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여정을 짜니 같은 도시라고 해도
사람마다 보고자 하는 곳은 다를 수 있죠.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같은 전시회
위주로 볼거리를 정할테고,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경우는
자신이 가는 도시나 마을의 “맛집”위주로
돌아볼 곳을 정하겠죠.
우리부부는 문화보다는
자연에 더 관심이 많으니 전시회나
박물관은 아예 갈 생각을 안 하고,
먹는 것도 우리가 방문하는 도시나
마을의 “맛집”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재료를 사서 우리가 직접 해 먹는
푸짐한 한끼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전국일주를
몇 번째 하고 있지만,
어느 도시/마을의 어느 음식이 유명하고
어떤 맛집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죠.
유명한 식당과는 담 쌓고
지내는 우리가 이번에 찾아간
맛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가 Fairlie페어리 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우리와 몇 번 어울려서
낚시를 했던 키위(뉴질랜드 사람) 노부부가
이곳은 꼭 들리라고 추천을 해줬죠.
가게 주인의 이름은
Franz Lieber프란츠 리버.
도대체 제과점 주인아저씨의 이름과
그 사람이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건
어디서 알게 된 것인지 제과점 주인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일단 남편의 흥미를 끈 것은 주인이
“오스트리아 사람”이라는 것!
오스트리아 사람으로서
같은 오스트리아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맛있는 파이를 만들고 있고,
그곳이 그리 유명하다니
“한번 가보지!” 한 거죠.
뉴질랜드에서 제일 맛있는 “파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추천 해 준 것은
“연어 파이”와 “돼지고기 파이”
“연어도 큼직한 것들이
들어있어서 완전 맛있다”
나는 파이도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파이의 페스츄리가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다고 하니 “가 볼까?”했었는데..
푸카키 호수 옆에서 연어를 파는
카페에 들려서 “연어 샌드위치”나
“연어 초밥”을 물어보니
자기네 매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건
“연어 회”여서 다른 건 구비하고 있지 않다던
직원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페어리 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직원이 신나서 해 주는 한마디.
“페어리 베이크하우스에서 만드는
“연어 파이”에 우리 연어가 들어가니까
그곳에 가시면 꼭 사 드세요.”
자기네 매장의 물건을
판매를 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페어리에 가면 자기네 연어를
넣은 파이를 판매하니 꼭 먹어보라는
친절한 직원.^^
그렇게 이중으로 “추천”을
받았으니 꼭 가보는 걸로..
페어리는 지나가는 길이라
가는 길에 사먹고 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구글 지도에 페어리 베이크하우스를
검색하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알려줍니다.
“이 업소는 이미 영업을 끝냈습니다.”
페어리에서 숙박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했었을텐데..
마침 페어리에서 1박을 할 예정이어서
그곳의 캠핑장에 들려서 첵인을 하면서
베이크하우스에 대해서, 그 주인장에
대해서 물어봤다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업은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하는데, 주인장은 새벽 2시에 나와서
장사 준비를 한다.”
장사가 되도 너무 잘되는 가게인데,
주인장이 초심을 잃지않고
새벽 2시부터 영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다니..
“가서 주인장 이름을 부르면 나올거다.”
사실 아무나 가서 부른다고
주방에서 일하다 뛰어나오는
사장님은 없는데,
이 분은 가서 “이름만 대면 만날 수 있다.”니
남편에게는 반가운 이야기였죠.
캠핑장 주인의 친절한 안내에
남편도 베이크하우스 사장님의
이름에 대해서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사장님의 성인 ‘Lieber리버’는
영어의 ‘Lovely러블리’라는 뜻이니
다음에 만나면 아는체좀 하라”
제과점은 새벽 6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제과점에 간 시간은 오전 7시경.
제과점으로 가는 방향에서
우리는 방금 구운 맛있는 빵 냄새를
제대로 맡으며 갔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고기류가 들어간
파이를 먹는 건 그렇고 해서
남편은 블루베리 케이크&커피를
아침으로 먹었고, 나는 뭘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제과점에서
파는 빵을 하나 샀죠.
사장님의 이름만 대면 매장으로
나오신다고 하더니만,
정말로 사장님이 나오셨습니다.
1980년대 이전에 뉴질랜드에
이민을 오신 사장님은 오스트리아 사람으로
남편이 대학을 나온 도시와 가까운 곳
출신이라고 하셨죠.
원래 요리를 하셨는지,
원래 제빵을 하셨는지는 모르겠고,
젊었을 때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 중에
우리의 지인이기도 한 카이탕가타의
캠핑장 주인 이름이 나와서 너무
놀랍고 반갑기도 했죠.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알려진 파이를
만드는 제과점을 하고 계시는데,
아직 체인점같은 건 없고,
오로지 이곳에서만 파이를 만들며
여러 대형 슈퍼마켓에도 납품을 해서
슈퍼마켓에서도 “페어리파이”를
맛볼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죠.
이야기 중에 제일 잘나가는 파이 중의
하나인 “돼지 삼겹살”이 들어가는
파이 같은 건 한달에 6,000kg의
돼지고기를 소비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 재료는 직접 구매를 하러
다니는 정성이 맛있는 파이의
비결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우리는 우리가 추천 받기도 했고,
사장님도 “잘 나가는 메뉴”라고
추천해준 파이를 먹었습니다.
