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외국인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외모적으로 차이가 나는 동양인이나, 피부색이 다른 경우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지만, 같은 백인들인 유럽 사람들은 발음에서 완벽하다면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발음에서 오는 원어민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굳이 묻지 않아도 외국인임을 구분하죠.

이것도 살다보니 생긴 노하우인거 같습니다.^^

 

다른 병동에는 외모적으로 구분이 되고, 발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외국인이 꽤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같은 요양보호사로는 나 말고는 아프가니스탄 남자가 있습니다.

그 외 가끔 바뀌는 청소부가 외국인이죠.

 

몇 달 전에 들어온 청소부는 루마니아 여자입니다.

평소에는 유니폼을 입고 병동의 이방 저 방을 쓸고 닦고 다니는 그녀.

 

처음에 왔을 때는 다른 (요양보호사)직원들한테 말도 못 걸더니..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대화도 하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직원“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잘 차려입고 와서 그녀를 보는 직원마다

”오~ 너무 달라보여.“ 했었습니다. 하이힐에 검정색 파티의상을 입고 왔었거든요.

 

평소에 청소부 유니폼만 입은 그녀를 봐온 직원들이 놀랄 말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보고 말한 직원들 중에는 비꼬는 뉘앙스로 말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 제일 말단직에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제일 근사하게 차리입고와?”

 

이렇게 시샘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는 그냥저냥 평범한 옷 입고 왔는데,

미모도 뛰어난 젋은 아낙이 삐까번쩍하게 차려입으니 완전 여배우 같았거든요.

 

그 파티 이후에 요양원에서 보는 그녀는 항상 유니폼 입은 청소부.

외국인들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직업이 말이 필요 없는 “청소일”입니다.

 

저도 오스트리아에 처음 와서 한일이 바로 청소였거든요.

얼마 전에 그녀에게 “직업교육”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소말고 직업교육 받아서 하임힐패(도우미)나 요양보호사가 될 생각은 없어?”

“그럴 생각은 있는데..”

“그럼 도우미 직업교육을 받아봐, 넌 이미 이 회사의 직원이니 직업교육을 받으면 청소가 아닌 도우미 일도 할 수 있을거야. 월급도 훨씬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고)..”

 

물론 괄호 안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외국인인 그녀도 알았을 겁니다.

 

외국인이여서 청소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직업교육을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길이며, 이 나라에 정착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같은 외국인으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한번 해준 적이 있었죠.

 

오전 10시, 15분간의 휴식시간!

이 시간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는 시간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면 배가 고픈 시간이죠.

사무실에 간식을 챙기러 왔던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해옵니다.

 

 

 

아마도 현관에 붙어있는 5월의 회사야유회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본 모양입니다.

 

“너 5월에 회사 야유회 가?”

“응”

“나도 가고 싶은데 래프팅 하는 건 무서워서, 그리고 내가 아는 직원도 없고.”

“내가 체스키 크롬로프 오가면서 그 강을 봤는데, 래프팅 할 정도로 센 물길이 아니야,

그냥 보트타고 물 길 따라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야.”

“나는 아는 직원도 없어서.. 그래서 안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가라고 하네.”

 

외국인들의 특징입니다. 괜히 주눅이 드는 거죠.

가도 개밥에 도토리가 될 것 같고, 혹시나 못 어울리고 혼자 튈까봐 걱정도 되죠.

 

“야유회는 1년에 딱 한 번 갈 수 있고, 그날은 야유회를 가지만 일한 걸로 시간처리가 돼. 그리고 야유회 가면 점심 값도 따로 20유로 챙겨줘. 그걸 왜 안 가? 가야지.”

“그래도 모르는 직원들이랑 가는 것이...”

“야유회를 간다고 꼭 직원들이랑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어.”

“응?”

“나 작년 5월에 잘츠부르크 갔다 왔는데, 중간에 자유 시간에 나 혼자 돌아다녔어.”

