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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73 - 남편과 여행하는 법

by 프라우지니 2016.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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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어려운 것이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20대 후반에 3달간의 배낭여행을 하면서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지인(언니)을 잃었습니다.

 

하루 중 몇 시간만 만나서 즐거운 수다를 떠는 것과는 달리, 여행은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다 보니 일상에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면서 실망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내가 동생이여서 보살펴 달라는 말은 아니었지만, 둘의 여행이니 둘이 같이 계획을 짰음 좋겠구먼,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내지 않기 위해 잔머리를 쓰는 그녀를 보면서 내가 알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들인지라 많이 실망을 했었습니다. 그녀 또한 나의 어떤 모습에 실망을 했겠지요.

 

그렇게 5년 넘게 쌓았던 (우)정이 단 3달 만에 작살이 난적이 있었습니다.

 

남편과는 연애 기간에도 길고 짧은 여러 종류의 여행을 다녔었고, 여행 중에 크고 작은 전쟁을 수없이 치렀었습니다. 하지마 서로 다른 성격 덕에 여행의 끝이 “헤어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기간이 며칠, 몇 달을 지나 기간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스트레스의 레벨도 높아지죠.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고 사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모든 것을 계획해야 하고, 지출해야 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눌을 심심풀이 스트레스 해소용 마루타로 생각하시면 곤란 한거죠.!^^;

 

제가 남편과 보낸 뉴질랜드 길 위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나또한 남편에게 심통을 안 낸 적은 없었겠지만),

남편이 시시때때로 부리는 심통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났었습니다.

 

이때는 남편이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이 정말 그리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했다가 저녁에 오면 다시 밥 먹고 TV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을 자는 단순한 일상에서는 남편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었는데, 24시간을 붙어있어야 하는 지금은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여행하면서 부부가 부딪히는 것이 우리부부 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행을 해야 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부부싸움 대차게 하고 여행을 끝낼 수도 없는 일이고.. 싸워도 여행은 계속해야하는 거죠.

 

저희부부도 참 많이 싸우고, 마눌은 참 많이도 소리치고, 울었더랬습니다.

어떤 날은 일기장에 한가득 남편 욕을 써놓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당시 남편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그때는 왜 나한테만 짜증을 내나 하는 마음에 참 많이 속상했더랬습니다.

 

하루 종일 낚시를 했는데 아무것도 못 잡으면 괜히 트집을 잡으면서 심통을 내고,

웹사이트 디자인을 하루 종일 했음에도 이뤄놓은 것이 없으면 또 심통을 내고,

이동 중에 마눌이 지도를 잘못 읽어서 방향이 틀렸으면 또 성질을 있는 대로 내고,

 

심통을 내는 이유가 보이면 해결하기가 쉬운데...

 

분명히 낚시 때문에 심통이 났는데, 괜히 야채 통을 뒤집어서는 왜 이 야채는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요리를 안 했냐고 잔소리 30분.

 

 

그럴 때마다 남편을 버리고 혼자서 산책을 나서야 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혼자서 열심히 남편 욕을 하는 거죠.

 

“웃기고 앉아있네. 왜 고기를 못 잡아서 심통이 났다고 말을 못 해?

죄 없는 마눌을 그렇게 못살게 굴면 재미있남? 인간이 왜 그 모양인지 원!

언제 초딩 수준을 벗어나려나?”

 

물론 이렇게 얌전하고 고상한 욕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내 마음이 후련해질 때까지 심하다.. 싶은 욕도 했었고..

 

가끔은 너무 열이 받아 울기도 했었습니다.

남편이 여행하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마눌에게만 풀어놓는 거 같았습니다.^^

 

 

웬만하면 남편과는 거리를 두려고 노력 또한 많이 했습니다.

남편이 건물(식당, 주방, 거실들이 있는 홀리데이 파크내의 편의 시설)내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나는 차 안에 있고, 남편이 차로 돌아오면 난 다시 건물로 들어가고, 둘이 함께해야하는 이동 시간이 아니라면 남편과 붙어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떨어져있는 시간만큼 남편이 잔소리 하는 시간도 줄어 들테니 말이죠.

 

물론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제 남편처럼 깐깐하고 계획 철저한 성격은 아닐 겁니다.

 

조금 덜렁거리는 성격의 남편이라면, 마눌이 짜는 계획에 따라서 움직일 테니 잔소리는 안 할 거 같기도 하지만,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만 들어오던 남편과 24시간 붙어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종류는 다르지만 비슷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행 중에 싸워서 이혼했다는 부부이야기는 못 들어봤지만, 이혼으로 갈수도 있는 것이 극단적인 부부싸움이기에 여행 기간 중에 아내가 얼마나 현명하게 부부싸움을 하느냐에 따라서 행복한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여행 중에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내 속이 터져도 싸움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내의 본분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여행을 끝내고 돌아 봤을 때야 내가 했던 행동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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