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요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이 동네에 오래 살아서겠지만 동네 의사들도 다 손바닥 안에 있죠.
우리 요양원에는 우리 동네 “가정의”들이 다 출동하십니다.
요양원에 일주일에 2번 요양원내 사무실까지 갖추고 있는 공식 가정의가 찾아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제각기 다른 가정의를 가지고 계신 덕에 우리 요양원에는 5~6분 이상의 가정의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방문을 하십니다.
내 원래 가정의(Dr.K)가 여름휴가중이여서 다른 가정의(Dr.F)를 찾아갔다가 그 가정의가 보내는 대로 초음파도 찍고, 병원까지 갔다가 수술까지 하고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애초에 탈장에 관한 초음파, 병원등등을 다 Dr.F가 한지라 퇴원 후에 실밥을 빼러도 Dr.F를 찾아 갔었었죠.
전에 Dr.F 에 대해 제 요양원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Dr.F는 병가를 무지하게 짜게 줘!”
아니 “어찌 병가를 짜게 주나?” 했었는데, 이번에 제가 그걸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수술했던 실밥을 풀러 Dr.F를 찾아가서는 병원서류를 보여주니,
병가 기간을 수술 날로부터 딱 3주로 지정을 합니다.
“3주 동안 5kg이상은 들지 말라고 해놓고 4주차에 일하러 가면 80kg이 넘는 어르신을 옆으로 돌리고 안고, 들어 올리고 해야 하는데 3주가 지난 후에 몸에 근육을 조금 만들 시간은 줘야하지 않나요?”
“일단 일하러 가서 몸이 아프면 다시 와요.”
그래서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병가는 끝났고, 4주차가 돼서 출근을 했지요.
병동책임자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내 편의를 봐주는지라, 무거운 어르신은 다른 직원들이 안아서 옮기고 다 하는데도 나도 그들을 도와야 하는지라 땡기고, 밀고 하는 일등은 내가 원치 않아도 해야합니다. 그러니 내 수술한 곳은 사실 편치 않았습니다. 자꾸 묵직한 것이 느껴지고..^^;
그렇게 2일 근무를 하고는 내 원래 가정의(Dr.K)로 건강검진을 갔습니다. 원래는 린츠시내로 다녔는데, 내 건강보험이 바뀌면서 그냥 다니던 가정의에서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수술 부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3주전에 탈장 수술을 했거든요.”
“그런데 왜 제가 모르죠?”
(대부분은 1차로 가정의를 찾아가는지라, 가정의들은 다 알고있죠.)
“그때 여기가 휴가중이여서 다른 가정의에 갔다가 수술까지 하게 됐어요.”
"아, 그래요?”
“수술 후 3주 잘 쉬고 4주차에 들어서 다시 근무를 시작했는데..
이틀 일했더니만. 아랫배가 불편한 것이 통증은 아닌데.. 쫌 그렇네요.”
“그래요? 그럼 내가 병가 1주일 써 줄테니 집에서 더 쉬어요. 수술하고 무리할 필요 없어요.”
“저 내일 근무 가야 하는데..지금 써주시나요?”
“오늘은 건강검진 온 것이니 오늘은 안 되고 낼 아침에 와요.”
우하하~ 저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땡땡이를 칩니다.
병가를 내고 집을 돌아가는 길
금요일에 근무대신 병가를 받고, 다음 주 월, 화, 수 근무였는데..
병가 1주일이 이 4일간의 근무일을 몽땅 해치워버렸습니다.
내가 먼저가 아닌, 의사샘이 먼저 “병가”를 청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죠.^^
사실 몸이 멀쩡한데 하는 땡땡이는 아니구요.
시시때때로 수술한 부위가 심히 불편하기는 합니다.
병가를 주시면서 가정의가 하시는 말씀.
“병가 받았는데 자전거타고 쌩쌩 다니다가 걸리면 안되요.”
정말 내가 안 아픈데 병가를 준다고 생각 하시남?
근무를 해도 무거운 것(어르신?)을 드는 일은 하지 못하니 다른 직원을 불러서 도움을 받아야하는지라, 나는 반쪽짜리 일꾼 같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오히려 잘된 거 같습니다.
병가 1주일에 휴가 2주일 잘 쉬는 동안 몸도 조금씩 나아지겠죠.
전 푹 쉬다가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에는 다시 건강해진 몸으로 출근을 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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