“왜?”

“담배 피우는 직원들은 어울려서 담배 피우러 카페로 가는데, 담배도 안 피는 내가 거기 따라가서 간접흡연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랬어. 같이 갔다고 해서 같이 뭉쳐 다닐 필요는 없어. 그냥 너대로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그러는 거야?”

“네가 담배를 피우면 같이 어울려서 카페로 갈수도 있겠지.”

“담배 안 피는데..”

“그럼 그냥 자유 시간에는 너대로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야유회는 다른 지점의 직원들도 함께 가는 거라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야.”

“그래?”

“시간이 되면 굳이 빼지 말고 가! 나도 이번에 가니까.”

 

 

 

휴게실에 걸려있는 올해 야유회 일정을 그녀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에 있는 일정표보고 맘에 드는 야유회 신청해. 그런데 알지? 몇 달 전에 그날 야유회 가겠다고 일정표에 적어놔야 다른 (청소부)직원들이랑 겹치지 않고, 야유회를 갈수 있어.”

“그래?”

“그럼, 다른 직원이 그날 희망휴무나 야유회를 가겠다고 이미 써놨으면 너는 기회가 없지. 그날 일을 해야 할 테니...”

“아, 그럼 빨리 확인해야 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5월 야유회가 안 되면 9월에도 있고, 12월에도 있으니 그날 야유회를 갈수 있게 미리 신청해.

“알았어. 고마워!”

 

그녀는 대화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챙긴 후 청소부들이 쉬는 곳으로 갔습니다.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그녀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외국인이여서!”

 

이런 생각으로 산 세월이 꽤 됩니다. 직원들과 일할 때는 내가 튀지 않고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배려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소심한 행동은 안하는 거 같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되는 것이고..

나랑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솔직히 야유회를 가도 나랑 취향도 안 맞는 직원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담배 피는 것이나,

뭐 사는 직원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내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고!

 

어떻게 보면 “독불장군”혹은 “나 혼자 산다.”식의 방식이 살다보니..

이것이 제일 편한 외국인이 살아가는 방식인거 같습니다.

 

나와의 대화가 그녀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처럼 “내가 외국인이여서”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외국인 직장인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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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4. 18. 00:00
  • Favicon of https://korea6.tistory.com BlogIcon 호건스탈 2019.04.18 00:59 신고 ADDR EDIT/DEL REPLY

    프라우지니님 외국인이다 보니 현지인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프라우지니님적극적으로 도와 주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프라우지니님언제나 파이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8 03:29 신고 EDIT/DEL

      외국인과 현지인사이에는 언제나 벽이 있더라구요. "외국인은 그저 일만 열심히 하는것"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알려줬습니다. 괜히 잘못 수다떨면 구설수에 오르기도 쉬운것이 여자들 많은 직장의 특징이거든요.^^;

  • 2019.04.18 02:1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8 03:31 신고 EDIT/DEL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거 안되는것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고, 도움받는것이 당연한듯 생각하는 경우에는 일부러 안 도와줍니다. 자신이 노력도 안하고 주변사람들이 당연히 도와줄거라고 생각하는 인간형들도 많거든요.^^;

  • 시몬맘 2019.04.18 04:47 ADDR EDIT/DEL REPLY

    저도 외국인이니까.. 라는 생각때문에 시도조차 않했던것이 많았던것같아요.. 괜히 소심해지고요.. 자국인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않고 묵묵히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쪄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4 신고 EDIT/DEL

      외국인이라 소심해질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기네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내말을 알아들어놓고도 (내 발음 혹은 내가 사용한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때문에) 내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

