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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운수좋은 날

by 프라우지니 2018.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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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란히 병원을 갔었습니다.

 

마눌이 병원 예약은 이미 한 달 전에 했었는데..

남편도 따라가겠다고 휴무를 냈던지라 가능한 일이었죠.

 

가정의는 마눌 혼자 다니는데, 아무래도 이송표를 받아서 병원에 온지라,

남편이 불안한 마음에 따라나섰지 싶습니다.

 

차를 몰고는 시내까지 안 들어가는 남편이 선택한 방법은..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를 세우고는 차표를 사서 전차를 탑니다.

 

 

 

오스트리아, 린츠의 전차 정거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린츠 중앙역에서 3 정거장 떨어진 곳인데도 참 한적하죠?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전차 정거장에 남편과 나란히 가서 섰는데..

바닥에 떨어진 차표가 마눌 눈에 쏙 들어옵니다.

 

 

 

차표의 날짜와 시간을 확인 해 보니..아직도 40여분은 유효한 차표입니다.

 

남편은 이런 것이 떨어져 있어도 거들떠도 안 보지만,

마눌은 주우면 사용 할 수 있는 차표이니 얼른 주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생전처음 보는) 아낙에게 말도 걸었습니다.

 

“이 카드 아직도 유효하지 않나요?”

“어제 날짜인데 이미 사용기간이 지난 거 아니에요?”

“막시카드는 24시간용이잖아요.

어제 오전9시29분부터 시작이니 오늘 아침 9시 28분까지 유효한 거죠.”

“그런가요? 전 한달 권만 사용해서 잘 몰라서요.”

 

나도 알고 있는 정보이지만, 주운 차표이다 보니 확인차 물었습니다.

괜히 착각했다가 검표에 걸리면 60유로 벌금을 낼 수도 있으니 말이죠.

 

마눌이 생전처음 보는 아낙과 차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은 기계에 적힌 “Maxi Karte 맥시 차표(24시간용)”에 관해서 확인 중이었습니다.

 

결론은 아직 30여분 유효가 차표.

 

우리는 3정거장만 타게 되니 마눌은 이 주은 차표를 들고 탔습니다.

덕분에 남편은 1.20유로를 절약 할 수 있었죠.^^

 

 

 

9시 50분에 예약했지만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저번에는 예약시간보다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던지라,

일찍 도착하면 조금 더 일찍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이번에 알았습니다.

병원은 예약한 시간보다 일찍 접수를 해도 내 (예약한) 순서가 되어야 들어간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9시 10분에 도착했지만..

의사는 11시 30분쯤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환자를 맞는 의사도 사실은 전문의가 아닌 병동에 상주중인 의사(레지던트쯤 되려나?)가 내려오는지라, 자신이 모르는 문제는 전문의(교수)한테 진료중 나가서 전화를 하고는 대답을 해주는 시스템인데도 환자는 참 오래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병원진료를 받고 남편과 간만에 린츠 시내를 걷습니다.

 

남편과 나란히 린츠 시내를 걷는 일이 거의 연중행사인지라 마눌은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왜 남편과 린츠시내를 연중행사로 걷냐구요?

우리부부가 린츠시내에 나갈 일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쇼핑은 우리 동네에 린츠에서 제일 큰 쇼핑몰이 있으니 자전거타고 가서 해결하고,

놀러 린츠 시내로는 안 나가는지라, 이렇게 병원이나 새해 불꽃놀이를 보러 옵니다.

 

시내를 걸으면서 (무뚝뚝한) 남편이 손을 잡아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란히 걸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은 마눌입니다.

마치 데이트 하는 거 같아서 말이죠.^^

 

아침에는 정거장에서 주운 차표로 시내까지 공짜로 들어왔는데..

거리에서는 “밀카 신제품“ 홍보하는 청년을 만나서 과자를 공짜로 받았습니다.

 

초코과자도 하나도 아닌 3종 세트를,

한 세트도 아닌 두 세트로, 남편 몫까지 챙겨서 받았죠.^^

 

이 날 생긴 두 번째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남편이랑 시내를 누빈다고 깔 맞춰서 차려 입은 거까지는 좋았는데..

요 며칠 가을 날씨였던지라 해는 떠도 바람은 쌀쌀한 날씨.

 

바람이 차가워서 아랫배가 냉해지는지라 얼른 배를 감쌀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위에 입을 거 하나 사려고 들어간 옷가게에서 3번째 기분좋은 일을 만났습니다.^^

 

세일 폭도 크고, 두툼한 겨울옷은 싸게 파는지라 위에 걸칠만한 도톰한 옷 하나 건질까 싶어서 들어간 옷가게. 대박 물건을 건졌습니다.

 

세일해도 3~4유로는 줘야 스웨터나 위에 가볍게 입는 카디건을 사지 않을까 했었는데..

내가 고른 제품은 단돈 1유로짜리 밝은 회색 카디건.

 

세일중인 여성복 매장인지라 여성들만 바글바글한 가게여서 남편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따라 들어와서 마눌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남편인지라 후다닥 물건을 고른다고 골랐는데, 남편도 마눌이 고른 물건을 보고 많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자기가 맘에 든다는 제품을 골랐는데 가격은 단돈 1유로.

 

복슬복슬한 겨울 스웨터용 원단이라 냉한 아랫배를 감싸기는 딱이 여서 골랐습니다.

 

원래 옷을 사면 빨아서 입어야 하지만..

이날은 사자마자 배에 두르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날은 정말 운수가  골고루 대통인 날이었습니다.^^

 

차표를 주어서 공짜로 전차를 타고, 홍보맨을 만나서 과자도 공짜로 얻고!

거기에 맘에 드는 옷을 단돈 1유로에 구입하다니 말이죠.

 

마눌이 웃는 모습만 보고 싶어 하는 남편도 마눌이 좋아하니 덩달아 좋아했습니다.

 

생각 해 보면 뭐 그리 크게 이득을 본 것은 없는 날인데..

나에게는 “운수좋은 날”이라 기억되는 날입니다.

 

아마도 남편이 병원에 동행 해 줘서 기분이 좋았고..

남편과 함께 다니면서 일어났던 일들이라 나름 행복한 하루여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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