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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열 받게 한 점수

by 프라우지니 201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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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만 아시는 일이지만, 사실 제 독일어가 직업교육을 받기에는 터무니 없는 실력입니다.^^;

 

그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문제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살아갈 정도의 서바이벌 독일어실력입니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독일어 실력으로 직업교육에 들어서서 부딪히는 모든 과목의 독일어와도 싸워야 하지만, 내 부족한 독일어를 내 수준으로 생각하고, 날 “무식한 외국인 아낙” 취급하는 우리반 사람들하고도 싸워야 해서, 요즘 저는 완전 군장을 한 전투모드입니다.

 

저녁에는 거의 자정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가끔씩 블로그에 글 쓰느라 호작질 (공부가 아닌 일은 다~ 호작질^^;)도 하지만..^^) 시험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직업교육 시작하고는 마눌이 완전 “곤수선 신경”인지라 툭하면 소리를 질러대서 남편 또한 왠만하면 마눌을 자극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눌이 열심히 하고, 점수도 잘 나오는거 보면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러워 하는거 같고 말이죠.^^

 

열심히 외워서 보는 시험은 마눌이 해야 하는 몫이지만,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레포트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도 남편은 절대로 100%도와주는 법이 없습니다. 레포트는 제가 써놓은 것을 읽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 해 주는 정도와 적절한 단어를 찾아주는 정도 (10~20%정도?)이고, 프레젠테이션 같은 경우는 제가 해 놓은 것을 약간 디자인 수정 해주는 정도입니다.

 

 

 

마눌의 작업 80%와 남편의 수정과 교정 20%을 거친 후에 제출했던 심리학 레포트가 다시 제 손에 돌아왔습니다. 놀라운 점수 1등급을 받아서 말이죠.^^

 

대학교육 4년 동안 레포트 써댄 내 실력에다가 (80%^^), 대학,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레포트 써댄 실력+ 사회생활 15년쯤? 을 더한 남편이 실력(20%)이 더 해지니 천하무적이 1등급입니다.^^

 

애초에 난 “1등급만 받을꺼야!” 뭐 이런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는 않았습니다.

마눌이 직업교육 처음 시작하면서 입에 달고 살았던 말!

 

“내가 최선을 다 했는데, 3등급이면 난 만족해!”

 

제가 하고 있는 최선이 생각외로 막강한 힘을 내고 있는 관계로..

지금까지는 1등급의 연속이였습니다.

 

여기서 잠시 등급소개를 하자면..

수,우,미,양,가로도 해석이 되며!

 

1등급은 “참 잘했어요. 니가 제일 잘 나가!”

2등급은 “잘했어요! 알지? 너보다 잘하는 사람 있다~”

3등급은 “보통이예요. 너 둔치구나?”

4등급은 "낙제는 면했네요. 너 바보냐?“

5등급은 ”낙제예요. 넌 바보야! 시험 다시 봐!“

 

이날도 심리학 레포트 1등급 받아서 기분이 무지하게 좋았는데..

엉뚱한 곳에서 2등급에 걸렸습니다.

 

시험도 없고,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는 수업이던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선생님에 내게 안겨주신 점수 2등급!!

 

수업 중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할 시간도 안 주고, 자기 말만 해대던 수다스러운 인간들은 1등급,

수업시간에 조금 조용한 인간들은 2등급!

 

물론 2등급도 나쁘지 않는 점수지만, 선생님이 점수를 주신 그 조건을 알기에 화가 났습니다.

원래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더구나 수업시간 방해하면서 떠들어댄 내 옆의 인도아낙은 1등급을 먹었습니다.

 

2등급을 먹은 사람들이 수업시간에 조용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아니고, 수업시간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현실인지라 목소리 작고, 저 같은 경우는 독일어가 조금 딸리니 선생님이 생각하실 때는 수업참여가 낮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1등급 줄줄이로 엮다가 2등급을 받으니 기분도 나빴고, 선생님이 점수를 매긴 기준도 맘에 안 들어서 쉬는 시간에 가서 따졌더랬습니다.

 

“선생님, 저 선생님이 주신 2등급이 맘에 안 드는데요. 점수 주시는 기준이 수업시간에 말 많이 하는 사람들은 1등급, 조금 조용하게 있는 사람들은 2등급을 주신거 같더라구요. 맞나요?”

“에~, 나는 여러분들을 수업 시간중에만 만나니....”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말할 때는 들어줘야 하는데, 상대방의 말까지 막아가면서 내 할 말 다하는 것이 설마 참다운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그렇죠!”

“그런데, 왜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 말할 시간 안 주고 떠들어대는 목소리 큰 사람들은 1등급이고, 조금 조용하게 있는 사람들은 2등급을 주셨나요? 조용하게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말도 맞죠, 하지만 우리는 수업시간 참여를 보고 판단을 하니..”

“물론 선생님의 기준에서 매긴 점수라고 하시지만, 저는 주신 점수가 맘에 안 든다고 정식으로 항의하는 바입니다.”

 

그 선생님이 제 항의를 받아들여서 제 점수를 교정 해 주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 많이 하는 것이 정말로 참다운 의사소통이 아니라는 건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상대방이 말할 시간을 주고, 상대방이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서양인들은 의사소통이 상대방 입을 막고 내 할 말을 다 토해내는 거라고 생각할까요?

 

수업시간을 방해해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진정한 의사소통일까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민폐인데..

 

서양인들이 말하는 “의사소통”에 대해서 한 번 생각 해 볼 시간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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