  • BlogIcon 선경 2019.04.18 05:59 ADDR EDIT/DEL REPLY

    요즘 얼마 안되는 오스트리아 생활에서 가끔 섭섭함과 감사함을 오가며 이게 차별인가 싶기도하다가 나의 자격지심인지 혼자 마음 고생을 오가다 이글을 보니 괜한 나의 고민이었나 나만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 하고 위로가 되는 글입니다. 이제 첫걸음 나아가는 앞으로 더 많은 날이 남은 저에게 이곳생활에 지침서 같은 이야기로 많은 의지가 되어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2월말경에 보낸 이삿짐이 어제 린츠에 도착했지만 부활절 연휴로 다음주에나 받는 ...저희는 사실 두달 가까이를 침낭과 간단한 캠핑 용품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저희 남편도 만만치 않은 깍쟁이거든요. ㅋㅋ 이번주말 다음주 수요일이 남편생일이어서 저의 비상금으로 타이푼으로 외식하러 나갑니다. 항상 감사하며 지니님을 응원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6 신고 EDIT/DEL

      타이푼에 가보시면 만족하실꺼예요. 단 9,90유로짜리 뷔페는 월~금요일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고,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는 재료를 갖다주면 프라이팬에 볶아다가 갖다주는 럭셔리 뷔페밖에 없으니 참고하시구요.^^

  • 가을여행 2019.04.18 09:01 ADDR EDIT/DEL REPLY

    저의 여동생도 20여년전쯤 호주로 유학갔다가
    싱가폴 유학생과 국제결혼하여
    지금은 15년전에 싱가폴에서
    정착해서 외국인으로 살고 있어서
    국제커플 블로그보면 남의 이야기 같지않습니다
    나이먹어 한국이 그리운지 1년에 한번은
    무조건 오더라고요^-^
    여동생은 블로그하지 않지만
    국제커플 블로그보며 같은 고민을
    했겠구나 싶어요.. .
    요즘 동영상에 푹 빠져 사는데
    거의 1번타자로 보는것같아요.
    지니님 동영상 올리면 바로 알림 울리게
    해놔서요 ㅋㅋ
    완손 사용하는거보고 감탄했어요
    명이나물 지니님 화이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8 신고 EDIT/DEL

      제가 양손잡이입니다. 글씨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당연히 왼손으로 썼지만, 그당시에만 해도 왼손을 쓰면 "찐다"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끝까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게 만드셨죠. 그리고 가위도 왼손잡이용이 없어서 오른손을 사용하고요. 그외에는 다 왼손을 쓰는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s://keijapan.tistory.com BlogIcon 일본의 케이 2019.04.18 09:26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러게요,,외국에서 살면,,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9.04.18 11:25 신고 ADDR EDIT/DEL REPLY

    한국에 사나 외국에 사나
    사람은 다 거기서 거깁니다.
    맡은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일하러 온건지 놀러온건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고...
    찾을때마다 자리에 없는 사람
    도대체 근무시간에 어디가서 뭘하는지 미스터리라는...
    그저 나는 내 갈길간다!!!
    하는 맘으로 내 일만 열심히 합니다.
    지니님도 저랑 같은과 같네요.ㅎㅎ
    .
    .
    그리고 유투브 중국뷔페식당에 가신것 봤는데 아이스크림 담아서 찹쌀도너츠 가지러 가실때 뻥취기를 본것 같은데
    혹시 맞다면 다음엔 아이스크림 뻥튀기에 발라서 먹어보세요.맛있어요.ㅋㅋㅋ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9 신고 EDIT/DEL

      그건 중국식당에 가면 다 있는 그런 새우맛(인가? 안 먹어봐서..) 튀긴 과자인거 같은데, 저는 안먹는 종류거든요. 다음에 한번가면 오틸이님의 조언대로 한번 먹어볼께요.^^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9.04.19 11:07 신고 EDIT/DEL

      새우맛은 노~노~~ㅠㅠ
      한국 쌀뻥튀기라야 맛나요.ㅎ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0 05:32 신고 EDIT/DEL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중국식당에 나오는 기름에 튀긴 뻥튀기를 안 좋아합니다.^^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04.18 13:11 신고 ADDR EDIT/DEL REPLY

