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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감사한 남편의 외조

by 프라우지니 201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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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눌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잔소리도 남편이 마눌에게 한다기보다는 아빠가 딸에게 하는 식의 잔소리입니다.

 

“여보세요? 내가 너보다 나이가 더 많거든요. 내가 누나예요!”

 

이런 말도 남편에게는 안들리는 모양입니다.

 

남편에게 이런 저런 수다를 떨어대는 마눌을 보는 남편의 눈길을 항상 같습니다.

 

“(귀여운) 토끼 같은 내 마누라!”

 

실제로 남편은 마눌을 시시때때로 “토끼 (Hase 하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직업교육을 시작한 후로 공부에, 실습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마눌이 짜증을 내도 남편은 조용히 다 받아주는 편이고, 리포트 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면 마눌이 써놓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도는 알겠는데, 문법은 하나도 안 맞고 단어조차 엉뚱한 리포트”를 수정하는 일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죠!

 

사실 남편이 가끔씩 문법도 틀리고 발음도 새는 마눌의 “이상한 독일어“이해하는 유일한 한 사람입니다.

 

문법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현지인들은 ”뭐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거든요.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눌의 엉터리 독일어를 통역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데, 한국인 마눌과 결혼생활 8년이면 마눌이 한국어를 해도 독일어로 통역하는 수준이 돼야 하는 거죠!^^ (뭐래?)

 

마눌이 한국어로 “시끄럽다!” 하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지인에게 남편이 설명을 합니다.

 

“어! 시끄럽다고 하는 것은 반어적인 의미로 조용히 하라는 이야기지!”

 

이렇게 마눌의 독일어도 한국어도 통역하는 기술을 가진 남편이고, 마눌이 하는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남편은 마눌이 뭘 해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남편의 외조는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마눌의 출근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출근시간까지 앞당겨가면서 마눌을 데려다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쉬는 주말! 시험 때문에 책 앞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마눌이 궁시렁 거리면서..

 

“웬만하면 청소기 한번 돌려주시지? 집안이 먼지 천지잖아!”

 

사실 마눌이 바빠도 남편은 집에서는 거의 손 하나 까닭 안 하는 전형적인 한국 남편 형입니다.

 

요새는 한국남편들도 마눌을 위해서 집안 일을 거든다고 하는데, 제 남편은 서양인 임에도 집에서는 마눌을 리모컨 취급하는 인간형인지라 가끔씩은 잔소리를 해 줘야 몸을 조금 움직여주십니다.

 

 

 

마눌이 시험공부에 바쁜 것을 아는 남편이 간만에 청소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귀에 헤드폰을 끼고서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면서 열심히 집안 여기저기 청소기를 돌려주시는 남편의 궁디가 예뻐 보입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는 출근길에 마눌을 데려다 주는 일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마눌이 학교 가는 수요일과 목요일은 남편의 출근시간에 맞춰서 집에서 6시 40분정도에 출발을 하지만, 마눌이 “방문요양 실습”을 하는 나머지 날은 마눌의 출근시간인 새벽 6시 30분에 맞춰야 하는지라 늦어도 집에서 6시 15분에는 나와야 하죠!

 

 

 

 

겨울로 들어가면서 새벽6시 30분은 아직 깜깜하기만 합니다.

함께 근무할 파트너가 지정한 장소에 남편은 마눌과 자전거를 내려주고 출근했습니다.

 

오후에는 실습이 끝나니 마눌은 이곳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면 되는 거죠!

 

“당신은 조금 더 자다가 시간에 맞춰서 출근해. 나는 자전거 타고 가면 되니까!”

 

마눌은 이렇게 말하지만 남편은 거부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20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새벽길 어두운 거리는 차들이 속력을 내서 달리는지라,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렇게 남편은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 가는 마눌을 위해서 자신의 달리는 길을 좌측으로 우회해서 출근하고, 마눌이 요양방문 실습 나가는 3일은 새벽5시 30분에 일어나서 마눌을 데려다주기 위해 자신의 길, 우측으로 우회해서 출근을 합니다.

 

 

 

 

물은 무게가 있어서 사들고 배낭으로 운반하기에는 벅찬지라, 출근하는 남편에게 부탁을 했었습니다.

 

“나 실습 다니면서 마실 물이 없으니까 퇴근할 때 작은 병 석수 좀 사와!”

 

남편은 마눌이 하루에 한 병씩 실습 나갈 때 가져갈 수 있게 넉넉하게 사왔습니다. 마눌은 탄산이 들어간 석수를 좋아하지 않으니 탄산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사오는 센스도 발휘해서 말이죠.

 

마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실습을 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서 열공모드로 살고 있지만, 마눌을 말없이 응원하면서 뒤에서 외조를 해 주고 있는 남편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공부도 실습도 다 제가 하는 거지만, 사실은 우리부부가 함께 해내고 있다고 말이죠.

 

제가 받는 직업교육이지만, 제 내 등 뒤에 든든한 버팀목처럼 딱 붙어서서 저를 지켜주고, 제가 하는 공부가, 실습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있어서 더 의지가 되고 조금 더 수월하게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제가 2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2개의 국가자격증을 받게 된다면 그중에 절반은 남편의 몫이니 남편에게 주고 싶습니다. (뭐래? 자격증을 반 잘라주고 싶데?)

 

물론 나머지 기간도 성공적으로 열심히 교육을 받아야 나올 수 있는 결과이지만 말이죠.

 

남편은 성공적으로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마눌이 자랑스럽고, 마눌은 뒤에서 최선의 외조를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자랑스러운 저희는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부입니다. (뭐래? 서로 사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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