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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어둠속에서 아침식사를!

by 프라우지니 201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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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를 마치기 전에 한 과목에서 “어둠 속에서 아침(식사)를”이라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떤 아침 메뉴가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우리학생들이 지불한 돈은 1인당 6.50유로!

 

사실 이 정도의 금액이면 썩 훌륭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가격이기에 메뉴가 조금 궁금하기는 했었습니다. 아침을 먹으로 입장하기 전에 사람들이 저마다 아침메뉴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 했죠!

 

“난 커피 안 마시는데, 당연히 차는 있겠지?”

 

“난 카모마일이나 민트 차는 아침에는 안 마시는데 그게 나오면 어쩌지?”

 

“난 햄도 살라미 햄은 안 먹는데, 다른 햄도 있겠지?”

 

어떤 메뉴를 만나게 될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 전원이 모이고,(불량반 답게 절대 시간을 넘기는 것은 기본에다가 늦게 오면서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인간들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됩니다.^^;) 선생님과 함께 우리가 들어가게 될 장소(아침을 먹게 될)앞에서 우리를 안내할 한 여성분을 만났습니다.

 

저는 “어둠속에서 아침”이라고 해도 정말로 깜깜할꺼라고는 생각지 않고, 눈에 안대를 가리지 않을까? 했었었는데..

 

정말로 실내는 깜깜했습니다.

우리를 안내하신 여성분은 한 번에 두 명씩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죠!

 

제가 들어갈 때는 저는 여성분의 팔을 잡고, 나랑 같이 들어간 M은 내 팔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 후, 여성분이 내가 앉을 의자를 내 손으로 확인시켜줘서 겨우 자리에 앉은 후에는 옆에 혹은 앞쪽에 앉은 사람들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확인하고, “누구냐!”고 물어봐서 상대방을 확인했죠!

 

우리 반 학생들이 모두 입장하고, 여성분은 아침식사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앞에 접시가 있고, 빈 찻잔이 있고, 그 앞으로 빵바구니가 있으며, 좌측으로는 휴지통이 있고, 우측으로는 빵 발라먹을 여러 종류의 잼, 치즈, 발라먹는 햄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 앞에 놓은 여러 가지 발라먹는 종류들을 구분하는지를 알려주셨죠!

 

“버터는 네모반듯하고 조금 딱딱하며 종이에 포장이 되어있고, 잼은 직사각형의 용기이며, 얇은 플라스틱이라 앞뒤로 누르면 눌려지며, 누텔라는 유난히 버스럭거리는 소리로 구분하고, 동그란 용기에는 발라먹는 햄(간 고기)류가 들어있으며, 조금 둥근 듯 생각되는 용기에는 치즈가 들어있다고!

 

어둠속에서 제일 곤욕스러웠던 것은 나에게 온 보온병에 담긴 차를 내 잔에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컵에 물 같은 것을 따를 때는 손가락 하나를 컵 안에 넣어서 대충의 량을 가름하게 되는데...

 

찻잔 안에 손가락을 넣고서 차의 용량을 대중하기에는 차가 무진장 뜨겁죠!^^;

덕분에 여기저기서 “앗 뜨거!”하는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뜨거운 차에 손가락을 데었으니 비명이 저절로 나올만한 상황이고 말이죠!^^;

 

저는 가능하면 손가락 사용을 자제하고 차를 조금 따르고는 손바닥을 찻잔위에 대서 열기가 어느 정도 가까운지 짐작을 해 보려고 했지만, 어려운지라 결국은 차를 마시면서 어느 정도 차가 들어있는지 짐작을 했습니다.

 

어둠속에 앉아있는 사람들에 제각기 차를 따르고!

이제는 식사시간!

 

손에 잡히는 빵을 칼로 반 가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데,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빵위에 버터 바르는 것은 생각보다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저는 버터를 아주 소량만 바르는데, 보이지 않으니 내가 바르는 버터가 빵 전체에 골고루 발라지는지 알 길도 없고 말이죠!

 

각자에게 주어진 빵 2개에 이런저런 것을 발라서 먹고, 차도 마시는 시간동안 안내하시는 분들은 어둠속에서 우리들 주변을 종횡무진하시면서 필요하다는 것을 열심히 갖다 주셨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안내하신 분은 우리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안내인이 어둠속을 종횡무진하시면서 서빙을 하신지라 제가 젤 먼저 질문을 했습니다.

 

“저, 혹시 적외선 안경 같은 거 쓰고 계신가요?

그래서 어둠속에서도 우리를 전부 보실 수 있는 거죠!”

“네, 저는 여러분들이 전부 보입니다. 제 바로 앞에 계신 분은 지금 웃고 계시네요!”

