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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새로 찾아낸 남편의 약점

by 프라우지니 201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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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미처 몰랐었습니다.

 

남편이 얼마나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는지..

마눌의 건강 앞에서는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는 사실도..

 

마눌이 허리가 아프다고 냈던 병가 2주!

허리가 아프다더니만 인터넷에서 찾아낸 척추건강운동을 의사의 승인(혹은 허락)도 받지 않고는 저녁이면 한 시간이 넘도록 혼자서 낑낑거리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 요새 마눌의 일상입니다.

 

허리가 약간 불편함에도 학교도 가야하고 “방문요양실습”도 해야 하는 마눌인지라 그저 시간이 날 때 틈틈이 따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낮잠을 조금씩 자는 것과 저녁이면 혼자서 해대는 척추운동으로 나름 잘 버텨내고 있는 마눌!

 

지출에 인색한 남편이 마눌 허리가 아프다고 사무용 의자를 사줬었는데..

 

요새 마눌이 이런저런 것들을 마구 사들이고 있습니다.

“허리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말이죠!

 

 

 

 

슈퍼에 장보러 갔다가 정가보다 3유로나 할인된 가격의 조끼를 업어 왔습니다.

(이곳의 슈퍼는 식료품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팝니다. 옷도 살 수 있죠!^^)

 

왜 사왔냐는 남편의 질문에 마눌은 당당하게 대꾸를 했었습니다.

 

“나 방문요양 다니는데, 차에서 내려서 고객을 방문할 때마다 코트를 입었다 벗었다하기도 불편하고, 나랑 같이 다니는 직원은 셔츠 위에 이런 조끼를 입고 일을 하더라구. 근무 중에는 활동이 편안해야 하고 덜 추워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허리를 따뜻하게 지켜줘야 하잖아!

그래서 샀어. 앞으로 11월이면 날씨가 더 추워지고, 아직 실습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실습동안 입으려고 샀어.  나중에 뉴질랜드에 갈 때도 가져가면 유용할거 같고.^^”

 

제 직업교육이 끝나면 또 떠날 계획이 있는지라,

뉴질랜드는 항상 저희의 대화 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사왔다고 궁시렁 거리면서 “이건 내가 돈 안준다!”하는 남편의 반응이 정상인디..

남편은 마눌이 열심히 사온 이유에 대해서 수다를 떨어대도 조용합니다.

 

이렇게 조용하다는 의미는 마눌의 지출을 허용한다는 이야기인거죠!

 

물론 남편이 “이건 내가 계산 안 한다!”하면 내 돈으로 사면되는 거니, 남편의 반응이야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지만, 내 돈으로 사는 것도 한 두 마디 잔소리를 하는 남편이고, 제가 예상하는 남편의 반응이 있는지라,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조금 의아해집니다.

 

저는 이렇게 저의 실습작업복을 남편의 묵인에 가까운 승인에 힘입어서 남편에게 환불받는 “생활비 영수증 목록”에 첨부시켰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번에는 다른 슈퍼에 갔다가 허리와 배를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전기벨트(라고 해야 하나?)를 사들고 집에 왔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당신 마눌이 원래 배가 차갑잖아. 그리고 지금은 허리를 따뜻하게 해줘야 하니, 공부할 때 허리에 차고 있으려고, 이건 타이머 기능도 있어서 90분 지나면 저절로 꺼진다.”

 

요새 마눌이 허리를 앞세워서 이런 저런 것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입니다

 

20유로씩이나 하는 전기벨트를 사들고 왔음에도 이번에도 남편은 침묵으로 승인을 합니다.

마눌의 허리에 필요한 물건이라고 하니 다 용서가 되는 모양입니다.

 

마눌은 세월이 가면서 더 철이 없어지는 것인지 아님 남편을 아빠로 기능변경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시시때때로 마눌의 몸 상태와 건강에 관한 여러 가지를 신고합니다.

 

“배 아파”, “설사 했어.”,"오늘은 아랫배 좌측이 아파.“, ”팔에 멍들었어.“

”허리가 아파“, 손목이 아파.”,“입 안이 헐었어.”, “이빨이 아파”, “발가락이 아파”

 

이런저런 몸의 위치와 아픈 곳을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이 남편에게 신고하는 마눌!

반면 남편은 어디가 아파도 마눌에게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진통제를 먹을 뿐이죠!

진통제 먹는 남편을 보고서 “어디 아파?”하고 물어봐야 겨우 대답하는 남편!

 

결혼초기에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섭섭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전거 탈 때 꼭 헬멧을 쓰고 다니라는 남편의 말에 “당신은 왜 안 쓰면서 나보고 쓰라는 것이냐?”고 따졌더니만, 남편의 대답이 그랬었습니다.

 

“당신이 다치면 내가 처형들을 어떻게 봐?”

 

그때는 이 말이 아주 많이 섭섭했었습니다.

 

“살다보면 다칠 수도 있는 것이지. 내가 빌려온 물건이야?

잘 쓰다가 나중에 곱게 성한 상태로 돌려줘야 하는 거야?”

마눌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처형들에게 자신이 지켜야 하는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이때는 아주 많이 섭섭했었는데.. 지금은 자기 하나만 믿고 이 타국까지 와서 사는 마눌를 지켜주는 남편 나름의 사랑이라는 것을 압니다.

 

짠돌이 남편은 요새 허리가 불편한 마눌이 허리에 좋다고 사들고 오는 이런저런 물건에 대해서 아무런 잔소리도 없고, “이건 내가 계산 안 한다!”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눌의 허리가 빨리 건강해져서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이 지금 남편에게는 가장 중요한 모양입니다.

 

최근에 제가 찾아낸 남편의 약점은 “아내의 건강”입니다. ^^

아픈 마눌이 다시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을 사도 다 용서를 해 주는 것을 보니 말이죠.

 

요새는 부쩍 제가 결혼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보다 더 내 몸의 상태를 걱정 해 주는 남편이니 말이죠.

 

더 이상 제 허리를 미끼로 물건을 사들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일 하는 허리운동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빨리 허리 근육을 키워서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이 남편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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