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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충돌 문화충돌

내 팁박스

by 프라우지니 201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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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남편보다 더 바쁜 마눌인지라 남편은 마눌을 부려먹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마눌이 저녁에 퇴근 혹은 하교해서 집에 오면 저녁 7시!

 

아침에 먹을 과일을 잘라두고, 남편의 다음날 간식을 준비하고 설거지 대충하고 책상에 앉는 시간은 빠르면 8시, 보통은 9시!

 

이때부터 마눌에게 필요한 공부를 조금하다 보면 벌써 자정입니다.^^;

 

하지만 주말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평소에 제대로 못잔 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9~10시경!

 

늦은 아침을 먹고, 시어머니가 해 주시는 점심을 얻어먹고 (물론 며느리는 점심 전에 주방에 가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먹고 나서도 정리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는 합니다.^^)

 

오후에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서 TV를 조금 보는가 싶으면 남편이 밷어내는 한 마디!

 

“커피가 마시고 싶다.”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눌이 남편에게 들이미는 것이 있습니다.

후다닥 남편의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꺼내서 얼른 남편 앞에 대령을 하죠!^^

 

커피 주문을 하면서 웨이츄레스(=마눌)에게 팁을 안 주면 안 되는거죠!^^

 

오스트리아 문화가 그렇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내가 주문한 음료나 음식을 갖다 주는 직원에게 팁을 줘야 하는거죠! 

 

왕 친절했다면 1~2 유로 혹은 더 큰 금액을 내기도 하지만,

안 친절해도 기본적으로 50센트는 주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타서 마시면 좋으련만, 남편은 자신의 손은 까닭 안 하는 인간형인지라, 뭐든지 마눌을 부려먹으려고 하죠!^^;

 

하지만 마눌 또한 주말에는 쉬고 싶은 일상이 피곤한 아낙인데,

남편이 해달라고 한다고 벌떡 일어나서 할 의지도 없습니다.^^;

 

특히나 재밌는 영화라도 보고 있는 중이라면, 커피 타다 달라고 겁 없이 주문하는 남편을 한 대 때리고 싶기도 합니다. 배 밖으로 나온 간을 안으로 넣어줘야 할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이럴 때 살그머니 남편의 지갑을 내밉니다.

 

커피를 타주고 받은 팁은 작을 때는 10~20센트. 보통 때는 50센트.

남편 지갑이 작은 잔돈이 없을 때는 1~2유로까지 올라갈 때도 있지만..

 

마눌은 받는 금액보다는 마눌이 뭔가를 해준 걸 고맙다고 표현하는 남편의 마음이라 생각해서 금액에 상관없이 남편이 잔돈을 쥐어주면 총알같이 주방으로 가서 맛난 카페라테를 만들어 냅니다.^^

 

 



 

마눌이 팁을 받고 만들어내는 카페라테는 카페수준의 품질과 외모를 자랑합니다.

 

더불어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작은 먹을꺼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커피를 만들어 대령할 때도 방긋 웃는 전문 직업인(=웨이츄레스)이 되죠!

 

만약 남편이 팁도 안 주면서 맨입으로 커피를 타달라고 한다면..

 

한 10번 말하면 한번은 해줄거 같기는 한데,

입을 대빨 대밀고 갖다 주면서 한마디 하겠죠!

 

“인간아! 주말에 쉬는 마눌 부려먹으면 속이 시원하냐?

왠만하면 커피는 니 손으로 타드세요!”

 

커피를 얻어먹는 남편 또한 그리 편안할거 같지는 않습니다.

 

푼돈이지만 그 돈을 받은 마눌이 신나하고, 맛있게 타서, 웃으면서 갖다 주는 커피가 더 편하고, 맛있을 거 같습니다. 그쵸?

 

제가 남편의 커피를 타주고 팁을 받는다고 하니 처음에 제 주변 아낙들은 조금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았습니다. 마눌이 남편의 커피를 타주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죠!

 

 

 

하지만 제가 사는 삶의 철학에 대해서는 호의적인거 같았습니다.

그러니 나에게서 배워가는 거겠죠!^^

 

제가 남편에게 타 낸 푼돈들은 잘 모으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금액이 커지면 그 돈으로 “우리식구 외식을 한번 할까?” 하는 생각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려면 남편의 커피 주문을 더 열심히 받아야하고,

그래도 몇 년은 모아야 할거 같기만.. 

 

한푼 두푼 쌓이는 잔돈을 보는 재미는 금액이 모아지는 동안 내내 즐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남편에게 커피 타 주면서 푼돈까지 챙기는 것이 마눌의 본분이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작은 푼돈이 마눌의 짜증을 막아주고, 즐겁게 남편을 위해서 커피를 타서 대령하고!

 

남편 또한 마눌 기분 좋게 하면서 맛있는 커피 또한 얻어 먹을 수 있는 일이라면..

 

 푼돈은 단순한 푼돈이 아니라, 부부사이의 갈등을 막고, 더 재밌게 살아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남편의 푼돈을 받으면서 즐겁게 커피를 타는 한 마눌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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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4

  • 익명 2015.06.05 04:29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15.07.11 05:00 신고

      쭈니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몇달이지나면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로 정착이 되고, 안해주면 "애정이 식었는니.."하면서 시비를 걸어댄답니다. 처음부터 못을 박으시고, 하시는모든 서비스(?)에 금액을 거시기 바랍니다.^^ 저는 보통 머리자르는데는 10유로, 그외 커피같은것은 작은 푼돈정도를 받습니다^^

  • 철목진 2015.06.05 06:05

    애시당초 처음 시작은 마눌님의 댓가 없는 서비스(유혹!!)으로 비롯했지 싶습니다.
    니 일 내 일이 확연히 구분되기 보다는 가정에서는 애매모호한 상태가 정감있고 좋아 보입니다.
    남편분께서 그 한국적 애매모호함의 맛을(사랑,헌신,댓가의 경계를 넘나듬) 알아 버렸네여.
    참 잘 했어요,,(남의 가정사에 댓글 달기가 쫌 거시기 합니다요^^)
    답글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2015.07.11 05:01 신고

      맞습니다. 철목진님의 말씀처럼 처음에는 댓가없는 서비스였는데, 자꾸만 바라는것이 많은 남편이 되어가는지라 중간에 약간의 수정을 해야함 했습니다.^^

  • 하기싫은 일이 아니라, 재미로 하는 거니 지니님도 기분 좋고, 남편분도 그런 지니님한테 좋은 커피서비스를 받으니 두 분다 좋은거네요~^0^
    답글

  • BlogIcon Erik맘 2015.06.05 13:29

    보기에도 커피의 퀄리티가 별다방급 이상이네요.저 정도라면 1~2유로도 안아까울것같은데요.근데 뭔가 테오씨 한국남편같아요.다른 오스트리아남편들도 다 그런가요?두분 아직 사랑이 알콩달콩 하십니다~(^^)
    답글

  • BlogIcon 2015.06.05 13:50

    전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은데요 ㅎㅎㅎ 애들도 아빠구두 닦아주고 용돈 받는데요 뭐! 가족간에 정없어서 그런건 아니잖아요? ㅎㅎ
    답글

  • 느그언니 2015.06.05 20:15

    좋은 아이디어네요.. 작은돈에 마눌기분도 좋게만들고..좋아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6.06 23:34

    저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 ㅋㅎ 사실 아내가 만들어주는 커피가 훨씬 맛있으니까요.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