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첫날 여러분이 읽으실 글을 어떤 걸 정할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써놓은 글이 꽤 있음에도 제쳐놓고 이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현재 내 직업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는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이고,

그분들을 가족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효(孝)도 만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인들은 각자의 삶에 충실합니다.

조금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부모도 자식도 각자 자기의 삶만 살죠.

 

자식들은 밥벌이를 할 나이가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을 합니다.

부모는 나이가 밥벌이를 할 때까지만 부양할 의무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제 남편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을 가겠다고 밝혔을 때,

집안 어른인 시할머니, 시아버지의 반발에 부딪혔었다고 시어머니께 들었습니다.

 

시할머니는 “대학을 나와서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굳이 대학을 갈 이유나 뭐냐?”하시고, 시아버니도 당신의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면 당신이 하시는 “페인트공”으로 일하시기를 바라셨죠.

 

중학교를 졸업하면 월급을 받아가며 견습 생활을 거쳐서 3년 후 전문직업인이 돼서 부모로터 경제적인 자립을 해야 부모도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이니,

 

자식이 대학진학을 하는 것보다 직업교육을 받는 것이 부모에게는 더 나은 방향이죠.

 

독립을 하는 나이는 유럽이라고 해도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중학교를 졸업하는 15살부터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의 견습 생활을 거치는 동안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데,

1년차는 700유로 상당, 2년차는 900유로 상당, 3년차는 천유로 이상을 받죠.

 

견습생으로 일을 하면 월급을 받으니 이때부터는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손 벌릴 일이 없고, 3년간의 견습생활동안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고 살림을 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3년 후에는 대부분 부모 집에서 독립을 합니다.

경제적으로 혼자 살 정도의 돈은 버니 말이죠.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두고 우리나라의 인문계 방향으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곳의 대학 진학률은 30%선인지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으면 대학교 혹은 대학원까지 부모가 전 재산을 바쳐서 지원을 합니다.그러니 부모들에게 아이는 노후연금일수밖에 없습니다.

있는 재산을 다 바쳤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곳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해준 것이 없기 때문에 바라지 않죠. 아이들은 빠르면 직업교육을 시작하는 15살에 경제적인 독립을 했으니 부모에게 받은 것이 없습니다.

 

부모 또한 아이들이 자립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하면서 살죠.

제 남편을 봐도 자신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무료 학비에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생활비로 충당을 했으니 실제로 부모님이 공부하는데 해주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언젠가 지나가는 말처럼 마눌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두 분 부모님중 한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우리가 모시고 살자!”

 

내말에 남편은 무심하게 대답을 했죠.

 

“부모님은 나중에 요양원에 가실 거야.”

 

자신이 받은 것이 없으니 부모님이 연로하셔도 부양해야하는 의무감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님 이곳의 문화가 삶의 마감은 다 양로원에서 한다고 인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시면 다 양로원으로 보내는 이곳.

내가 근무하는 양로원에는 참 여러 종류의 자식들이 있습니다.

 

내 생각에도 “효녀”라고 생각되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저런 자식은 없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싶은 자식들도 있습니다.

 

자식이 없는 경우나 자식이 있지만 부모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포기하는 경우 어르신은 Sackwalter 작발터 (법적대리인) 를 갖습니다.

 

자식이 어르신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고 작발터를 선임하는 경우,

어르신의 자식은 어르신의 재산에 대한 권리도 포기가 됩니다.

(물론 부모의 재산이 없으니 미리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런 경우 어르신이 필요한 물품이나 사망 하셨을 시의 여러 가지 일들을 작발터랑 상의하죠. 자식이 없는 경우 작발터는 친척 중에 한명이 되죠.

 

자주 오는 어르신들의 자제분 같은 경우는 매일 요양원을 찾습니다.

안 오는 자제분들은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할매 한분이 여름에도 겨울신발을 신으시는지라, 그분의 아드님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할매같은 경우는 작발터(법적대리인)가 없는지라 아드님께 연락이 불가피했죠.

 

“당신의 어머님이 여름 신발이 없어서 겨울에도 여름신발을 신으시는데, 신발이 작아서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니 신발을 사서 보내시던가 어떤 조치를 원하시는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일 년에 딱 한번 요양원에 있는 쪽으로 스키여행을 오면 들린다는 할매의 아들은 이메일을 보내고 몇 달이 지나도 답변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여름 신발 한 켤레 사서 보내줄 여유가 안됐던 것인지..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찾아와서는 그동안 엄마가 모아놓은 용돈을 털어가는 딸도 있습니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자신이 받는 연금 전액이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각자가 받는 연금이 20~30%가 용돈개념으로 어르신들의 통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걸로 사고 싶으신 걸 사시는 거죠.

 

담배를 피우시는 어르신인지라 할매를 모시고 직원이 통장의 돈을 찾아서 담배를 샀었는데, 몇 달 만에 와서는 엄마의 통장잔고가 얼마 안 되니 괜히 직원들을 잡았었습니다.

 

“자기 엄마 돈을 직원이 다 털어갔다”고 말이죠.

