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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담은 열무김치

by 프라우지니 201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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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하느라 바쁜 시간에도 계절은 열심히 가고 있었던지라, 봄인가 싶더니만 이제는 여름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제 시아버니는 마당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과를 보내고 계시죠!

 

마당에는 여러 가지가 자라고 있지만, 그중에 제가 눈독을 들였던 것은 바로 열무!

 

 

 

 

시아버지가 키우시는 Radieschen 라디션 잎이 바로 열무입니다.^^

전에 남편이 먹지 말라는 “금지령”까지 내렸던 야채이기도 하죠!^^;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580

외국인 남편이 나에게 먹지 말라고 하는 것!

 

시아버지는 이 빨간 무를 키워서 무만 드시는지라 잎은 다 버리시죠!

사실 오스트리아의 요리에서는 조금은 거칠기도 한 라디션 잎으로 할 만한 메뉴가 없습니다.

 

슈퍼에서 파는 농약 무 잎으로도 김치를 담을 궁리를 하는 저인데, 아버지가 마당에 키우신 유기농 열무를 절대 놓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그렇게 제가 눈독을 들이던 라디션 잎을 드디어 제가 만났습니다.

 

문제는..

제가 잎을 발견한 곳이 아버지가 마당의 풀들이나 야채들을 버리는 거름통 안 이였습니다.^^;

 

버린 지 얼마 안 된지라 라디션 잎은 아직 싱싱하고, 건강에도 좋은 유기농인지라 거름통 안에 있기는 했지만 얼른 들고 주방으로 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밤에 작은 양의 열무김치를 담았습니다.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였고, 시험 공부하느라 정신도 바쁜 시기였지만, 지금 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죠!^^

 

한밤에 밀가루 풀을 쑤고, 고춧가루를 풀고, 젓갈까지 넣어서 주방에 젓갈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아주 소량의 열무김치를 담았습니다.^^

 

주방에 젓갈냄새 난다고 남편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받았지만, 구박을 하면 할수록 더 박박 대들고, 더 기새 등등한 마눌인지라 절대 기는 죽지 않습니다.^^

 

 

 

 

그렇게 담은 열무김치는 냉장고 안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고,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는 저도 잊고 있었습니다. 담아 놓은 열무김치는 시간이 조금 된지라 냉장고 안에 넣어두었음에도 적당히 쉬어있는 걸, 어제 시아버지 맛보시라고 조금 갖다드렸습니다.

 

당신이 다 갖다버린 라디션 잎이 얼마나 맛있는(겁나게 맵기도 하면서..^^;) 김치로 변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려고 말이죠!

 

시아버지의 라디션은 올해는 이미 다 드셔서 올해는 다시 유기농 열무김치를 담을 기회는 없습니다.

 

아마도 내년을 노려봐야할 거 같은데... 김치가 맛있었다면 시아버지가 내년에는 라디션을 뽑을 때마다 저에게 자진해서 라디션 잎을 주실지도... 그렇게 된다면 한밤에 시아버지가 버린 잎을 주워서 김치 담을 일은 다시는 없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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