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며칠째 종이에 뭔가를 그리는 듯 했습니다.
웬 설계도도 아니고 뭘 그리 그리는 것인지..
회사일이 바쁘다고 하더니만, 집에 와서도 고민을 하는 것인지..
엊저녁에는 남편이 건축 자제를 파는 웹사이트에 가서 나무들의 가격을 확인하다가 저에게 적발이 됐습니다.
“캠핑카 만들게?”
“응.”
“아니, 뉴질랜드에 갈 계획도 아직 확실치 않는데 뭔 캠핑카를 지금부터 고민을 해?”
“지금 만들게.”
“지금? 어디 차에? 당신 차에?”
“응”
인터넷에서 캡처한 남편과 같은 차종입니다.
남편의 차는 도요타의 RV차로 운전석 뒤로 길이를 재면 마눌은 가능하지만 남편의 키보다는 조금 짧습니다. 결론은 마눌은 누워 자도 남편은 누울 수가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죠.
“왜 지금 캠핑카를 만들려고 하는데?”
“휴가 가서 차에서 자려고.”
“휴가? 아니 일주일도 안 남은 휴가인데 가능하겠어?”
“....”
"차 안 사이즈는 쟀어?“
“아니, 그건 당신이 해야지.”
“내가 뭘 안다고 차안 사이즈를 재? 나는 석사학위 엔지니어 아니거든.”
“....”
사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면 남편차를 캠핑카로 개조 해 보자고..
그래서 휴가 때 텐트 말고 차에서 자자고!
하지만 다시 돌아온 오스트리아에서 남편은 남편대로,
마눌은 마눌대로 빡세게 사느라 캠핑카 개조 이야기는 잊고 있었습니다.
마눌은 8월 한 달 내내 병가로 쉬고, 9월도 병가로 2주 쉬고, 나머지 2주는 휴가를 냈는데,
그 휴가에 차에서 자겠다는 계획을 세운 남편입니다.
“내 병가가 9월15일 까지니 16일 날 휴가를 가면 되겠다. 그럼 15일 가능하네.”
“안 돼, 나 20일까지 일해야 해.”
“뭐시여? 왜?”
“휴가가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에궁~ 결국 휴가는 21일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21일~30일까지면 딱 10일 휴가네요.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갔다 오기에는 빠듯한 시간입니다.
언젠가부터 마눌이 가고 싶다는 곳, 몬테네그로, 코토르.
언제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닉까지 만 가자고 하더니,
이제는 그 밑의 몬테네그로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부부의 절친인 안디의 말에 의하면..
가 본 사람은 이렇게 말하지만 안 가본 저는 두 곳 다 보고 싶습니다.
남편은 시간상 안 될 거 같으니 그냥 ‘두브로브닉’까지만 이라고 못을 박고 있는디..
마눌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9월 중순이면 캠핑장에서 자기에는 쌀쌀한지라 우리가 거치게 되는 도시( 자다, 두브로브닉, 코토르 등등) 의 백패커에서 저렴하게 숙박은 가능할거 같은데, 남편은 정말 캠핑카를 만들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캠핑카를 만든다면..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한 것처럼 나무 하나하나 직접 잘라가면서 만들면 한 달이 걸리겠지만..
이곳은 자제업체에 나무를 지정하고, 길이를 말해주면 나무를 손님이 원하는 크기로 다 잘라서 파는지라 재단된 나무를 못으로 박아서 차에 장착만 하면 사실 하루면 될 거 같기는 합니다.
(헉^^; 설마 이번 주말에??)
어제는 주방에 가만히 있다가 설계도와 노트북 사이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가서 한마디 했습니다.
엔지니어인 남편이 어련히 알아서 할텐데도 나름 아이디어라고 툭 던져줬습니다.
(남편은 이미 대충의 설계를 끝낸 후에 말이죠.^^;)
그런데..모르겠습니다.
우리는 9월21일~30일까지 휴가를 갈 수 있으려는지도.
남편은 정말로 차안을 캠핑카로 개조를 할 수 있으려는지도..
요새 유럽의 날씨가 개판이라 매일 비오고, 흐리고 바람도 겁나게 붑니다.
자다에는 며칠 전 비 때문에 시내가 다 잠기고 난리가 났다고 신문에서 봤었는데..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요.
남편은 차를 개조하게 될는지, 우리는 정말 올해 둘만의 휴가를 가게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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