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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정말 친구가 필요한 순간

by 프라우지니 2016.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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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서 사는 한국아낙이 친구를 만들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한국인 친구를 만드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이고, 외국인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식으로 내 동갑이나 또래가 친구가 되는 법인데, 여기서는 나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또래라고 해도 사는 조건이 너무나 틀린지라, 만나도 절대 친구가 될 만한 환경은 아니죠.

 

그나마 몇 년 살았던 그라츠에는 나이층은 다양하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우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꼽으라면 독일어 선생님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편해진 내 옛 독일어 선생님, 그 외 함께 독일어를 배우면서, 일 하면서 만난 사람이 열손가락에 꼽을 만큼은 되지만, 저는 지금 린츠에 사는지라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죠.^^;

 

제가 살고 있는 린츠는 지난해에 오스트리아에 들어오면서 살게 된지라, 이곳은 정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답니다.

 

직업교육을 받는다고 바쁘게 지내고 있으니 친구를 사귈만한 시간도 장소도 없었죠. 실습 요양원에 일하러 다니기는 하지만, 저는 실습생이고 실습시간외에는 항상 공부를 하는 신분인지라 요양원 직원과 밖에서 만나서 친분을 쌓는 일도 쉽지 않고 말이죠.

 

사실 이곳에 친구가 있었다고 해도 만날 시간조차 없는지라, 친구가 없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는 생활입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친구 만날 시간을 만드는 것도 사실은 스트레스이고, 두어 시간 만나서는 내내 자기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친구라도 만난다면 나에게는 그저 버리는 시간이 되어 버리니 말이죠.

 

그렇다고 저처럼 40대 중반에 아이 없는 그런 아낙을 친구로 삼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이 차이와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하고, 지나온 날보다는 앞날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남에 대한 험담보다는 새로 배울 수 있는 취미가 여행에 대한, 무엇이든지 조금 더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여서 제가 배울 수 있고, 그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통해 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까다로울 수도 있는 조건인지라 제가 친구 사귀기 힘든 모양입니다.^^;

 

평소에는 친구가 없어도 가고 싶은 식당도 혼자 들어가서 당당하게 밥 먹고, 혼자서도 잘 노는 저지만 정말 친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나 제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노릇을 하는 남편이 함께 가기를 거절하게 되면 더 암담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냐구요?

 

 

 

우리 동네 신문에 2명이 1명분만 계산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이 실렸습니다. 동네에 있는 중국 뷔페식당이고, 둘이서 1인분만 계산하고 먹을 수 있는지라 살짝 남편을 꼬셨습니다.

 

 

“남편, 우리 저녁 뷔페에 가서 연여초밥을 근사하게 먹지 않을래?”

“왠 저녁에 뷔페를?”

“당신 연어초밥 좋아하잖아. 배 터질 때까지 먹어도 돼!”

“엉?”

“내가 쏠게, 우리 저녁에 가자!”

“안 가, 나 저녁에 다이어트 해야 해.”

“저녁에 퇴근해서 오면 이것저것 엄청 먹고 디저트로 뮤슬리에 요거트, 우유에 견과류, 마른 과일까지 엄청 넣고 배가 터지라고 먹음시롱!”

“안 돼, 나 저녁에는 조금만 먹기로 했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디.. 당신 마눌이 쏜다는데?”

“안 가!”

 

하긴 남편은 마눌 주머니의 쌈짓돈도 아끼는 스타일인지라 마눌이 꼬셔도 넘어오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점심시간에 이 쿠폰을 돌리는 중국뷔페 식당에 저 혼자 갔었습니다.

 

저렴한 (7.90유로)임에도 연어초밥을 넉넉하게 만들어놓은지라, 혼자서 감탄을 하면서 갖다가 먹었었습니다. 이때 찍은 사진을 남편에게 얼른 디밀었습니다.

 

“남편 봐 봐 봐, 여기는 연어초밥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놨다.”

 

남편은 사진을 보는 둥 마는 둥 같은 대답을 합니다.

 

“싫어.”

 

마눌이 가자고 사정을 하는디, 절대 안 넘어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당신은 며칠 전에 갔다 왔다며, 왜 또 가려고 해?”

“지금은 반값이잖아. 저녁뷔페는 점심보다 비싼데(10.90유로), 2명이 한명분만 내고 먹는 건 완전 반 값 할인이야! 그리고 며칠 전에 먹은 연여초밥이 아직도 뱃속에 남아있남?”

 

 

 

 

그래도 꼼짝 안하는 남편에게 그 뷔페에서 갖다먹었던 접시사진을 디밀었습니다.

 

“여기는 오징어도 이렇게 예쁘게 볶아서 내놓고, 새우도 태국 식으로 맛있게 양념해서 내놓는다. 그리고 당신 중국뷔페도 나오는 그 맵고 신 야채스프 좋아하잖아. 우리 가자~~“

 

“당신 마눌이 쏜다는데 왜 이리 뜅기누?”

 

며칠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을 꼬셔봤지만 남편은 쿠폰의 만기일이 될 때까지 내내 고개만 흔들었습니다.^^;

 

이럴 때 친구가 필요합니다.

반값 할인하는 이런 맛있고, 착한 식당에 함께 갈 수 있는..

 

이럴 때는 제가 폼 나게 쏠 수도 있고 말이죠. 어차피 1인은 무료이고, 내가 초대한 사람이 마친 음료값(한 3유로)만 더 내면 되니 별로 부담도 되지 않는 저녁 한 끼가 될 수 있으니 말이죠.

 

새해에는 남편을 몇날 며칠 조를 필요 없이 함께 가자는 전화 한통이면 흔쾌히 “가자”고 따라나서는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2016년 새해에는 제 집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 것들을 이루시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친구 없이 외로운 분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저를 응원 해 주시고, 찾아주시는 여러분께 큰절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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