    일본에 있으면 외향이 비슷해서 제가 외국인인것을 자주 잊습니다. 근데 거기는 확 차이가 나니까 좀 더 외로움 같은 소외감 같은게 더 생길거 같아요. 저도 문득 내가 외국인이어서? 라는 느낌이 올때가 있으니까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21 신고 EDIT/DEL

      제가 제일 부러웠던것이 백인처럼 생긴 외국인입니다. 러시아,동유럽쪽에서 온 사람들은 생긴것이 비슷하니 입만 열지 않으면 현지인인줄 알죠. 저 에어차이나타면 승무원들이 중국어로 말겁니다. 생긴것이 똑같으니 말이죠.ㅋㅋㅋㅋ

  • 호호맘 2019.04.18 13:39 ADDR EDIT/DEL REPLY

    댓글에 지니님 말씀 하신것처럼 선의로 도움의 손길을 보냈지만
    정작 받는 당사자 본인은 권리로 아는 경우가 있죠
    참 어이없는 경우더라구요
    낯선 직장에서 외로웠을 직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지니님 심성이 참 따뜻하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22 신고 EDIT/DEL

      선의도 적당히 상대방이 "부탁"같은 뉘앙스를 풍길때 혹은 말할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주는것이 좋겠더라구요. 괜히 먼저 나섰다가는 고맙다는 소리도 못듣고, 오지랖넓은 인간이라 낙인 찍힙니다.^^;

  • Favicon of https://dreambig1215.tistory.com BlogIcon dbig1215 2019.04.20 18:57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 너무 잘 쓰세요.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big1215.tistory.com BlogIcon dbig1215 2019.04.21 03:25 신고 ADDR EDIT/DEL REPLY

    전 이제 시작했답니다. 언제나 이런 경지에 오를까요? ㅎ

 

요즘 신문을 장식하는 오스트리아의 떠오르는 스타가 있습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그라츠 시내의 한 골목에서 이었습니다.

친구와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쿵쿵거리는 음악소리!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젊은 청년이 작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청년 주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중년의 아줌마들이 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오스트리아를 1년 반 동안 떠나 있다가 다시 들어갔던지라 오스트리아에서 어떤 일이 났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 이였습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입이 귀에 걸리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이 동네잔치 있어? 웬 거리의 가수야?”

“저 사람 몰라?”
“누군데?”

“요새 한참 떠오르는 샛별인데, TV에도 자주 나와.”

“응? 우리 집 TV 없는데?^^;

 

친구가 말했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가수는 “Andreas Gabalier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내가 처음 본 그의 첫인상은..

 

“무슨 연예인이 얼굴이 저렇게 커? 몸매 관리는 안 하남? 연예인치고는 뚱뚱한디!”

 

사실은 뚱뚱한 것이라기보다는 한 덩치 하는 몸매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라는 이름의 젊은 청년을 봤습니다.

 

그리고 잊었습니다.

TV를 자주 보지도 않고, 본다고 해도 쇼프로는 안보니 만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들어본 적도 없고 말이죠!

 

이 청년은 조금씩 더 유명해져 갔고, 어느 날 제가 일하던 일터에서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습니다.

“너, 안드레아스 가발리에 속바지(팬티)만 입은 거 봤어?”

완성한 럭셔리 도자기난로 배달을 다녀온 직원에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엥? 웬 팬티? 이 인간이 지금 나한테 성적인 농담을 하나? “

이런 생각을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난 안드레아스 가발리에 가죽바지 입은 것만 봤는디!”

 

 

 

         Österreich 신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는 노래를 오스트리아의 토속적인 풍으로 부르는 관계로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인 가죽반바지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닙니다. 사진 속에 보이시죠?)