 

사실 TV에서 상업적으로 이런 장소를 운영하는 곳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데이트 프로그램인데 생전 처음 보는 남녀가 깜깜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거죠! 물론 이걸 적외선 카메라가 비춰주고, 서빙 하는 웨이터도 당근 적외선 안경을 쓰고 있고요.

 

아마도 제가 이걸 본적이 있어서 우리를 안내하신 분도 그 적외선 안경을 쓰고 계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누텔라가 없다. 잼이 없다, 빵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그들이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갖다 주셨으니 말이죠!

 

 

아침식사를 끝내고 불을 켜서 우리가 어떻게 아침식사를 했는지 확인했던 순간입니다. 보기에는 참 심플한 밥상인데, 이곳에 처음 온데다가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니 더 많이 덤벙댔던거 같습니다.^^

 

보인다고 말씀하신 안내인은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마음의 눈으로 본답니다. 실제로 저는 보이지 않아요!”

 

이쯤 되니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합니다.

“아까 밖에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안내를 해주실 때 저랑 눈이 마주쳤었는데, 정말로 안 보이세요?”

“네, 저는 20대 초반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실명을 했답니다. 그리고 20년을 넘게 살아왔죠!”

“제가 질문을 할 때 저를 똑바로 쳐다보셨었는데...”

 

우리들을 안내 해 주신 이 여자 분이 우리들에게 설명을 해주실 때 우리들을 똑바로 돌아가면서 쳐다보셔서 저도 “우리가 보이나?”로 생각했었습니다. 실명 정도에 따라서 사람의 형상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죠!

 

20년 넘게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안내인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셨습니다.

우선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지 후천적인 시작장애인지를 구분하는 법부터 알려주셨죠!

 

선천적인 시작장애인 같은 경우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귀를 기울인다고 합니다.

후천적인 시각장애인 같은 경우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말하는 상대방과 눈을 맞추는 거죠!

실명이 되었다고 해도 실명이 되기 전의 습관이 있는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사람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구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작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도 알려주셨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계단 앞에서 한번 쉰 후에 안내인이 발꿈치를 들어서 키를 약간 키우면 “아! 계단을 올라가는구나!” 계단 앞에 서서 한번 쉰 후에 무릎을 살짝 굽혀서 키를 낮추면 “아! 계단을 내려가는구나!”하며,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간 후에는 항상 한번 쉬어줌으로서 계단이 끝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라고 말이죠.

 

시작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할 때는 안내인의 팔을 잡게 하는 것이 좋으면 길이 좁아질 때는 안내인의 팔을 등 뒤쪽으로 하면, 시작장애인이 의식적으로 옆으로 서면서 공간을 줄여서 좁은 길을 통과하게 되며, 실제로 우리 앞에서 안내인의 팔의 동작에 따라서 시작장애인들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도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에 거리에서 시작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은지 물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 시작장애인을 전차 정거장에서 만나면 전차가 올 때 살 짝꿍 그분 뒤에 가서 ”지금 들어오는 건 3번 전차예요!“하고 알려주는데 이 방법은 괜찮은가요?” (린츠의 전차 정거장에는 안내방송이 없습니다.^^;)

 

제가 하는 방법이 틀리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면서 안내인 자신이 제일 싫어하시는 행동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어깨나 팔을 불쑥 잡는데, 저는 정말 그거 싫어해요. 옆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팔을 잡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난후에 잡아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어깨에 손이 올라오고, 팔뚝에 손이 올라옴과 동시에 ”도와줄까?“ 하는 건 정말 사양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 몸에 손대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시각장애인이 전차 정거장에 혼자 서있다고 해도 그것이 전차를 기다릴 수도 있고, 친구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웬만하면 시각장애인 자신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는 도와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제가 다시 제 실습요양원으로 돌아가면 그곳에 계신 한 분께는 전과는 다르게 대할 거 같습니다.

환갑 넘어서 시각을 잃으신 80대 할매가 한 분 계신데, 저는 항상 그분의 팔을 덥석 잡은 후에 말을 했었거든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이 “요양보호사”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불쑥 다가오는 손은 만져짐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이제 조금 조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빵 2개 30센트, 차 한 잔 50센트, 빵 위에 발라 먹은 거 다 합쳐도 2유로 될까말까한 아주 저렴한 아침식사였지만, 6.50유로를 내고도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제가 단 두시간만에 넘치도록 많은 정보를 얻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시작장애인이 정상인을 상대로 그들의 불편한 혹은 실제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서 “체험”하게 하는 곳이 두어 곳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곳에서 한번쯤 어둠속에서 어떻게 식사를 하는지, 아주 단편적인 체험만으로도 시작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인식이 많이 달리질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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