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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뇌물일까 선물일까?

by 프라우지니 201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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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현금, 선물, 상품권, 식사대접 그 외 여행(을 시켜주는) 같은 것도 있고 말이죠!

 

사전에서 뇌물은 과연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살짝궁 찾아봤습니다.

 

뇌물 (賂物)【명사】 공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법을 어기고 자기를 이롭게 해 달라고 주는 돈이나 물건.

 

사전에서는 “법을 어기고 자기를 이롭게 해 달라“ 뜻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극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뇌물이 존재합니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전하는 ”촌지“도 사실은 뇌물이죠!

 

사전에는 “촌지”“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강제적으로 촌지를 제공해야 만 하는 경우, 촌지도 사전의 뜻과는 상관없이 뇌물이 맞는 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

 

오늘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작부터 사전을 들추고 난리냐구요?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이 “뇌물”에 해당하는 물건이 오가는 현장을 봤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에는 유명한 과자가 있습니다.

핑크색포장의 “Manner 마나”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웨하스”에 해당하는 종류죠! 가격도 꽤 있는 제품으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 하나로도 분류가 되는 전통 있는 상표입니다.

 

제가 데이센터에 실습을 나가면서 한쪽에 있던 커다란 네모형의 “마나” 통(가로 30x 세로 30x 높이 30)을 봤었습니다. 다 먹어서 빈통인것도 있고, 반쯤 찬 것도 있고, 아직 새것도 있고!

 

원래 아이스크림에 곁들어먹는 기존의 마나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아삭거리는 맛인지라 저도 오며가며 엄청 먹었고, 어르신들 간식시간에 한두 번 정도 식탁에 냈었는데, 지나가는 직원이 저에게 말을 했습니다.

 

“마나는 우리가 먹는 것이니 어르신들은 요양원에서 지금 되는 싸구려 과자를 줘!”

“이거 어르신용 아니었어?”

“아니야, 한 어르신의 자제분이 이 회사에 근무하는데, 가끔씩 과자를 가지고 오거든, 우리 먹으라고 가지고 오는 거야."
”난 마나도 요양원에서 제공되는 간식인줄 알았지.“

“무슨 소리? 마나가 얼마나 비싼데? 요양원에서 제공되는 과자는 한 상자에 1유로 이하의 저가야! 우리가 먹어야 하니 되도록 어르신들한테 드리지 마!”

 

 

하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직원은 하루 4시간 근무하러 오는데, 그중에 절반은 어르신들 옆에 앉아서 혹은 서서 열심히 먹는 일에만 집중하던 직원입니다.

 

9시에 출근해서는 아침 먹는 어르신들 식탁위에 차려진 빵이며, 햄, 치즈 등을 먹으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죠. 우리의 본분은 어르신들의 식사를 돕는 일이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스탠바이” 하고 있어야 함에도 그녀는 어르신들과 나란히 앉아서 아침 시간을 보내고!

 

12시 이전에 제공되는 점심시간에도 그녀는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나르는 일보다는 구석에 서서 메뉴로 나온 것을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아침과 점심을 먹고 1시에 퇴근하는 그녀!

끼니때 외에는 끊임없이 과자들을 먹어댑니다. 마치 그녀 자신의 것처럼 말이죠!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형들이 존재합니다. 누구를 위한 봉사로 하는 일이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의 입을 채우고, 돈을 벌기위해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마나를 들고 오는 자제분을 두신 K할매! 제가 좋아했던 어르신 중에 한분이십니다.

 

뭘 물어도 웃기만 하시고, 음식을 드리면 삼키지 않으시고, 입 안에 물고 있다가 나중에 뱉어내셔서 여기저기에 조금씩 버리시는 귀여운 행동을 곧잘 하셨죠!^^

 

80대 중반이신데 치매가 심하셔서 자기 의견이 없으십니다.

"오늘 메뉴가 2개 있는데, 메뉴1 드실래요?“

“응!”

“메뉴2 드실래요?”

“응!”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이 저를 부르며 한마디 합니다.

 

“K할매는 아무거나 물어도 다 그렇다고 하시니 묻지 마.

그냥 아무거나 조금 더 여유 있는(=남는) 메뉴로 들이면 돼!”

