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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6 - 나보다 내 남편을 더 생각해주는 사람

by 프라우지니 2016.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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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 온 로스할매는 우리가 아니면 대화할 상대가 없는 것인지 항상 남편 주위를 맴돕니다.

 

가스통이 있을 때는 가스통과도 대화를 나누는지라 남편에게 자유 시간이 넉넉했는데..

가스통이 가고 난후에는 하루 종일 남편 주위만 돌고 또 돌고 하십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대답을 해 주기는 하지만, 남편도 웹사이트를 만드느라 바쁜데,

로스 할매가 시시때때로 말을 걸어오니 남편이 할매를 피해서 우리차로 돌아왔습니다.

 

남편도 성격상 그 상황이 싫으면 살짝 피하는 편입니다.

 

할매의 얼굴이 궁금하신 분은 여행기 674회를 살짝 보시라!^^

(얼굴 제대로 보여주지도 안음시롱~^^;)

 

 

 

 

문제는 남편이 차에 있음 할매나 남편을 찾아서 우리 차로 옵니다.^^;

 

이날따라 남편 몸도 안 좋았던지라 남편이 차에서 오후 내내 쉬었습니다.

부부가 나란히 나른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차로 오셔서 뜬금없이 한 말씀하고 가십니다.

 

“오늘 저녁은 내가 치킨을 할까 해. 같이 먹지?”

 

시간이 있느냐? 함께 먹어도 좋겠느냐? 메뉴는 치킨인데 괜찮냐?

이런 물음은 생략하고 당신이 하시고 싶은 말만 하시고 가십니다.^^;

 

로스할매 요리 솜씨가 없어서 웬만하면 안 먹고 싶은디...

 

얼마 전에 소시지&고구마 구이에 소스를 한번 하셨었는디..

가공된 소시지와 고구마를 굽고 양파소스를 하셨는데, 그 맛이 쫌 그랬습니다.^^;

 

일단 저녁을 하신다고 했지만, 이 분의 특징은 달랑 요리 하나만 하신다.

그래서 사이드로 함께 먹을 음식은 제가 장만해야 합니다.

 

 

 

 

로스할매는 말씀하신 치킨 닭다리 구이와, 소스를 준비하셨습니다.

 

외국 사람의 특징이죠.

초대라고 해도 절대 넘치게 요리를 하는 법이 없죠.

 

3인분이라고 닭다리 6개를 준비하셨습니다. 1인당 2개씩 먹어야 하는 거죠.

 

초대라고 해도 아무것도 준비 안 했다가는 닭다리 2개만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픈 상태가 되는지라 괜히 열 받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 저만 그런가요? 전 닭다리 2개가 절대 한 끼는 될 수 없는 아낙입니다.

최소 4개는 먹어야 배가 조금 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제가 넉넉하게 만든 주먹밥이랑 양배추 코울슬로 샐러드가 있어서 나름 영양 면에서 만족스러운 한 끼가 탄생했습니다.^^

 

 

 

내 접시에 퍼온 한 끼입니다.

 

1인분인 닭다리 2개에 어떤 소스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소스까지 가져오기는 했는데..

닭이랑 소스가 참 많이 안 어울리는 조화였습니다.

 

남편은 맛 없으면 안 먹는 스타일인데...

닭다리 2개중 한 개만 먹고, 나머지는 끝까지 접시위에 두더라고요.

 

말로는...

 

"배가 불러서.."

 

저녁식사가 끝낸 후에 접시위에 남아있던 치킨은 나중에 먹겠냐고 물어보니..

딱 한마디 했습니다.

 

"버려!"

 

원래 남편이 음식을 버리는 성격은 아닌데..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나봅니다.

 

치킨에 소금, 후추 뿌려서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을 이래 맛없게 만들기도 힘든데..

로스 할매는 참 특이해도 너무 특이하신 할매이십니다.^^;

 

저녁이 끝나가니 로스 할매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오늘 테오가 아프다고 해서, 내가 슈퍼에 간 김에 딸기를 사왔어."

 

요새 슈퍼에 딸기가 세일 중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2팩에 5불)

장보러 가신김에 사오신 모양입니다.

 

 

 

로스 할매의 성격상 사오셨다고 예쁘게 씻어서 내놓는 건 안하십니다.

그냥 딸기 박스째 식탁위에 놓으신지라..

 

제가 얼른 씻어서, 썰어서, 설탕까지 살짝 뿌려서 내왔습니다.

 

내 신랑이 아프니 비타민이 필요하다고 딸기를 사오신건 참 감사한데...

나보다 더 내 신랑을 챙기시는 것이 참 그랬습니다.

 

나보다 더 내 남편을 감시(?) 하시는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나한테만) 절대 친절하지 않는 로스 할매랑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자꾸만 늘어납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에 조금 더해서 함께 먹는 건 상관없지만, 할매가 "식사 초대"를 할까봐는 조금 무섭습니다. 또 어떤 (맛없는) 음식으로 또 우리를 고문할지 모르니 말이죠.

 

이것이 참 그렇습니다.

 

제가 먹는 걸 좋아하는 아낙이나 맛있는 음식초대면 언제나 환영인데..

맛없는 음식이면 이것이 사양하기도 그렇고, 매번 초대에 응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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