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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를 감동시킨 내 동료들

by 프라우지니 2020.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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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날 대충 일어날 일들은 예상했습니다.

 

생일(30,40,50,60)을 맞은 직원에게는 

나이에 해당하는 현찰 선물을 받고,


또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현찰 선물도 받게 될 거라는 걸!

 

보통은 생일이 지난 직원이 출근하는 날 

선물을 주고, 축하도 해 주는데..


(이렇게 되면 그날 출근을 한 직원들이 해주는 조촐한 축하죠.)

 

나는 생일이 지나고 하는 출근이 아직은 없고 

직원 회의차 참석하는 오늘이 생일 후에 처음 가는 날이라, 


이 날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걸 알았죠.

 

저는 일(병가/휴가)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 직원들은 제외한 

전 직원에게 생일 축하를 받게 됐습니다. 


사람들 다 모아 놓고 일종의 선물 증정식을 한다는 이야기죠.

 

생일날도 조용히 집에서 하루를 보냈었는데..



생일도 지났는데 

이렇게 거창한 축하가 살짝 부담은 됐습니다.

 

생일 파티를 하려고 해도 부를 사람도 없고, 

또 이제는 “생일 잔치”를 하는 것도 귀찮은 나이고, 


거기에 남편과 나 둘 다 감기로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라 조용히 보냈거든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그냥 왕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직원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7시에 시작하는 직원 회의가 막 시작 하려는데..


인사 부장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날 앞으로 오라고 부릅니다. 

나보다 어린 인간이 이러면 

“죽을래?”싶지만..


나보다 어른이니 부름에 응해야 하는 거죠.


 

 

 

내가 앞으로 나가니 작년과 비슷한 선물을 

나에게 내밀면서 한마디 합니다.

 

“생일 축하해!”

 

나를 꼭 안아주고, 양 볼을 엇갈리게 대고는 

입으로 “쪽“소리를 내는 ”Bussi부시“를 하는 인사 부장.

 

50살 생일에 준다는 현금 선물은 

요양원에서 주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요양원에서 주는 선물은 축하 카드에 초코렛이었네요.

 

직원회의 하려고 모인 직원들에게 이 초코렛 상자를 뜯어서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이 초코렛이 생일 선물이라는 걸 아는 직원들이 

하나씩 집어 들면서 또 해 주는 축하.


이날 원 없이 Bussi 부시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준다는 현금 선물은 안 주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근무하나 햇수가 짧아서 안 주나?”

 

아주 잠시 잠깐 이런 생각까지 했었는데..

직원 회의가 끝나고 나중에 받았습니다.

 

현금 선물은 회사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 노조에서 주는 선물이었나 봅니다.

 

월급의 1%를 노조 회비로 내야 한다는 노조가입.

나는 하지 않았습니다.

 

동료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입 안 한 사람들도 많고,


또 남편에게 물어보니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고 하길레 안 했거든요.

 

노조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월급에서 

소소하게 노조로 빠지는 금액이 있기에..


노조원은 아니지만 노조에서 주는 선물은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 생일 선물의 하이라이트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현찰 선물”.

 

난화분에 돈을 감아서 

“돈나무”로 주는 건 아닐까?" 했었는데..


저는 다행히 돈 나무는 아니라 

자전거 타고 집으로 오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돈나무”대신에 내가 받은 선물은 “목베개”

거기에 직원들이 모은 돈다발.

 

직원들의 주머니를 터는 건 솔직히 많이 불편했는데,

받고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

 

 

 

동료 직원들의 생일이나 출산에 

나도 돈을 내고 카드에 사인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카드를 받을 때 이런 기분이었네요.

 

나를 위해 돈을 내고 이곳에 이름을 남긴 직원들 이름입니다.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적었습니다.

 

이 직원들에게 행사(생일/출산)가 있으면 

저도 빼 먹지 않고 챙겨줘야지요.^^


 

우리 요양원 원장님의 이름도 보이고.. 


우리 병동의 청소부도 작년에 50번째 생일이라고 해서 


친하지는 않지만 빼 먹지 않고 

돈을 내고 카드에 이름을 적었었는데..


자기 생일때 챙겨줬다고 내 생일을 챙겨주네요.^^

 

평소에는 나에게 참 불친절한 청소부 아낙!

 

몇 년 째 그리 무뚝뚝하더니만, 

갑자기 친근하게 굴어서 “웬일?”했었는데..


그 시기가 자기 생일이 지난 다음부터 인 것 같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봐도 날 투명 인간 취급하고, 

나는 “좋은 아침,XXX"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는데도, 

무표정한 얼굴로 내 이름은 건너뛰고 “좋은 아침!”만 말하던 아낙.

 

갑자기 그 아낙이 인사할 때 날 쳐다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 놀랐었는데..


생각 해 보니 그 시기가 작년 

그녀의 생일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녀의 생일에 내가 돈은 내고, 

축하를 해 줬다는 것에 감동했던 모양입니다.



이 카드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서 

내가 감동했듯이 말이죠.

 

10유로를 낸 사람도 있고, 5유로를 낸 사람도 있겠죠.


나보다 오래 근무한 사람도 있고, 

나보다 늦게 입사한 동료 직원.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그런 사람도 있는데..


나와의 친분과 상관없이 

내 생일을 축하를 해준 사람들께 감사했습니다.

 

받아온 선물 보따리를 주방에 풀어놓고 혼자 감동했습니다.

“내 식구 보다 나를 더 감동하게 만든 사람들”

 

저는 올해 부자 될 거 같습니다.

연초에 이리 돈이 많이 들어오니 말이죠.ㅋㅋㅋㅋ

 

노조에서 준 현금 선물 50유로에, 

직원들이 챙겨준 현금 선물 162유로.


현금은 가지고 있으면 흐지부지 사라지는데..

 

날 감동 시킨 이것들로 잊지 못할 무언가를 사야겠습니다.

내 50번째 생일을 잊지 않을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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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그로스글로크너 산악도로의 볼거리 3번.

작은 박물관에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어서 유익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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