 

참 그렇습니다. 치매가 심한 어르신 같은 경우는 메뉴선택도 스스로 못 하시지 아무거나 주는 것을 드시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음식에 대한 관심도 없으신 편이라 그저 앞에 있는 것을 쳐다보시기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정신이 외출(=치매)하셨다고 해도 배는 고프실 텐데 말이죠.

 

 

 

 

매일 할매를 데이센터 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사라지던 할매의 딸(인지 며느리인지)이 데이센터 안에 들어와서 한마디를 했습니다.

 

“우리 엄마 어제 지팡이를 가지고 오지 않으셨더라고요.

혹시 데이센터 안에 있나 찾아봐주시고 챙겨서 보내주세요!”

하면서 들고 온 마나를 내밉니다.

 

헉^^; 작은 철제통 안에 작은 마나가 2개 들어있는디, 이 마나 통이 탐나서 제가 사려고 했다가 안 샀던 바로 그 마나입니다. 2유로라는 가격에 “엄청 비싸다!”고 슈퍼에서 혼자 궁시렁 댔던 제품!

 

같은 종류의 다른 상표는 4개 포장에 6~70센트 하는데 비해, 마나는 같은 포장에 거의 4배가 비싼 전통은 모르겠고, 가격은 엄청 높은 제품입니다.

 

제가 갖고 싶었던 그 통이 단체로 왔습니다. ㅋㅋㅋ

개당 2유로가 28개니 56유로나 하네요.

 

참 과한 선물입니다. 매번 이렇게 마나를 가지고 오신다니..

그것도 엄마를 부탁하는 이유라고 하니 뇌물이 맞는 거 같습니다.

 

이 마나가 온 날 직원들은 통 하나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어르신들 커피타임에 싸구려 과자랑 함께 두어 번 나왔고, 나머지는 한쪽에 잘 챙겨놨는데, 4시간 근무하면서 먹기만 하다가 가는 직원이 구석에 서서 하루에 하나씩 야금야금 먹는 걸 매일 목격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것이 뇌물이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엄마를 포함한 데이센터 어르신들 간식으로 드리라고 챙겨오는 것일 수도 있는데, 받는 사람들이 자기네 맘대로 “이건 우리 직원 먹으라고 주시는 거야! 어르신들은 싸구려 과자 드려!”로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말이죠.

 

주시는 분이 정확하게 “우리 엄마를 포함한 어르신들 간식시간에 커피 내실 때 곁들어서 내세요.” 혹은 “이건 직원들에게 드리는 것이니 함께 나눠드세요!”하고 명확히 했으면 좋았으련만..

 

제가 있는 동안에는 커피 타임 때는 마나를 마구 뜯어서 테이블 위에 놔 드렸었습니다. 싸구려보다는 당근 비싼 과자가 더 맛있는 법이고, 오스트리아 어르신들은 참 좋아하시는 과자거든요.

 

제 (시)엄마도 저녁때 TV앞에서 하루에 한 개씩 드시는 걸 즐겨하시는지라, 다른 분들도 그러지 싶은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 내 돈 주고 사먹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공짜라면 주는 대로 다 먹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고 말이죠!

 

아! 이쯤에서 제가 받아왔던 마나의 행방을 알려드려야죠!^^

저는 빈 통을 한 개 챙겨왔던지라, 안에 마나가 들어있는 통은 통째로 시엄마께 드렸습니다.

 

한국인인 제 입맛에는 심히 달고, 또 안에 크림이 겹겹이 싸인지라 보기만 해도 “와! 칼로리 엄청나겠구먼!”싶은 제품이라 말이죠. 그렇다고 시엄마가 살찌라고 드린 건 아닙니다.^^;

 

저도 저에게 고마운 분들, 혹은 제 일을 처리 해 주시는 공무원분들께 작은 선물(초콜릿, 기념품, 액세서리 같은) 을 갖다 줍니다. 때로는 이 작은 선물(=뇌물)덕에 일이 수월하게 풀린 것도 있고, 나에게 이로운 쪽으로 도와주시려고 한 적도 있었거든요.

 

외국이라고 해서 뇌물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큰 금액의 현금이나 값비싼 선물이 아닌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죠! (제가 지금까지 마음을 담은 선물을 자주 했었고, 저는 그것이 뇌물이라고 칭하기에는 터무니없는 금액인지라 선물로 칭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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