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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19년 만에 찾은 내 선물의 행방

by 프라우지니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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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연애초기에 내가 남편에게 선물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으로 출장을 왔었던 남편의 직장 동료(스페인 여자)를 만나서 함께 밥도 먹고, 종로에서 술도 마시고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질 때쯤 남편 (그 당시는 남친)에게 전 해 달라고 선물을 보냈었죠.

 

종로에서 일단 남편의 선물과 함께 선물을 오스트리아로 운송할 남편의 직장 동료인 그녀에게도 작은 18K 금귀걸이를 하나 사서 선물했었습니다. 운송비 개념으로 말이죠.

 

나도 그 당시에 내가 왜 그걸 샀는지는 모르겠고!

지금 생각해도 참 쌩뚱 맞은 물건을 선물했었습니다.

 

뭐냐고요?

남자 속옷!

 

연애 초기라 서로 어떤 속옷을 입는지 확인(?) 한 적도 없었는데..

나는 왜 그런 선물을 선택했던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남편 동료의 출장이 갑자기 정해져서 한국에 온다고 했었고, 그녀를 만나러 간 종로의 가게에서 급하게 선물을 사야했는데 그때 그것이 눈에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내가 골랐던 남편 (그 당시 남친)을 위한 속옷은 하얀 팬티!

서로 속옷을 공개(?)한 적이 없으니 남편은 검정색만 입는다는 걸 그 당시는 몰랐죠.

 

 

남자도 여자처럼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무지개 색으로 속옷을 입을 수도 있고, 당근 하얀색 속옷은 누구나 입을 거라 생각했었죠.

 

그렇게 선물을 보내고는, 몇 년에 걸친 연애는 계속되었었고..

 

내가 드디어 남편이 사는 집에 방문 했을 때 ..

나는 내가 선물한 물건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남편이 까만색 속옷만 입는다는 건 그의 옷장에서 이미 확인을 했었지만..

그래도 여친이 선물한 하얀색 속옷이 어딘가에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내가 선물한 하얀색 팬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안 입는다고 해도 여친이 선물한건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찾아봐도 없고, 나중에는 남편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연애초기에 당신한테 보냈던 하얀 팬티 있잖아. 그거 어디 있어?”

“.....”

 

정말 버린 것인지, 안 들리는 듯이 행동하는 남편.

“버렸구나!”로 결정을 내려 버렸던 내 선물.

 

그걸 1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우리 집 빨랫줄에서 말이죠.

 

 

 

속옷은 90도의 삶은 빨래를 하시는 시어머니.

시부모님의 속옷은 다 하얀색입니다.

 

검정색의 팬티만 입는 아들과 총천연색의 속옷을 입는 며느리와는 비교가 되죠.

 

시어머니는 당신들의 속옷은 완전 하얀색으로 세탁해서 입으시죠.

 

매번 마당에 널리는 시부모님의 하얀색 속옷들.

 

처음에는 감탄을 했었습니다.

 

“어떻게 오래된 속옷도 이리 하얗게 세탁을 하실까?‘

 

하얀색도 오래 입다보면 누리끼리해지고..

나중에는 원래 하얀색이었는지 확인 불가가 되던데!

 

시부모님의 속옷은 언제냐 뽀얀 하얀색!

 

장보러 가려고 창고에 있는 자전거를 가지러 가면서 보게 된 시아버지의 속옷.

단순한 하얀색이 아니라 그 위에 뭔가가 쓰여 있습니다.

 

 

 

 

 

“뭐지?”하는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Lunar Fantasy"

달의 판타지?

 

ㅋㅋㅋ 찾았습니다.

내가 19년 전에 남편에게 선물했던 그 하얀 팬티!

 

하얀색 속옷을 안 입는 남편은 이걸 아빠께 드렸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아빠는 아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모든 옷들을 입으십니다.

셔츠, 수영복, 바지 등등 뭐든지 물려받으시죠!

 

얼마전에는 내가 버린다고 내놨던 겨울용 추리닝 바지도 입으신것도 봤습니다.  버리기 아깝다고 .다 챙겨서 입으시죠.^^;

 

그나저나 세월이 지난 지금 봐도 참 민망한 글귀입니다.

 

“달의 판타지“라니..

그 옛날에는 남자 팬티 앞에 이런 글귀가 유행을 했던 걸까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팬티 앞에 “무슨 무슨 파워~”했었다면 더 웃겼을 것을!

 

앞에 쓰인 글귀는 쪼매 거시기 하지만, 품질 하나는 끝내주는 모양입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빠가 잘 입으시는걸 보면 말이죠.

 

남편에게는 이 하얀 팬티의 행방을 드디어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달의 판타지”는 지금 봐도 참 거시기한 글귀네요.

그 당시 한국에서 보내온 이 팬티를 받고 남편은 어떤 생각을 했었을 까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는데, 지금 나에게 뭘 원하는 겨?”

 

그 당시에는 일단 뭔가 선물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팬티 앞에 글귀도 제대로 보지 않고 골랐던 선물이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봐도 민망한 글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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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집에서 해 먹는 치즈토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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