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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동생

by 프라우지니 201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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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습하는 요양원에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들이 단기 알바를 나왔습니다.

 

어리다고 해서 완전 어린 나이들은 아니구요. 대부분은 마투라(대학입학 자격시험)를 보고 대학에 들어갈 준비가 된 고등학생이거나,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방학기간동안 요양원으로 알바를 나왔습니다. 요양원 알바가 다른 알바에 비해서 보수가 좋은 편이여서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학생들 알바라는데, 보수가 얼마나 좋길레 인기가 있냐구요?

 

우리 요양원에 온 고등학생들이 받는 월급은 한 달에 900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실습생인 제가 받는 월급이 한 달에 300유로(그나마 내 손에 쥐는 돈은 200유로)인데 비해서 고등학생 알바임에도 그들이 받는 월급은 상당합니다. 한두 달 일해서 휴가를 가거나, 그들이 사고 싶었던 걸 산다는 것이 일을 하는 이유더라구요.

 

방학기간 중에 알바를 온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도, 그들 또한 오스트리아 사람인지라, 그들이 외국인인 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일반 오스트리아 사람들하고 다르지 않습니다.

 

긍정 혹은 부정중 하나죠!

실습생인 저와 알바생들은 같이 일을 하지만 그들이 항상 호의적이라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알바생들이 요양원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은..

어르신들을 간호하는 전문적인 일은 아니구요.

 

매 끼니 음식을 어르신들에게 배분하고, 세탁된 옷 각방에 갖다드리고, 식사가 끝난 테이블 치우고 등등등. 일종의 도우미 정도의 일을 합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어르신들의 몸을 만지는 일은 허락이 안 됩니다.

 

실습 5개월 차인 저는 어르신들을 간호하는 일을 합니다. 혼자 식사 못하시는 어르신 같은 경우는 음식을 먹여드리고, 어르신들 몸 씻겨드리고, 화장실에 가시는 분 보조 해 드리고. 알바랑은 조금 다른 종류의 일들을 합니다.

 

하. 지. 만.

저는 발음도 조금 이상하고, 다른 이와 다른 조금 튀는 외모 덕에 어디에 있어도 외국인이죠!

 

우리 집(요양원이?)에 온 손님이니 알바생중에 한명은 다니엘에게 제가 먼저 물어봤었습니다.

 

“고등학생?”

“아닌데요. 마투라 보고 이제 대학 가는 데요!”

“대학은 린츠에 있는 대학을 가남?”

“아닌데요, 그라츠에 있는 공대에 가는데요.”

“그라츠 공대? 내 남편이 그라츠 공대 나왔는데, 우리도 그라츠에 살았었거든.”

 

내 남편의 후배가 된다고 하니 괜히 반가워서 아는 척을 했었지만..

일부 알바생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다니엘도 저와 말 섞은걸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요양원의 일부인 직원인지라 한 알바생의 반응보다는 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가 젤 먼저 하는 말!

 

“오늘은 누가 내 엄마야?”

 

실습생인 항상 기존 직원 중 한사람과 근무를 하는지라 저는 그들을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제가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50대 후반에서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지라, 내가 “엄마”라고 해도 거부감보다는 저를 살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물론 한국문화에 대해서 설명도 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친구의 엄마도 나에게 엄마이고, 친구의 이모나 고모도 나에게는 이모나 고모가 되고, 친구의 할머니도 나에게 할머니가 되시고,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나에게 언니가 되고, 나보다 어리면 동생이 된다. 실습생인 나에게 하나하나 가르치는 당신들은 지금 나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다.”

 

서양인의 생각으로는 참 이해가 안가는 가족관계입니다.

서양인들은 “할머니”라는 단어도 자신의 할머니가 아니라면 “할머니”보다는 “XXX 부인”이라고 부르는데 반해서, 한국에서는 내 할머니이건 아니건 연세가 있으시면 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부르고, 자주 가는 식당 주인아주머니도 어느새 “이모” 나 “고모”로 부르게 되니 어느새 “가족”아닌 “가족”이 되어버리죠! 정말로 이상한 가족관계이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성립이 되는 가족관계죠!^

 

그렇게 며칠 지나면서 조금씩 다니엘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찬바람 쌩 불듯이 지나치는가 싶더니만, 가끔씩 내 옆에 와서 말도 걸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잠시 시간이 비는 오후!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 옆에 제와 다니엘이 나란히 앉아있으니 어르신이 저에게 물어오셨습니다.

 

“옆에 잘생긴 청년은 누군고?”

“제 동생이잖아요! 잘 생겼죠?”

“그래? 아주 잘 생겼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치매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얼굴인지라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대답을 했었었는데...

그날부터 다니엘이 절 볼 때마다 “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나이로 보자면 “누나”보다는 “이모”“고모”가 맞을 나이인데 말이죠.(아닌가 엄만가?^^;)

 

그리고 다니엘이 한 달간의 알바를 끝내는 날!

같은 시간대에 근무를 한지라 퇴근시간이 같은 다니엘을 퇴근 전 밖에서 잠시 만났습니다.

 

한 달간의 인연이지만 누나, 동생 사이였으니 인사 정도는 해야죠!^^

 

“잘 가! 인연이 있으면 2년 후쯤에 그라츠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리와! 내가 우리 꼬마(내가 그에 비해 한참 작으니) 누나 한 번 안아 줄께!”

 

 

 

인사하고 사라져가는 다니엘의 뒷모습입니다.

 

 

다니엘은 그렇게 누나치고는 나이가 아주 많은 아낙을 꼭 안아주고는 마지막 퇴근을 했습니다.

 

“잘 가, 내 동생! 근무하는 동안에 오가면서 많이 웃어주고, 서로 힘을 주는 말을 해줘서 고맙고, 날 누나라고 해줘서 고맙고, 내 동생이 돼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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