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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치매과 관한 만화“ 에 대한 나의 생각, 치매에 대한 고찰,

by 프라우지니 2019.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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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인기가 있었던

동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신이 늙기 전에

봐야 할 애니메이션”

 

왜 늙기 전에 미리 이 애니메이션을 봐야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클릭해서 보게 됐죠.

 

2011년 작품인 “노인들”은 스페인 애니메이션으로
2008년에 스페인 만화상을 수상한
파코 로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2012년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만화의 내용은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에밀리오가
아들에 의해서 요양원에
들어가 겪게 되는 일들이죠.

요양원에서 일을 하는 저는
만화 속의 상황들은 다 만나봤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여러 종류의 치매를 앓으시거든요.

 

파킨슨 치매는 공격적으로 변해서

직원을 때리기도 하는데,

어르신 방에 약 드리러 갔다가

문 뒤에 숨어 있다가 날리는 어르신의

주먹을 맞고 넉다운이 돼서 실려 갔던

동료(여)도 있었고요.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증상들은 치매의 흔한 증상입니다.

 

그리고 늙기 전에 이 만화를

본다고 해서 치매를 예방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https://www.youtube.com/watch?v=BHvzn_hhDac 에서 캡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치매의 단계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 1단계

자신이 치매인 것을 인식한 상태로
현실 불만족을 드러냅니다.

모든 것에 대한 불평을 하는 단계죠.
시시때때로 화를 냅니다.

 

- 2단계

증상이 깊어져서 정신을 놓기 시작합니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죠.

벽에 뭘 바른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변이라는 인식은 못합니다.

단지 손에 뭔가가 묻었으니
그걸 닦아내려는 시도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 3단계

이 단계가 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먹고, 씻고, 싸고“  전부 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이 단계는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가령“안녕하세요~”
하루 종일 말 한다던가,

같은 행동을 하루종일 반복하죠.

 

- 4단계

치매의 마지막은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말도 못하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거나 눈을 쳐다보는 정도인데,

눈을 쳐다본다고 해서
상대방을 인식하는 건 아니고,
그냥 소리가 나니 쳐다보는 거죠.

 

 

모든 치매 환자들이 전부

4단계까지 다 거치는 건 아닙니다.

 

치매 환자가 어느 단계에서

돌아가실지는 아무도 모르죠.

 

2단계에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3단계에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4단계 상태에서도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동안의 제 경험으로 보자면 ....

단계 별로 진행되는 시간도 각자 다릅니다.

 

2~3단계로 넘어가는데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몇 달 만에 진행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저도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치매에 걸려서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과연 사는 것인지..

 

내 제정신으로,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지..”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낼 모래 백 살을 바라보시면서

제정신으로 살고계신 분들이

우리 요양원에는 몇 분 계십니다.

 

(올해 백 살 생일을 치르시고

돌아가신 분도 계시네요.)

 

 

 

90대 후반에 제정신으로 사시는 건 좋은데,

이제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힘드십니다.

 

이래저래 이제는 그만 살고 싶은데,

죽고 싶다고 죽어지는 삶이 아니니

하루하루의 연장이죠.

 

절망 속에 사는 하루하루입니다.

 

아들도 먼저 하늘나라로 갔고,

손주들도 먼저 간 하늘인데..

왜 나만 이렇게 오래도록

이 땅에 살아야 하는지!

 

올해 98살 되신 할매 한 분은

매일 기도를 하신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만 숨 쉬고 싶으니
제발 데리고 가 달라고!”

 

이분들에게

“개똥으로 굴려서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제정신을 챙기고 사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매일 “죽여 달라“ 는 기도를

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어쩌면 “치매”에 걸리신 분들은 적어도

돌아가실 때까지 “절망감”은 없지 싶습니다.

 

치매라고 해서 정신 줄을

완전히 놓는 건 아닙니다.

 

책꽂이에 빽빽하게 꽂혀있던

책이 빠지면 책이 옆으로 넘어지듯이

인생의 어느 부분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거죠.

 

대부분은 어릴 때 추억이나 젊을 때

추억을 끝까지 가지고 갑니다.

 

“학교를 가야하는 10살짜리”가 되기도 하고,

“직장에 일하러 가야한다”

청년이 되기도 하면서 그분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살고 계십니다.

 

 

 

“치매“가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요양원으로 몰리는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치매가 걸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2층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공간”

으로 묘사가 됐는데...

 

제가 위에서 설명한 3~4단계의

환자가 머무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혼자서 거동을 못하니

침대에서 생활을 하거나,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게 되는 단계.

 

이 단계에는 “먹고, 씻고, 싸고“

전부 타인의 손이 필요하죠.

 

젊은 사람들이 생각은 “치매 걸려서

추하게 여생을 보내느니 그냥 일찍 생을

마감하는 방법이 더 좋겠다.“

싶을 수도 있지만,

 

제가 현장에서 보는 ”치매 환자“들은

만화에서처럼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한 방을 쓰는 사람이

“내 물건을 훔쳐갔다.”

의심을 해서 싸움도 하고,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나에게 “엄마, 할머니”하는 순간도 있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늙기 전에 이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미리 준비할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죠.

 

우리 삶은 그저 앞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치매에 걸려서 정신줄 놓고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제정신으로 백 살을 바라보면서

매일매일 “죽여 달라”는 절망의 기도 또한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우리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자면..

요양원에 있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자식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천차만별입니다.

 

매일 혹은 일주일에

몇 번씩 찾아오는 자식들도 있고,

요양원에 머무시는 아버지를 매주 일요일에

집으로 초대해서 “집밥“을 해 드리는 딸도 있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자신들의

휴가에 모시고 가는 아들도 있지만,

몇 년이 되도록 찾지 않는 자식들도 있죠.

 

이건 가정교육의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보는 요양원은

끔찍한 곳일 수도 있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단지 나이가 있어서 혹은 장애가 있어서,

혼자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그런 곳이죠.

 

이곳도 기쁨이 있고, 슬픔도 있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로의

손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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