 

“우리 오늘 안드레아스 가발리에 엄마네 오븐 배달 갔었는데, 안드레아스 가발리에가 팬티(아마도 트렁크 종류인 듯)만 입고 우리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거 있지!

우리는 안드레아스 가발리에 팬티만 입은 거 봤다~~^^”

 

직원들은 자기들이 연예인 속옷차림으로 집에 있는 걸 봤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죠!

유명한 연예인의 얼굴만 봐도 고마운데, 속옷차림이라니요!^^

(아쉽게도 배달 간 직원들은 둘 다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를 익혀갔습니다.(뭘 삶남? 익혀?)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시내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바로 건너편에 있는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잘생긴 청년을 봤습니다.

멀리서도 훤해 보이는 얼굴이라 누군가 싶어서 쳐다보니...

 

“헉^^; 니는... 내가 아는 ”안드레아스 가발리에!“

내가 아는 그 유명한 연예인이 바로 내 앞에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가서 아는 체하고 사인이라도 받고 싶지만, 선뜻 나설 용기는 내지 못했습니다.

그 잘생긴 청년이 저를 빤히 쳐다보기까지 했는데도 말이죠!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짧은 순간에 고민을 합니다.

 

“영어로 할까? 독일어로 할까?”

 

전에 남편이 해준 조언이 있었습니다.

 

“상황이 불편하거나 당신의 권리를 주장해야하는 상황이면 영어로 말 해. 엉성한 독일어로 말하면 상대방이 무시하고 들어오지만 영어로 하면 상대방이 긴장하니까!”

저는 우리 집 앞 슈퍼마켓에서, 그 옆 카페에서 그 후 몇 번이나 더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를 만났었습니다. 그때마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 했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안드레아스 가발리에는 다른 나라의 대스타들과 나란히 서서 노래를 할 만큼 대스타가 되었습니다. 매일 신문에 나는 그의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때 가서 인사하고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 한 장 찍어둘껄!”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아는 체했다가 면박을 당했으면 두고두고 그를 “개XX" 취급했을 테니 안한 것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이지만..

독일의 여가수가 오스트리아에 콘서트를 왔던 모양입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60대의 아저씨는 불편한 몸으로 그 가수의 콘서트를 갔었고, 콘서트가 끝난 후에 밖에서 그 여가수에게 줄 선물(책)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오면서 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팬을 본 여가수는 깔깔 웃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근육위축이 되는 병이니 정상인 같지 않게 몸이 틀어지고 웃기게 보였나봅니다.

 

팬의 한사람으로 그녀에게 줄 책을 선물하려고 기다렸던 아저씨는 그 여가수의 행동에서 치욕을 느꼈고, 그 여가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중입니다.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서 재판을 진행 중인 것이 요즘 일입니다.

 

스타라고 해서 다 공손한 것도 아니고, 제가 그 청년(안드레아스 가발리에)를 아는 체했다가 괜히 무시당했다면 두고두고 억울했을 테니 안했던 것이 더 나은 결정이었다 싶다가고, 혹시나 그 청년이 정말 매너 좋게 외국인 팬(볼품없는 중년여성?)이라고 다정하게 대해줬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에 사는 것이 그렇습니다.

나는 분명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인데..

유럽 속, 백인들에 파묻혀서 사는 나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내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고, 내 독일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무시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눈에 보이는 차별을 당하다보면 나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이라는 자격지심도 생기는 거 같고 말이죠!

 

저는 여전히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고 있지만, 가끔씩 소극적으로 움츠려드는 나도 내속에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나는 외국인이고, 내 독일어 발음이 현지인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살다보면 자격지심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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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4. 9. 16. 00:30
  • Favicon of https://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4.09.16 03:26 신고 ADDR EDIT/DEL REPLY

    우리나라 안에서 전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도 약간은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텃세요), 외국에서 느끼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충격이 클 거 같아요. 가장 기초적인 언어에서부터 토박이들과 벽이 생긴다면 더더욱요. 더욱이 한국이 선망의 대상으로 알려진 나라가 아니라면요...계속 지내시다보면 외국인이라는 자격지심이 조금씩 더 줄어들어가지 않을까요? 지니님, 항상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즐겁게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하시기 바래요!

