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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곳에서 한 생일파티.

by 프라우지니 201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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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아주 거나하게 생일파티(?)를 했었습니다.

 

생일파티라고 해서 대단한 것 아니구요.

가족들과 점심 한 끼를 먹었습니다.

 

연초인지라 혹시나 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토요일 이였는데..

다행해도 제 실습요양원의 근무가 이날을 피해서 있는지라 가능한 일이였죠.

 

내 생일임에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며느리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내 생일이 며칠 지난 주말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오스트리아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었습니다.

 

 

 

 

며느리 생일이라고 어머니가 계산하시겠다고 하는데 말리지 않고 계산하시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와서 어머니가 계신하신 금액을 돌려드렸죠.

 

며느리의 이 한마디에 시어머니도 더 이상 안 받겠다는 말씀을 못하셨죠.^^

 

"엄마, 한국식은 생일잔치는 당사자가 돈 내는 거예요."

 

작년에는 생일음식으로 코동부르 (돈까스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에 감자튀김을 먹었었는데..

올해도 같은 메뉴를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

 

최소한 내 생일에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었음 하는 마음이 올해는 간절했던지라 올해는 며칠 전부터 부모님 포섭작전에 들어갔었습니다.

 

문제라면 내가 가고 싶은 식당은 부모님이 아주 많이 안 좋아하신다는 거죠!

 

평생을 페인트 공으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셨던 시아버지.

그리고 평생 시아버지의 작은 회사에서 보조이며 유일한 직원으로 함께 하셨던 시어머니!

 

두 분이 오래전에 한 중국식당을 페인트 칠을 하셨던 모양인데, 찌들고 찌든 중국식당의 기름 냄새 속에서 3박4일 일하신 후에 중국음식하면 그 식당의 냄새가 떠오르시는지 고개를 아주 세차게 저으십니다.^^;

 

올해 생일은 정말로 슈니츨(돈까스) 이 아닌 내가 먹고 싶은 연어초밥을 먹고 싶은디..

두 분은 "중국식당"하면 대놓고 "싫다"고 하시니!

 

"엄마, 아빠 중국 식당이고 해도 연어초밥도 있고, 태국 음식도 있고 다른 거 먹을 거 많아요."

'우리는 익히지 않은 생선은 안 먹는다. 네 시누이도 안 좋아하고.."

"시누이는 내가 물어볼게요.

글고 중국식당이라고 해도 음식이 여러 개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어요."

"..."

 

내 생일이라고 음식을 해주시겠다고 하시지만, 시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생일상을 받기는 조금 송구하고, 그렇다고 또 돈까스를 먹으러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내 생일날은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었음 하는디..

 

사실 그렇습니다.

 

제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지라, 여기서 매일 먹는 음식도 대부분 이곳 음식입니다. 밖에서 먹는 음식도, 시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도 이곳 음식인지라 먹기는 먹는디..

 

저보고 "어떤 오스트리아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온다면 딱 집어서 대답하지는 못합니다.

앞에 있으니 먹기는 하는데,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거든요.^^;

 

참 이상한 일이죠? 한국음식은 묻자마자 바로 "잡채"라고 대답을 하는데, 오스트리아 음식은 왜 대답을 못하게 되는 것인지.."그냥..다 좋아해요."이건 둘러대는 말이고, 정말로 딱 집어서 좋아하는 음식은 없습니다.^^;

 

며느리 생일이고 며느리가 내는 한 끼임에도 한사코 싫다고 하시는 시어머니가 참 많이 서운했습니다. 며느리가 먹고 싶다는 음식이 있는 중국식당 가자는 것인데, 꼭 그렇게 싫다고 표현을 하시고 싶으실까 싶어서 말이죠. 내 생일날 또 돈까스를 먹는 건 싫은디..^^;

 

 

 

 

다행스럽게도 시누이는 "연어초밥"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먹고 싶은 곳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싶어서 "중국식당"으로 정했습니다.

 

내 생일날 시부모님, 시누이와 저희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제가 미리 예약 해 놓은 식당으로 갔습니다. 시부모님은 중국식당 페인트칠을 하신후로 처음 가신 중국식당이죠.

 

시아버지는 식당에 내놓은 뷔페메뉴를 아주 골고루 가져다가 드시고, 제가 드린 연어초밥 한 조각도 맛있다고 드셨습니다. "나는 훈제오리가 젤 맛있는 거 같다."며 몇 번이나 가져다 드셔서 저를 흐뭇하게 하셨습니다.^^

 

시어머니도 이런 저런 음식을 가져다가 드셨지만, 뷔페에 가시면 "본전" 생각 안 나게 챙겨 드시는 시아버지와는 조금 다르게 몇 가지 음식만 갖다 드셨습니다.

 

저도 열심히 연어초밥과 오징어볶음 그리고 샐러드를 챙겨먹은 맛있는 생일상 이였습니다.

 

내년에도 또 가족들이 모여서 제 생일잔치를 할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지만, 하게 된다면 그때는 시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오스트리아 식당으로 가지 싶습니다. 올해는 내가 먹고싶은 곳에서 먹었으니 내년에는 양보 해 드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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