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포기하신 손주 보기

 

 

결혼하고 8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는 저희부부에게

우리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들의 2세 계획”을

물어오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공식적으로 저희에게

아무 것도 물으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는가 싶었는데,

시어머님이 공식적으로 생기지 않는 손자를 포기하셨습니다.

 

말씀 안 하시는 시어머니의 의중을 어떻게 읽었냐구요?

 

 

 

시어머니가 오랜 시간 보관하셨던

남편과 시누이가 어릴 때 입던 옷들을 정리하셨습니다.

 

오누이가 40대 중반이니 40년도 넘은 기간 동안

보관하신 옷들치고는 상태가 아주 훌륭합니다.

 

“엄마, 옷은 왜 빨아요?”

“빨아서 우크라이나에 보내주려고 한다.”

 

“남편이나 시누이가 입던 옷이면

기념으로 하나쯤 갖게 보여주지 그러세요?”

 

“아니다, 다들 관심도 없을 텐데 뭘...”

  

 

시어머니가 손자를 보셨어도

지금 태어난 아기에게 입히기에는

구식도 한참 구식인 옷인데도,

 

시어머니의 욕심은 아들, 딸이 입었던 옷을

그들의 자식들에게도 입히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심하게 촌스러운 저 파란셔츠와

축구공 셔츠는 남편이 어릴 때 입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덩치가 산만한 남편이 저만할 때가

있었다는 것이 상상은 안 되지만,

 

기념으로 하나 갖고 싶을 만큼

귀여운 크기의 아이 옷입니다.

 

작년에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농담처럼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올해 까지만 기다릴란다.

내년에는 가지고 있는 옷들을 다 기증할 생각이다.”

 

왜 갑자기 옷을 정리 하시는가 했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작년에 이미 말씀을 하셨었네요.

 

아들, 딸을 낳아 기르신 시부모님은

그 아들, 딸이 자식을 낳아서

손자를 보게 되리라 기대하셨을 텐데,

 

이제는 40대 중반으로 달려가는

자식들에게서는 더 이상 “손자 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아신 듯 합니다.

 

‘불임 클리닉’이라도 다니면서

“아이 만들기”에 열중하기 보다는

 

“직업교육” 받는 답시고 열심히 다니는 며느리와

아이보다는 그저 이 나라를 떠날 궁리만 하는 아들이고,

 

시누이는 동거남은 커녕 남친도 없으니

아이 보기가 불가능하죠.

 

손자를 보지 못하실 시부모님에게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지만,

 

일찌감치 포기하신 일은

시부모님의 정신 건강에 좋으실 거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들, 딸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삶도 있겠지만,

 

아이 없이 오순도순 사는 삶도 있고,

아이가 목적인 삶도 있겠지만,

 

굳이 아이가 없어도

다른 것을 목적으로 사는 삶도 있죠.

 

아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람들은 나름의 삶을 살아 갈 테고,

 

저희 또한 아이는 없지만,

우리 나름의 삶을 살고있고,

 

시부모님께서도 아들 내외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걸

 

이제는 아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뭐래? 마지막이 쪼매 난해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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