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고 해도 연차에 따라 받는 월급의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하는 일이 다른 것도 아닌데 말이죠.

 

나와 같은 일을 하지만 20년 정도 근무한 내 동료는 나보다 500유로정도 월급을 더 받죠.

그렇다고 내 동료가 나보다 일을 더 하는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정직원 3년차이니 짧은 경력에 많지 않은 경험.

그래서 월급을 적게 준다는 건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도 받는 월급만큼 적은 건 아닙니다.

내 근무가 정해지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부지런히 다니죠.

 

1층이나 2층 근무에 들어가면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 있으니 경험 부족한 초보라고 괜찮습니다. 아리송한 건 물어볼 선배직원도 있고, 또 간호사도 있으니 겁나지 않죠.

 

하. 지. 만!

나 혼자만 근무하는 지층에 떨어지면 솔직히 불안합니다.

 

여기서 잠깐 알고 가는 우리와 다른 유럽의 층수!

유럽의 지층=한국의 1층.

유럽의 1층 =한국의 2층

유럽의 2층 =한국의 3층

...

유럽의 4층 =한국의 F층

 

숫자 4를 죽음과 연관하는 우리와는 달리 유럽은 그런 개념이 없죠.

그래서 4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합니다.

 

번호가 444번인 노선버스를 본적도 있습니다.

 

 

내가 봐도 모르겠는 건 1층에 근무하는 간호사한테 전화를 해서 와달라고 부탁을 하죠.

 

내가 볼 때는 심각한 증상 같은데, “이거 별거 아니야~”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봐서 아리송한 경우는 일단 간호사에게 보입니다.

 

이번 달에 나에게 걸린 지층 근무는 3번.

종일 근무(10시간) 8번에 반나절 근무 한 번 (총 86시간)인데 지층 근무가 3번.

 

왜 풀타임(160시간=16일)으로 일하는 직원과 그 절반 일하는 직원의 지층근무 횟수가 같은 것인지.. 근무가 걸리니 하기는 하는데, 참 불만은 많은 지층 근무.

 

그래도 근무가 정해지면 해야 하지만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곳이죠.^^;

지층 근무에 관한것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100

피하고 싶은 힘든 근무. 지층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

이건 그냥 즐겨야 하는 거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제 생활모토입니다.

 

 

 

간만에 주어진 지층 근무를 하러 씩씩하게 출근 한 그날!

출근하면서 내가 근무하는 층의 근무자를 확인하고 급 “기분 좋음”

 

1층은 12명의 어르신이 계십니다.

 

지난번 근무 때는 달랑 9분만 계셔서 근무가 조금 수월했었는데..

짧은 기간에 3명의 어르신이 새로 입주를 하셨습니다.

 

두 분은 2주일 정도 짧은 요양으로 오신 분들이고,

한 분은 앞으로 하늘나라 가실 때까지 계실 분이죠.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12분의 간병(씻겨드리는..)을 끝내야 합니다.

이날은 2분이 목욕까지 해야 하는 날이죠.

 

치매 어르신을 욕조에 담가놓고 혼자두면 안됩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직원이 한 눈을 파는 순간에 사고가 일어나죠.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면서 간병을 해야 하고, 목욕도 시켜드려야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지만 근무는 해야 하는 날!

 

선배 직원들이 지층에 근무를 하는 날은 실습생을 붙여서 일손을 조금 덜어주기도 하지만,

나는 실습생을 맡을 “멘토”도 안 되는 처지라 나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

 

우리 병동의 책임자가 이날 나 위해 직원 하나를 더 투입했네요.

바쁜 오전시간에 나와 더불어 지층에 근무할 직원이 있는 거죠.

 

나는 저녁때까지 지층을 책임져야하니 오전 근무만 하는 그녀를 목욕탕으로 투입.

나머지 분들을 찾아서 방마다 누비고 다녔습니다.

 

 

 

발에 크림만 발라드리면 되는 분도 계시고!

온몸에 유분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드려야 하는 분도 계시지만!

최소한 이런 분들은 스스로 씻으시는 분들이라 나름 수월합니다.

 

혼자서 씻지 못하시는 분들은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옷을 다 벗기고, 씻겨드리면서 온몸에 혹시 생겼을지도 모르는 상처나 염증 같은 걸 확인하는 작업은 최소한 10~20분 소요되죠.

 

거기에 치매 어르신들은 대소변을 못 가리십니다.

아니, 치매가 아닌데도 대소변을 안 가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기 혼자 갈 수 있는데도, 직원의 손길이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시죠^^;

혹시 아랫동네에 냄새나는 상황이 벌어진 상태라면 시간은 더 필요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거의 매일 큰일을 봅니다.^^;

 

어르신 12명에 오전근무 2명이라 꽤 시간이 남아 돌 거라고 생각하는 동료직원도 있었지만,

나나 지층에 근무가 배치된 직원이나 나름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 둘 다 바쁘게 돌아다녔죠.

 

간병 일이라는 것이 씻는 건 건너뛰고 그냥 속옷이나 기저귀만 얼른 갈아주고 나와 버리면 12명이라고 해도 1시간도 안 걸리는 작업이 될 수도 있지만, 일일이 옷을 다 벗은걸 확인하고 씻겨드리고 하다보면 몇 시간도 부족한 작업입니다.