 

할매는 골초이신지가 하루 한갑이상을 피우시니 통장에 돈이 남아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원을 잡으면 안 되죠. 직원이 할매께 담배피우라고 권하는 것도 아닌데..

 

한 어르신의 경우는 돈이 엄첨 많다고 소문나신 할매이신데, 그분의 70대 아드님은 엄마께 항상 싸구려로 사오십니다. 이제 90중반의 엄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자기 돈도 아닌 엄마 돈으로 사는 물건을 그렇게 저질로 사온다고 직원들이 수군거리죠.

 

엄마가 돌아가시면 다 자기 재산이 되니 미리부터 아끼는 것인지..

 

이 할매가 워낙 부자라고 소문이 난지라, 어릴 때부터 부자로 사셨는줄 알았었는데..

말씀하시는걸 들어보면 어릴 때 남의 집에 식모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시중드는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양원 직원들이 도와드리려 해도 스스로 하시려고 하시죠.

 

“내가 느리기는 해도 천천히 하면 되니까 괜찮아, 가서 다른 일 해요. 밥 먹고 하루 종일 하는 일도 없는데 내가 자고 일어난 침대는 내가 정리 해야지.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야.”

 

키도 작으시고 살도 없으셔서 한 30kg이나 될까 싶으신 할매이신데..

“긍정적인 마인드만은 왔다” 이신 분이십니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니 다시 화제를 돌려서..

우리 요양원에는 내가 생각하는 효녀가 두 사람 있습니다.

 

한명은 제 선배이며, 멘토이며, 제 동료이기도 한 안드레아.

 

그녀의 어머니는 다 우리 요양원에 계습니다.

안드레아가 근무하는 1층에 사시죠.

 

다른 직원들은 지층,1층,2층 번갈아 가면서 근무가 들어가는데, 그녀는 엄마 때문에 항상 1층 근무만 합니다. 엄마를 더 옆에서 돌보려고 말이죠.

 

엄마가 사시는 층에 근무한다고 해서 엄마에게 더 신경을 써주거나 할 여유는 없습니다.

그녀는 근무외 시간을 엄마에게 투자하죠.

 

그녀는 항상 아침 9시 출근 - 저녁 8시 퇴근하는 근무를 합니다.

 

근무는 9시에 시작이지만 아침 7시에 요양원에 와서 아침을 챙겨서 엄마랑 같이 먹고, 엄마를 자신이 직접 씻겨드린 후에 근무시간에 맞춰서 자신의 근무를 시작하죠. 근무시간에는 따로 엄마를 돌볼 시간이 없어, 중간에 휴식시간 15분과 점심시간 1시간을 엄마가 머무는 방에서 보냅니다.

 

그녀의 형제들이 요일을 정해서 그녀의 엄마를 방문하지만, 엄마에게 제일 의지가 되는 것은 요양원 근무로 일하면서 하루 종일 함께 지내는 안드레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여름 S부인과 산책중인 그녀의 따님 뒷모습입니다.

 

직원 중에는 안드레아가 “효녀”라면..

방문객 중에 제일 효녀는 S 부인의 따님입니다.

 

어르신들은 잠자리에 드셨고, 대부분의 직원들도 퇴근하고 조용한 저녁 7시쯤.

그녀는 어김없이 엄마를 찾아서 요양원으로 출근합니다.

 

와서는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서 여름에는 밖의 공원을 돌고, 날씨가 쌀쌀한 겨울에는 요양원 건물 내를 두어 바퀴 돌고 난 후에는 엄마랑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서 카드게임을 합니다.

 

두어 시간 그렇게 엄마랑 시간을 보내고 저녁 9시가 되면 그녀는 다시 돌아갑니다.

 

처음에는 친하지 않아서 봐도 그저 짧은 인사만 주고받았는데..

매일 찾아오는 그녀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었습니다.

 

무엇을 하는데 매일 저녁이면 주말도 없이 찾아오는 것인지.. 엄마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활이 있을 텐데, 주말도 없이 매일 찾아오는 것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80대 어머니를 찾아오는 그녀는 60대의 딸.

자신도 이미 손주까지 본 할머니죠.

 

도대체 뭐를 하는데 매일 저녁 시간을 내서 엄마를 찾아오는지 물어보니..

자신은 “Tagesmutter 타게스무터(사실 탁아소)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Tagesmutter 타게스무터는 두단어가 합해진 말로,

Tag(탁/day/날)과 Mutter(무터/엄마)의 조합입니다.

 

“낮 동안 엄마”가 되어 돌봐주는 사설 탁아소죠.

 

낮 동안은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시간이 없어 저녁에만 온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어린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진이 빠지는 일일 텐데,

그녀는 한 번도 빠짐없이 저녁 7시면 엄마를 보러 요양원에 옵니다.

 

와서는 누워서 하루를 보낸 엄마랑 산책하고,

둘이 마주 않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카드놀이.

 

“효”란 것이 그리 대단한 것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매일 엄마와 약간의 시간을 보내는 것.

참 단순하지만 엄마가 가장 바라는 것이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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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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