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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생색은 내가, 돈은 당신이,

by 프라우지니 2017.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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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댁살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곳에 풀어놓으니, 제가 시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상을 사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가끔씩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이야기였던 거죠.

가끔 시부모님께 섭섭한 것은 저만의 감정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동네 쇼핑몰에서 또 할인권을 돌렸나봅니다.

 

이건 신문 사이에 끼워서 배달되는지라, 신문을 안보는 사람들은 모르는 정보입니다.

 

 

 

거리에 나뒹구는 할인권을 뒤집어서 날짜를 확인 해 보니..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날름 주어왔습니다.

 

이 할인권은 우리 동네 쇼핑몰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슈퍼에서 파는 식품은 25%, 슈퍼에 딸려있는 레스토랑음식은 50%”

 

나야 우리 동네 쇼핑몰이라고 표현을 하고, 또 그 말이 맞지만!

 

쇼핑몰은 린츠에서 제일 큰 쇼핑몰인지라, 주말에 해당하는 금, 토요일에는 오전부터 사람들이 버글거리지만, 평일에 해당하는 월~목요일까지는 오전에는 꽤 조용한 곳입니다.

 

슈퍼에 딸린 레스토랑은 음식도 훌륭한 편인데 50%할인이면 꽤 매력적입니다.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습니다.

 

 

슈퍼마켓 레스토랑의 메뉴들.

“남편, Spar 슈파 레스토랑에 꽤 괜찮은 메뉴가 있는데, 50%할인해서 먹을 수 있어.”

“....”

“나, 엄마, 아빠랑 같이 가서 점심 먹을까 생각하는데 어때?”

“그러던가.”

“50%니까 여기에 나온 햄버거를 4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먹을 수 있어. 그럼 엄마, 아빠랑 같이 식사해도 얼마 안들 거 같아. 음료는 슈퍼에서 25% 할인받아서 사면 될 거 같고..”

“그래, 그럼!”

“근디.. 나 냉장고에 먹을 것이 많은데 어떡하지? 할인권은 낼까지고.”

 “그냥 낼은 엄마, 아빠랑 같이 가서 점심 먹을까?”

“그래.”
“근디.. 영수증은 당신 갖다 줄까?(=계산할래?)”

“응.”

 

남편이 뭘 잘 못 먹은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시부모님 모시고 며느리가 몇 번 점심을 먹으러 갔었는데..

그때마다 며느리가 대부분 계산을 했었는데, 남편은 환불을 거절했었죠.^^;

 

“남편, 내가 엄마, 아빠랑 같이 소시지 먹고 내가 계산했거든, 이 영수증 올릴까?”

“그걸 왜 내가 내?”

“당신 부모님 아닌가베?”

“내가 먹었남?”

 

이렇게 오리발을 전문으로 내밀던 어르신께서 이번에는 웬일로 계산할 용의를 보이십니다.

남편이 계산해준다고 하니 쇗불도 단김에..

 

“알았어, 그럼 엄마한테 빨리 전화해야지.”

“밤 10시에 뭔 전화야, 낼 전화해!”

“무슨 소리! 엄마는 항상 전날 저녁에 다음날 점심메뉴를 생각하신단 말이야, 그러니 미리 전화를 해야지. 글고 엄마, 아빠는 지금 안 주무셔.”

 

전화랑 항상 멀리계신 부모님.

엄마, 아빠의 핸드폰으로 번갈아 전화를 해서야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 낼 슈파로 점심 먹으러 가죠. 낼까지 50%할인이 되거든요.”

“그래? 내가 니아빠한테 물어볼게.”

 

그리고는 들리는 시어머니의 목소리.

 

“테오(아빠이름은 남편과 같습니다.), 지니가 낼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엄마가 중요한 걸 빼먹으셨던 지라 외쳤습니다.

 

“엄마, 50%할인~~”

“50%할인이래, 낼 점심 먹으러 갈래냐고?”

“그래, 가지 뭐!”

 

뒤따라 들리는 시아버지의 목소리!

 

시아버지도 저랑 같은 티입이인지라 “할인”에 목숨을 거십니다.

50%할인이면 꼭 가서 먹어야 하는 거죠.^^

 

 

 

50%할인되는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버글버글.

특히나 부부 동반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저는 요리사가 바로 구워주는 “그릴접시”를 주문했습니다.

 

시부모님을 만나기전에 잠깐 와서 봤는데, 3종류의 고기를 조리사가 바로 구워주고, 접시도 푸짐했던지라 미리 찜한 메뉴였거든요.

 

외식가면 항상 제일 싼 메뉴인 “슈니츨(얇은 돈가스)을 드시는 시부모님”은 이번에도 “슈니츨”을 찾으십니다. 50%할인되는 날인데 제일 싸구려보다는 “그릴접시”를 권했습니다.

 

 

야채는 고기밑에 숨어서 안보입니다.^^

 

내가 생각한 햄버거는 4유로선이였지만, 내가 주문한 그릴접시는 정가 10유로, 할인가 5유로.

 

3인분이면 15유로인데, 할인이 안 되는 시아버지의 맥주 1잔은 3.40유로 그리고 내가 25할인해서 사왔던 시어머니와 나의 음료. 합이 20유로 남짓입니다.

 

3종류의 고기와 베이컨, 야채, 금방 튀긴 감자튀김까지.

엄마, 아빠 두분다 만족스런 한 끼를 드셨습니다.^^

 

며느리가 식당에 가자고 하니 가기 전부터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번갈아 가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돈은 내가 낸다.”

“아니, 가자고는 내가 했는데 왜 엄마(아빠)가 내세요?

그리고 이건 50%할인받아 저렴하니까 제가 내고 엄마(아빠)는 나중에 비싼 걸로 사세요.”

 

그렇게 두 분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서 두 분의 지갑을 못 열게 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에게는 비밀입니다.

며느리가 생색내며 사드린 이번 점심은 아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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