남편은 Porkbelly&Apple sauce
사과 소스가 들어간 삼겹살 파이
나는 Bacon Salmon 베이컨&연어파이
웬 삼겹살을 파이 안에 넣었나?
싶었는데, 직접 먹어본 남편의 말에 의하면
삼겹살이기는 한데, 지방이 살짝 덮은
정도라 아주 맛있다고 하면서 파이의
하이라이트는 파이 위에 얹어서
구운 돼지껍질이라나?
파이를 먹기 전에 바삭거리는
돼지 껍질을 먹는 것이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졌나 봅니다.
내가 주문한 연어 파이를 한입
먹어본 남편은 “베샤멜 소스”을
사용한 거 같다고 했지만,
나는 전혀 몰랐습니다.
단지 연어 덩어리가 크기는 한데
조금 느끼한 거 같다?
이 순간에 케첩을 조금 찍어서 먹었더니
맛이 확 달라져서 깜짝 놀랐죠.
페어리의 베이크하우스가 “
파이로 유명한 집”이기는 한데,
제과점이라 파이 외에도 다양한
빵 종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침으로 먹을
사워도우빵을 하나 샀었는데,
여행중에 남편도 종종 만드는 빵이라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죠.
페어리 베이크하우스에서는
사워도우빵을 만드는 유산균을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효를 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조금 다를거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역시나 남편이 만든 인스턴트
사워도우빵과는 차원이 다르게
쫄깃하고 맛이 있었죠.
아침부터 찾아와서는 주인장과
한참 수다를 떨어대고,
마침 아침을 먹으러 왔다는 독일인과
또 한차례 시간을 보낸 남편.
사실은 은퇴한 독일아저씨가
수다를 너무 열심히 떠셔서
남편이 그걸 들어주다 보니
어쩔수 없이 대화가 길어졌죠.ㅠㅠ
아침부터 매장 안에
독일어로 대화를 하는
두 남자에게 주인장 아저씨는
예쁜 엽서를 한 장씩 나눠 주셨습니다.
한겨울 눈이 소복하게 쌓인
제과점 풍경인데,
나중에 내가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다 보니
‘페어리 제과점 엽서 4불”이 보이네요.
엽서는 판매용이었나봅니다.
간만에 찾아온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기억이 될만한 선물을 주시고
싶으셨던 걸까요?
제과점에서 만드는 파이는
엄청 유명한데 아직
지점같은 건 없다고 해서
그럼 페어리 파이를 먹고 싶으면
여기까지 와야 하냐?고 하니 “
카운트다운”이나 “뉴월드”같은
대형 슈퍼마켓에 납품이 들어가니
그곳에서 사먹을 수 있을 거라는
귀띔을 해주셨습니다.
사실은 장사 잘되는 집의
“분점”을 살짝 꿈꿔봤습니다. ㅋㅋㅋ
주인장 아저씨는 환갑이
훌쩍 넘으신 연세라
(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60대 중반)
하루 종일 서있으면 다리가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는 캠핑장 주인
아주머니도 아시던데..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듯..)
이른 아침에 갔을 때도
제과점 안이 북적거렸는데,
오전 11시경에 가보니 가게 앞으로
서있는 사람들이 스무 명은 넘었고,
꽤 많은 수의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 가게 였습니다.
이날 제과점에서 한국사람도 봤습니다.
11시에 고기가 들어나 파이로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은 뭘 먹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제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웃음이 났었죠.
장사가 너무 잘되서 돈을 쓸어담을거
같은 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남편은 처음 한입 먹을 때부터
마지막 한입까지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파이를 먹었지만!
“그렇게 맛있으면 종류별로
하나씩 사가지고 가서 나중에
오븐에 데워 먹던가..”해도,
뜨거울 때 바로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는
남편은 마눌의 제안을 거절했죠.
우리에게 이집을 추천해준
키위 노부부는 “뉴질랜드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했고,
삼겹살 파이를 직접 먹으며
남편은 감탄만 연발했었죠.
남편의 삼겹살 파이는
내가 먹어보지 않아서
내 입맛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케첩을 찍어 먹어야 하는걸 봐서는
느끼 하기는 한 모양인 거 같고,
내가 직접 먹어본 베이컨&연어 파이
같은 경우는 큼직한 연어덩어리가 보이니
재료를 아끼지 않은 건 알겠는데,
처음 먹을 때는 조금 느끼한 맛이었고,
나중에 케첩 한 방울을 찍은 다음에야
맛이 확 살아난 거 같았죠.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이라고 해도
모든 이의 입맛을 다 사로잡을 수는
없는 법인데..
오스트리아 아저씨가 운영하는
“페어리 베이크하우스”의 파이는
키위(뉴질랜드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았고,
맛에는 꽤 까다로운
남편의 입맛도 사로잡았고,
케찹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따르기는 하지만,
나에게도 꽤 맛있는 곳이었습니다.
혹시 뉴질랜드 여행중 “테카포 호수"를
지나 페어리를 지나치신다면..
지나치는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지 않았다면..
꼭 페어리에서 연어 파이 하나
맛보시기 바랍니다.
뉴질랜드의 다른 곳에서 파는
허접한 파이와는 차원이 다른
파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파이는 내돈 내산
파이임을 알리는 바입니다.^^
프란츠 아저씨가 건강하셔서
다음 번 방문에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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