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개인의 병에 대해서
알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실습하는 요양원의 직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니 맞을 겁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도
본인이 직접 원해서 피검사를 했다면,
결과가 직원들에게 알려지겠기만,
- 예를 들어서 에이즈나 B형, C형간염 환자라던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피검사를 할 수 없어서,
직원이 일을 하다가 잘못해서
환자와 피가 섞이는 일(환자에게 사용한 주사기에
자신이 찔리게 되면)이 생겼다면
고스란히 환자의 질병을 본인이 갖게 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그런지 오스트리아는
의료 쪽의 근무나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A, B형 간염 예방주사는 필수이고,
예방 주사에 들어가는 금액도 나라에서 지원한다고 합니다.
간염 예방주사는 3번 맞아야 하고,
한 번 맞을 때마다 70유로가 넘는 금액을 내야합니다.
개인이 맞는다면 돈을 내고 맞아야 하는 거죠!
제가 다니는 카리타스 학교 같은 경우
모든 학생들에게 260유로의 금액에
해당하는 간염 예방 혈청이 제공됩니다.
학교에서 이것을 받아서 지정한
의료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되는 거죠!
저는 카리타스 학교 직업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보건소에 가서 피검사를 했었습니다.
A형 간염은 오래 전에 이미 항체가 형성됐고,
한번 겪은 질병이라 면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제 몸이 B형 간염도 항체가 있다는건
이번에 알았습니다.
저는 B형간염 주사를 맞은 적이 없는데,
항체가 있다니..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면역지수입니다.
면역지수가 100 이상이면
10년 후에나 다시 검사하라는데,
저는 394입니다.
30 년 후에나 검사를 하라는 이야기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터무니없이
높은 면역지수입니다.
문제는 제가 이 면역지수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2015/03/28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 오스트리아 노동청의 내 서류 분실
그 후에도 저는 여러 방면으로
“피검사”를 다시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제 가정의(사)를 찾아가서 물어봐도
“검사결과는 믿을 만하다”고 하고,
학교 측에서 이런 답변을 받았죠.
“네가 정 믿을 수 없으면 개인적으로 피검사를 하도록 해!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상태라
너에게는 간염 혈청을 줄 수가 없어.^^;”
이럴 줄 알았다면
학교 측에 간염검사를 했었다는 이야기 하지 말고
그냥 간염주사를 맞겠다고 할 걸^^;
지금에서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저, 제 검사결과가 정말로
제 것이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아이고~ 오늘도 본문과는 상관없는
서두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제가 간염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샜던 거죠!^^
다시 이야기로 돌아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데이센터에 실습을 다닐 때,
그곳에 오시던 할매가 한 분 계셨습니다.
다른 분처럼 하루 종일 계시는 것이 아니라
아침 8시에 오셔서 정오경에 가시는 분이신데,
다른 할매님들 열분을 시중드는 것 보다
더 주문이 많으시고,
아침을 2시간동안 드시면서 햄이며,
치즈 같은 것을 다 앞에 쌓아놓고 드셨죠!
모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직원이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를 했습니다.
“저 할매 C형 간염이야, 조심해!”
헉^^; C형간염은 치료도 안 될 뿐 더러
걸리면 간암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간염인거죠!
이때부터 모든 실습생들은 이 할매를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B형간염 항체가 넘치게 있다하더라도
(이도 믿지는 않지만^^;)
이것이 C형간염을 막을 수는 없는 거죠!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은 되도록
이 할매랑의 접촉을 자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침에 오신 할매께 실내화를 갈아 신기는 과정에서
한 실습생이 할매 앞에서
무릅을 끓고 앉아서는 대화를 하는디,
대화를 하다가 할매의 침이
그 실습생에게 튀었나 봅니다.
그날 그 실습생은 하루 종일 떨었습니다.
혹시나 그 침이 자기 입으로 튀지는 않았는지
불안한 마음에 말이죠!
그 하루 종일 떨었던
그 실습생은 바로 저였습니다.^^;
평소에도 주문하시는 것이 많으시고,
직원에게 “부탁”조가 아닌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할매가
병까지 가지고 계신다니
정말로 멀리 하고만 싶으신 분이시고,
이 분 주변에 앉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저는 이 어르신이 앞에다가
쌓아놓은 햄과 치즈들을 치웠습니다.
앞에 쌓아놓고 말을 계속하다 보면
침이 다 앞에 있는 것들에게 튈 테고,
혹시나 튀어갔을지도 모를
병균 묻은 햄이나 치즈를 먹고
C형간염에 걸리시는 어르신들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죠!^^
저는 이 할매를 위해서
따로 접시 하나를 놔 드렸습니다.
거기에 햄, 치즈외 달걀이 나오는 날은
이 할매만을 위해서 달걀도 놓아드렸죠.
남들이 보기에는 “특별대우”같이 보였지만,
다른 분의 건강을 생각한 조치라는 걸
직원 몇 만 알았죠.^^
그렇게 우리를 떨게 한 할매가
어느 날 아침에 직원들을 하나씩 부르시더니
뭔가를 손 위에 올려주셨습니다.
Sweden Bomben스웨덴 봄벤(스웨덴 폭탄)이라고
불리는 아주 달달한 것인디...
상자째 주시면 직원들
나눠먹으라고 사오셨나부다...하겠는데..
할매는 비닐봉투에 이 스웨덴 봄베를
몇개 싸오셔서 맨손으로 직원에게 하나씩 주셨습니다.
스웨덴 봄베란?
얇은 초콜릿 막 안에는 마시멜로우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한국인 입맛에는 달아서 죽을 거 같은 그런 달콤함이죠!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시고 싶어서였는지,
아님 “집에 둬도 안 먹는 것이니 선심이자 쓰자“고
가지고 오신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일단 주시는 것이니 받기는 했는디..
받아도 어찌 처리를 해야할지 모르는 물품입니다.^^;
나야 안 먹으니 접시에 그냥 놔뒀는데,
단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다른 현지인 직원들도
할매가 주신 스웨덴 봄베를 접시 위에 살짝궁 올려놨습니다.
그리고 이 접시 위에 있던 달달이들은
그날 근무가 끝나갈 무렵에 휴지통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신 성의를 생각하면
버린다는 것이 안 될 말이지만,
이 할매가 가지고 계신 C형 간염은
절대 무시가 안 되는 모양이였나 봅니다.
저는 C형 간염의 공포에서 벗어나
다시 제 실습 요양원으로 돌아왔지만,
제가 매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20여분의 어르신들 중에
어떤 분이 C형간염보다 더 무서운 병을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을 환자의 권리가 있는 나라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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