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부모님은 70대 초반이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정하시지만 아픈 곳이 많으시죠.
시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디스크 수술을 하신 후에 허리가 아프셔서 많이 걷는 것도, 자전거를 오래 타시는 것도 못하시죠.
시어머니는 하루 중 대부분을 집안에서 보내십니다.
집안 청소, 시아버지의 식사를 챙기시고, 케이크를 구우시고, 세탁물 다림질을 하시면서 하루를 보내시죠. 당신이 하셔야 하는 일들을 끝내놓으시고 여가시간에는 TV를 시청하시죠.
TV에서 한국에 관련된 방송이 나오면 꼭 챙겨보신 후에 한국인 며느리에게 항상 아는 체를 하십니다.
“한국 가정에서 김장하는 거 봤다!
리포터가 그 김치 먹어보고는 매워서 쩔쩔매더라!”
며느리가 한국인인데도 시부모님과 한국을 한번 방문하는 꿈은 애초에 접었습니다.
시어머니는 허리 때문에 오랜 시간 차를 타시는 것도 힘든데 장거리 비행은 불가능하죠.
시어머니에 비해 엄청 건강하셨던 시아버지.
가만히 계시면 좀이 쑤시는지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시며 시간을 보내셨죠.
시아버지는 음식들도 시어머니와는 다르게 드십니다.
커피 대신에 우유에 코코아를 타서 드시고, 간식도 설탕이 듬뿍 들어간 케잌류 대신에 플레인 요거트에 호도 같은 견과류를 잔뜩 넣어 드시고, 하다못해 초콜릿을 드셔도 안에 견과류가 잔뜩 들어있는 종류의 것만 드시죠.
그렇게 마냥 건강하실 줄 알았던 시아버지는 작년에 전립선암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 후에는 우울증을 앓으시는지 한동안 집안에만 계시더니만..
다시 마당에 나오시며 극복하셨죠.
겉으로 보기에는 두 분 다 건강하시지만..
일상생활에서 항상 조심하며 사셔야 하는 연세이십니다.
며느리는 시부모님이 노년의 어르신들이 필요한 여러 가지 보조용품들을 사용하시는걸 알고 있지만, 남편은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의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시는 거 같아서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인지..
우리 집, 현관 옆으로 시부모님이 사시는 건물의 화장실 창문이 있습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화장실의 창문을 비스듬하게 열어놨는데...
우리 집 현관으로 소변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시부모님의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는 일반 소변 냄새보다 몇 배 더 강했죠.
보통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종류였습니다.
냄새가 나니 (냄새에 민감한) 남편이 시어머니께 짜증을 냈습니다.
“이거 무슨 냄새야? 뭘 했는데 냄새가 이렇게 나는 거야?”
“....”
아들이 이렇게 말하니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으시죠.
"내가 냄새 없애는 것 좀 뿌려 놨다.“
시어머니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말씀을 얼버무리고는 얼른 자리를 떠나십니다.
일반 지린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냄새의 출처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살며시 이야기를 해줬죠.
“이 냄새는 기저귀에 소변이 젖어들면 나는 냄새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기저귀를 차고 생활 하시는 요양원 어르신들에게서 나는 냄새라고!”
“그게 왜 우리집에서 나?”
“이 사람아! 부모님 두 분이 다 우리처럼 젊은 줄 알아?”
“....”
남편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인 모양입니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도 나이가 들면 요실금이 생깁니다.
이렇게 저렇게 팬티 안에 생리대/기저귀를 차야하는 나이가 있는 거죠.
인터넷에서 캡처
가끔 시부모님 화장실 창가에 놓인 생리대가 유리창에 비치는 걸 본적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생리는 하지 않지만, 그걸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계신 거였죠.
시아버지는 작년에 전립선암 수술 후에 소변 훈련을 하셔야 했고, 꽤 오랜 기간 기저귀를 사용하셔야 했었죠.
그 후에도 소변이 샌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스트레스를 받아하시는거 같아서 한마디 했었죠.
“아빠, 나이가 들면 다들 그런 현상이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요양보호사인 며느리는 두 분 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속옷인 팬티 외에도 뭔가 더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들은 자신의 부모가 속옷 외에 보조용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남편에게는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다음에는 냄새 난다고 유난 떨지 마! 부모님이 무안해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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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부모님이 만드시는 체리 증류주스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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