  • Favicon of https://koreainstagirls.tistory.com BlogIcon 세르비오 2014.09.16 09:07 신고 ADDR EDIT/DEL REPLY

    어쩔수 없는 건 버리고 기운내거 어깨피고 열심히 사는 수밖에요.. ㅎ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4.09.17 04:04 신고 EDIT/DEL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세계속에서 우뚝서야 할거 같습니다. 그럴려면 허벅지가 튼튼해야 하겠죠? 계속 서있어야 하니 말이죠.^^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spainmusa.com BlogIcon 산들무지개 2014.09.16 19:32 신고 ADDR EDIT/DEL REPLY

    아! 이 유명인을 그때 조금이라도 아는 체 했으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었을까요? 정말 말씀대로 '개XX´? 혹은 다른 이미지로? 하하하!
    참 재미있네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외국인이라 가끔 움추러드는 자신이 있답니다. 저도 그래요. 전 주말에 치과에 다녀왔는데, 치아 치료를 하면서도....... 어린이 취급하는 의사들 땜에 좀 신기한 경험했어요? 입을 벌리고 있어 말은 못하지..... 하하하! 참.... 나이가 이 정도로 먹었는데....
    오늘 글 잘 읽었습니다. ^^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4.09.18 02:20 신고 EDIT/DEL

      치과샘이 어린아이 취급하셨다니 재미있으셨겠어요.ㅋㅋㅋ
      저는 개인적으로 치과가는거 좋아합니다. 드릴로 이가는걸 은근히 즐기는편입니다. 그렇다고 변태는 아니구요. 치과는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가서 사랑니도 뺐고....

      그나저나 산들님말씀처럼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던간에 한번 아는체 해볼껄 그랬나봅니다.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그대 한번 해볼껄.."하는 미련은 안 남았을텐데 말이죠.!!^^

  • 느그언니 2014.09.16 20:31 ADDR EDIT/DEL REPLY

    울찐은 누가봐도 매력적인 아짐이니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게 웃으며 다가가시길..
    홧~~~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4.09.17 04:18 신고 EDIT/DEL

      맨날 웃어서 테오한테 혼납니다.
      "당신은 노동청 상담하러 갔으면 원하는것을 말해야지. 왜 실실 웃기만 하는데?" 말하면서 실실 웃고, 대답 들으면서 실실웃었다고 나중에 혼났습니다.^^; 여기서는 항상 웃으면 안된답니다.^^;

  • Favicon of http://questionare.tistory.com BlogIcon 호기심과 여러가지 2014.09.18 18:56 신고 ADDR EDIT/DEL REPLY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cris 2014.10.26 23:14 ADDR EDIT/DEL REPLY

    이태리는 지역 사투리가 심해서 삼년이나 살았지만 이 동네 사투리는 못알아 듣습니다. 학교에서는 표준어만 배우니까요. 남편도 말이 없는 편이라 말이 좀처럼 늘지않네요 ㅠ ㅜ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4.10.27 01:55 신고 EDIT/DEL

      오스트리아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심합니다. 하긴 쪼매한 대한민국도 지역에 따라 사투리가 심한데 다른나라는 사투리가 없을꺼라고 생각한것도 무리가 있기는 했죠! 제 남편은 시부모님께 제앞에서는 절대 사투리를 못쓰게합니다. 마눌은 표준어로만 대화를 하길 바라나봐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외국인을 배려해서 표준어를 쓰는 사람들이라 아직까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남편분이 말을 많이 안하시면 말배우시기가 거시기하시겠어요. 제남편은 잔소리가 늘어지는편이라 남편말을 그대로 따라서 흉내낸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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