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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백세주와 나의 예비 시아버님

by 프라우지니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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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외국인이다.

굳이 나라를 대라고 한다면 유럽에서도 독일 옆에 자리하고 있고,

독일과 같은 독일어를 쓰고있는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이다.

 

나는 지난해 여름에 남자친구를 방문할 때 예비 시아버님의 위해서는 백세주를 준비했었다.

 

벌써 서너번의 방문이 있긴 해지만, 아직은 내가 느끼는 예비 시부모님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도 먼 분들 이였다.

부모님 댁에 방문해서 백세주 박스를 내려놓으니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박스를 열어보신 아버님이 한 말씀 하셨다.

‘ 이거 미니어처냐?’ 하긴 큰 와인병만 보면서 살아오신 그 분께 한국의 백세주의 크기는 정말로 귀엽게 보이기엔 충분한 그것 이였다.

 

백세주 박스를 이리저리 살펴보시던 아버님은 한켠에 있는 검은 머리의 청년이 백발노인의 종아리를 때리는 그림을 발견하시고는 나에게 물어 오셨다. 한국에서는 아들이 아버지를 회초리 드는 경우가 있냐고…

그 그림은 외국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생소하고 그런 생각을 하시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때부터 난 백세주의 이름의 뜻부터 백세주를 마신 아버지는 백발에서 다시 검은 머리가 나는 동안 백세주를 마시지 않은 아들은 나이가 들어서 백발이 된 것이고, 이것을 마음 아파한 아버지가 아들의 종아리를 때리는 것이라고 아주 천천히 말씀 드렸다.

하긴 아무리 천천히 말씀 드려도 아버님이 이해하실 거란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았다.

그분이 생각하시기에 백발을 검게 만들려면 염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고, 유일한 방법인데,

술 마셔서 머리가 다시 검어졌다니..

정말이지 그분에게 있어서 그 일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일이였다.

 

아버님께 백세주는 그냥 술이 아닌 약술이 개념이니 두고두고 드시라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와 쇼핑을 갔다가 집에 가보니 같은 동네에 사시는 아버님의 형제분 들이 마당에 모여 계셨다.

아버님은 냉장고에 넣어서 차게 만든 백세주를 그분들과 함께 드시고 계셨다.

 

내가 집에 들어서니 아버님은 형제분들께 내가 해드렸던 설명을 조목조목 해드리면서 백세주 시음을 시작하셨다.

아버님과 형제분 들의 백세주를 드시는 방법은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와인 잔에 따라서 향을 음미하고, 그 향에 대해서 서로 말씀을 나누시고, 한 모금 한 모금 드실 때 마다 백세주의 맛에 관해서 한마디씩 하셨다.

 

한국의 ‘원샷’ 만을 봐왔던 나에게 와인이 아닌 술을 그렇게 음미하면서 드시는 모습은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였다.

그렇게 조금씩 드시던 백세주 6병은 금방 동 나 버렸고, 백세주병의 작은 크기가 그렇게 원망스러운 적도 없었다.

 

아쉽게 끝나버린 백세주 파티가 끝난 후 아버님은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말씀하셨다.

‘아가야! 네가 나 혼자 먹으라고 사다 준 술이지만, 난 여러 사람과 나눠먹어서 행복했다. 미안하다! 하셨다.

난 아버님의 손을 꼭 잡아드리고 웃었다.

 

난 안다. 아직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형제분 들에게 예비 며느리의 나라를 알리고 싶으셔서 선택하신 방법 이였다는 것을.

아버님께서 꼭꼭 감춰두셨던 나의 대한 사랑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순간 이였다.

이번에 다시 아버님을 뵈러 갈 때는 좀 더 많은 백세주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버님의 그 인자하신 모습이 그립다.

 

 

결혼하기전에 써서 백세주 한박스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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