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웬만해서는 남편 선물을 사는 법이 없습니다. 남편생일이나 특별한 날 선물이나 현금을 달라고 말하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요구하는 것이 없죠.

 

“뭐 해줄까?”

"됐어.그냥 말이나 잘 들어.”

 

아빠도 아니고, 남편이 마눌, 그것도 연상의 마눌에게 말이나 잘 들으라니..

그래서 얼렁뚱땅 생일도 기념일도 그냥 지나갑니다.

 

해 달라는 것이 없고, 또 잘못사면 더 난리를 치시는지라 그냥 안 해 주는 것이 속은 편하죠.^^

내 돈 주고 선물 사줬는데, 궁시렁+ 심통이 합해진 종합선물을 받은 적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생일이던, 기념일이던 마눌에게 선물 제대로 못 받는 남편이,

아무날도 아님에도 간만에 마눌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쇼핑을 하다보면 내가 사용할 것은 아닌데, 누군가에게는 딱 필요한 물건이 있죠.

그걸 꼭 사야할거 같고, 안사면 돌아서서 후회할거 같은 절대 놓치면 안 될 거 같은..

 

그렇게 남편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이번에 샀습니다.^^

 

 

 

우리 동네 쇼핑몰에 1년에 한 번씩 (새 제품) 벼룩시장을 하는데..

각각의 가게들은 벼룩시장 전에 가게 안에 벼룩시장에서 팔 물건들을 분류한 코너가 있습니다.

 

가게를 돌다가 발견한 남자 속옷.

 

신혼초기에는 쇼핑갈 때마다 남편이 속옷을 하나씩 사는지라 참 특이하다 생각했었는데..

몇 년이 지나면서 속옷 쇼핑도 사라진지라 남편 속옷 중에 몇 개는 바꿔야겠다 하던 차였습니다.

 

남편에게 얼른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의 사이즈를 잘못알고 있는 남편인지라 가끔 확인을 해야 합니다.

 

자신은 M이라고 해서 샀다가 마눌 차지가 된 속옷도 있고, 두바이에서는 자신의 셔츠 사이즈는 L이라고 끝까지 우겨서 산 셔츠는 집에서 배꼽티로 소화하시는 남편이십니다.^^;

 

“남편, 당신 사이즈 뭐 입지? L이지 그치?”

“몰라.”

“여기 품질 좋은 속옷이 저렴한데 당신꺼 몇 개 사려고..”

“...”

 

어, 웬일로 조용합니다.

사도된다는 묵언으로 남편이 대답을 합니다.

 

남편도 알고 있는 마눌의 쇼핑노하우~

품질 좋은 제품을 정말 헐값에 업어오죠.^^

 

 

 

좋은 품질의 면에만 붙는 마크가 달려있는 남자용 속옷.

판매가 10유로짜리 단돈 2유로면 절대 지나칠 수 없습니다.

 

품질도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한 이런 제품을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합니다.

다음 날 다시 온다고 해도 계속 있으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구요.^^;

 

이곳을 지나치지 못하고 남편 사이즈의 속옷을 골라놓고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남편이 살짝궁 사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니 낼름 업어왔습니다.

 

사준지 한 달이 넘어서 두 달이 다 되가는데, 남편이 이 속옷을 꺼낼 때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그거 면 완전 좋지? ”

 

내가 사주고도 남편의 궁시렁 거림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간만에 남편 맘에 드는 제품을 사서 남편의 궁시렁이 없으니..

마눌은 시시때때로 생색을 제대로 내주고 계십니다.

 

“당신 복 받은 줄 알아. 좋은 품질을 완전 헐값에 사는 알뜰한 마눌을 얻었으니..”

 

“당신은 좋겠다, 마눌이 속옷도 사주고! 나는 속옷 사 주는 남편이 없다니..^^;”

 

비싸지도 않은 속옷, 그나마도 세일해서 완전 헐값에 사줘놓고는 속옷이 보일 때 마다 생색내는 마눌에게 핀잔 한마디 할만도 한데, 남편은 그때마다 그저 웃기만 합니다.

 

남편에게 생색내는 것이 생각보다 신도 나고 재밌습니다.

 

남편이 맘에 들만한 소소한 것들을 찾아서 또 해봐야겠습니다.

푼돈으로 산 선물로 생색 제대로 내는 법을 알았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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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09.13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