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생각들

노부부에게 배우는 삶의 철학

by 프라우지니 2016. 2. 10.
반응형

 

제가 “방문요양실습”을 하면서 만났던 분들 중에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할배는 배설물도 가리지 못하셔서 기저귀를 차고 침대에 누워계시고, 할매는 그런 할배를 돌보시고 사시는 70대 부부이셨습니다.

 

저희가 그 집에 가서 하는 일은 2층에 누워계신 할배를 침대에서 일으켜서 휠체어에 태워 욕실로 가서 얼굴과 온몸을 닦아드리고는 옷을 입혀드린 후에 1층의 거실로 옮겨드리는 일입니다.

 

말은 이렇게 쉬운데, 사실 할배는 아무것도 하실 수가 없는지라, 저희가 다 해야 했죠.

 

어? 이야기가 자꾸 딴 데로 간다는...^^;

 

 

인터넷에서 캡쳐

 

그 댁의 할매는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자주 하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셨지만 손만 겨우 움직이시는 할배는 제가 그 집에 처음 실습 나간 날 반갑다는 인사로 피아노를 쳐주셨고, 할매는 그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우리들을 기다리시는 다음분의 방문요양을 가야하는데, 노래를 불러주시는지라, 그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한동안 들어야 했던 행복한 곤욕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이 우리 앞에서 곧잘 하셨던 것이 바로 “뽀뽀”입니다. 두 분이 입술을 앞으로 내밀고는 뽀뽀를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쪽, 쪽, 쪽, 쪽, 쪽, 쪽, 쪽, 쪽” 항상 8번을 아주 장난스럽게 하셨습니다. 70대 노부부가 남이 보는 앞에서 뽀뽀릴레이를 말이죠.

 

참고적으로 저는 지금까지 제 60대 후반의 시부모님이 저희가 보는 앞에서 뽀뽀 하시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할매는 아침에 눈꼽까지 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시는 할배의 눈을 아주 행복하게 바라보시면서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아침마다 우리 영감의 파란눈동자를 바라볼 때마다 사랑에 빠진 다우~”

 

결혼하신지 족히 50년도 넘으신 분들이고, 할배는 침대에 누워계신지라 저희가 없을 때는 할매가 할배의 배설물을 다 받아내시는 생활을 꽤 오래하신듯 한데, 그러한 생활을 하시면서도 할배의 눈동자를 바라보실 때마다 사랑에 빠지신다니..

 

정말이면 “해외토픽”감이고, 거짓말이면 할매은 타고난 거짓말쟁이십니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나면 그때는 사랑도 거덜 나고, 그저 “정”으로 산다던데..

 

재미있는 것은 할매가 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평소에는 무표정하신 할배의 얼굴이 정말로 환하게 빛이 나게 웃으신다는 겁니다.

 

병간호를 하시면서도 콧노래를 부르시고, 아픈 남편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고백”하시는 할매의 모습이 참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집에 와서 날 멀뚱멀뚱 쳐다보는 남편에게 할매가 하시는 대로 해봤습니다.

 

남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서 내 얼굴 앞에 잡아놓고 말이죠.

 

“남편, 내가 당신의 파란 눈동자를 볼 때마다 사랑에 빠져! ”

 

그 말을 들은 남편이 웃는 모습은 제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얼굴이였습니다.

 

입이 귀에 걸리면서 정말로 환하게 웃는데 정말로 얼굴에서 빛도 보인 거 같고 말이죠.

(뭔 뻥이 이리 세누?)

 

내가 정말로 남편의 눈동자를 볼 때마다 사랑에 빠지지도 않고, 이제는 사랑보다는 정으로 사는 것 같은데도 내 말 한마디에 남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 보면 자주 해야 할 거 같더라구요.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면 정말로 제가 남편의 눈동자를 볼 때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 환하게 밝아지는 남편의 얼굴에서 정말로 “행복함”이 묻어나는 거 같으니 말이죠.

 

그 얼굴을 보고 있음 저도 덩달아서 웃습니다.

이러고 있는 저희부부를 다른 사람이 본다면..

 

모르죠.

이렇게 말하려나..

 

“아낙이 남편에게 ”당신의 눈동자를 볼 때마다 사랑에 빠진다"고 하니 그것들은 남편이 환하게 웃으면서 아낙을 쳐다보고 둘이서 마주보고 웃은데 정말로 얼굴에서 빛이 나는 거 있지!“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덜하고(안 하는 것이 아니고?) 사는 중년아낙은 삶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가고 계신 노부부께 삶의 철학 한 구절을 배웠습니다.

 

내 한마디가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나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