 오셨습니다.
주방에 안 보이던 케잌틀이 보임에도 웬일로 아무 말 안하는 남편에게 엄마가 가지고 오신 케이크를 보여주면서 선수 쳐서 한 마디 했습니다.
“봤지? 이거 내가 Spar슈파에서 마가린 4개나 들어있는 케잌틀을 단돈 1유로에 건져서 엄마 사다 드린 걸로 만드신 거야. 대단하지? 난 역시 너무 부지런하고 알뜰한 며느리야. 그치?”
“주방에 보이는 케잌틀은 뭐야?”
“그거야... 가격이 저렴하니 2개 사서 엄마 하나, 나 하나 한 거지! 내 마가린 4개중에 2개는 엄마 드렸고, 2개는 냉동실에 넣어놨는데.. 이것도 나중에 (안 쓰게 되면) 엄마 드릴거야.”
대충 이렇게 얼버무리니 남편도 더 이상 말은 안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뭐라고 한다고 해도 매번 마눌의 소리 지름 한번이면 사태는 수습이 됩니다.
“인간아~ 마눌이 단돈 1유로에 그렇게 행복해 하는데 거기에 재 뿌리고 싶냐?
그냥 냅둬! 혼자서 좋다고 떠들 때는 그냥 듣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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