 

나 혼자 하는 근무였다면, 바쁜 오전시간에 속옷이나 기저귀만 갈아 드렸어야 했습니다.

2명 목욕 시켜 드리고, 나머지 10분도 오전에 간병을 끝내려면 그래야 하거든요.

 

할배들은 수염을 안 깎으면 덥수룩해지고 지저분해 보이니..

시간이 조금 나는 오후로 미뤄놨다가 면도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날라리 직원들이었다면 둘이서 노닥거리면서 수다 떠는데 시간을 다 소비하고,

간병에는 최소한 필요한 정도의 일(속옷이나 기저귀)만 했을 텐데..

 

나와 또 다른 근무자는 아주 바쁘게 오전을 보냈습니다.

점심때가 다가올 무렵에야 서로 잠깐 얼굴을 봤죠.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그녀는 나에게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둘이 같이 근무를 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을 다니느라 마주하지 못한 시간들.

우리는 둘 다 나름 만족스럽고 뿌듯한 시간을 보낸 거죠.

 

나 혼자 근무를 했었다면 시간에 쫓겨 건너뛰어야 하는 일들도 많았을 텐데..

둘이어서 모든 어르신들에게 골고루 시간을 분배하고 필요하신 것들을 다 해드린 시간들!

 

나와 근무한 직원이 땡땡이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해준 것이 고맙고!

나를 배려해서 또 다른 오전 근무자를 배치해준 병동 책임자도 고맙고!

 

내가 간병해야 할 12분의 어르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다 받으신 거 같아서 만족스러웠던 날!

가끔 이렇게 “보람찬 하루”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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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보시게 될 영상은 지난 1월2일에 다흐슈타인으로 갔던 1박 2일 짧은 여행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없는 겨울이었는데, 이곳에서 눈을 실컷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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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 2. 12. 00:00
  • 2020.02.12 04:2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2.13 03:51 신고 EDIT/DEL

      쓸데없이 수다떨 시간을 만드느라 내일에 소홀한것은 별로 원치 않습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수다를 떤다면야 상관이 없지만, 사실 그럴 시간은 전혀 없는곳이 내 일터이기도 하거든요.^^

  • 지니님매력에푹빠진 2020.02.12 08:39 ADDR EDIT/DEL REPLY

    마음 맞는 동료와 열심히 일하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되죠. 지니님 화이팅!

  • 지젤 2020.02.12 11:39 ADDR EDIT/DEL REPLY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ㅎㅎ오늘 이곳 뉴스에는 약 안먹으려는 치매할매를 때리고 쇼파로 밀쳐 상처입게한 요양사가 뉴스에
    나왔는데 다친할매도 안됐고 얼마나 힘들었음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그 치매라는게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오늘하루도 잘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2.13 03:53 신고 EDIT/DEL

      여기도 가끔 요양원이 고소를 당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왜 약을 먹였냐?" 뭐 이런 문제죠. 공격적인 어르신들 행복해지는 약을 먹여서 조금 더 순하게 만드는 작업을 너무 자주 하다보면 고소도 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을 거부하면 일부러 먹이려고 하지는 않는데 노력은 해보죠. 어르신들 때리는 요양보호사도 있지만 요양보호사들 때리시는 어른들도 있는것이 이곳의 현실입니다. 그래도 뉴스에 나오는건 한쪽의 폭행에 관해서만이죠. ^^;

  • 코토하 2020.02.12 20:08 ADDR EDIT/DEL REPLY

    요양보호사는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저같으면 엄두도 못내겠네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지니님은 훌륭하신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2.13 03:54 신고 EDIT/DEL

      겉으로 보기에는 "나는 절대 못 할일"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이안에 들어와보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싶어진답니다.^^

  • 호호맘 2020.02.13 12:51 ADDR EDIT/DEL REPLY

    친정 엄마가 허리를 다쳐 지난 연말 요양원에서 한달 계시면서
    못볼걸 많이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많이 먹은 만큼 대변을 많이 본다며 식사가 나오면 요양 보호사가
    치매 어르신들 밥그릇에 밥을 반씩 덜어서 버리고 있더랍니다.
    허리가 아프지 정신은 멀쩡하셨던 엄마는 그런걸 보고 있자니
    많이 괴로우셨다고. .
    지니님 처럼 성실하게 진심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환자를 대하는
    요양보호사를 만나는 것도 환자분들 입장에선 크나큰 행운이지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2.13 21:32 신고 EDIT/DEL

      한국과 이곳의 시스템이 조금 다른거 같아요. 여기서는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배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배출 안한지 3일이 넘어가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요거트에 잼을 섞어서 주기도 하고, 이런 자연적인 방법이 안되면 좌약, 들코락스같은 알약 등등등이 안되면 대장을 관장하는 일도 하죠. 아마도 이곳과 한국이 사용하는 물품이 많이 다른것도 있을꺼에요. 전에 실습가서 보니 한국은 정말로 1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근무를 하더라구요. 여기는 수술용 장갑을 매번 갈아끼거든요. 제가 하루에 사용하는 장갑이 아마도 100매짜리 한통은 될거 같아요. 이것도 다 돈이라 개인 요양원에서는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제대로 처리할수 있는 재료(장갑,면기저귀,물티슈, 새기저귀등등)들이 풍부하면 일하기 수월한데 이런것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일의 강도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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