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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나를 감동시킨 파킨슨병 할머니의 선물

by 프라우지니 2015.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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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써놓고 보니...그렇습니다.

 

날 울린 것도 맞고, 파킨슨병 할머니도 맞는데, 사실 그 선물은 저에게 주신 것이 아니였거든요.

내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제가 감동해서 울었습니다.

 

제 실습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은 이동 불가능하시고, 이동이 가능하시다고 해도 옆에서 아주 많이 보조를 해야 이동이 가능하시며,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신 분도 많지 않습니다.

 

어르신 옆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 하신 어르신들인지라 항상 거리감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로가 조금씩 알아가고, 정들어 가는 뭐 그런 감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제 정신이시고, 약간의 보조만 하면 혼자서도 이동이 가능하시죠. 대부분 집에서 혼자 사시면서 집안 일도 스스로 해결하시는 분들이십니다.

이분들과는 대화도 가능합니다. 살아오신 이야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시죠!

 

저에게 감동을 주셨던 분은 바로 데이센터에서 만났던 한 어르신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오시는 분이시라 저랑은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지만, 오시면 항상 책을 많이 읽으시던 분이셨죠!

 

그 분이 하루는 뭔가를 가져오셨습니다.

항상 옆에서 챙겨주는 직원이 감사했는지, 선물이라며 직원에게 내미는 작은 선물 하나!

 

뭔가하는 호기심에 포장지를 벗기는 직원의 어깨너머로 살짝 봤습니다.

 

 

 

 

포장지 앞에 써 있는 “Danke 고마워요”라는 글을 보니 뭔가 감사하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서양인들이 선물로 주고받는 것들은 사실 한국인의 수준으로 보면 “뭐시여? 이것을 선물이라고 준겨? 주지 말던가..” 하는 종류의 선물도 종종 등장합니다.

 

내 몸 닦아 주고 하는 직원이 고맙다고 해도 거금이나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 아주 소소하거나 값싼 선물 하나로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어르신이 감사선물로 준비한 것도 작은 책 하나입니다.

책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책의 앞표지에는 할매가 직접 쓰신 감사의 글이 있었습니다.

 

“미안하게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도와준 당신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할매가 쓰신 글이 너무 감동이여서 제가 울고 말았습니다.

 

할매가 쓰신 글이 뭐가 그렇게 눈물이 나냐구요?

글의 내용 때문에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글을 쓰셨다는 그 이유 때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글을 쓰신 할매는 파킨슨병으로 몸을 떠시는 분이십니다. 식사를 하실 때도 손을 많이 떠시는 지라, 접시에서 입으로 가는 동안 음식의 반은 흘리시면서 식사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손을 심하게 떠시는 분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직접 쓰셨다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글씨 쓰기”가 절대 아닙니다. 그 짧은 글을 쓰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지라, 할매가 쓰신 그 글들은 저에게 감동이였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꼭 비쌀 필요는 없는 거 같습니다.

비싼 선물이라고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고, 정성이 담겨있는 선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렇게 눈물나는 선물을 언젠가는 받을 수 있기를 소망 해 봅니다.

물론 저 또한 어르신들을 정성을 다해서 모실(?) 생각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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