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시아버지의 생신이 돌아왔습니다.
시부모님의 생신이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던 남편은 도대체 관심이 없습니다.
“남편, 아빠 생신인데 뭐 사지?”
“몰라.”
“당신 아빠인데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
“당신이 알아서 사.”
이런 남편의 태도 때문에 마눌은 매번 머리가 빠지도록 고민을 해야 합니다.^^
시어머니께 도움도 요청도 해 봤습니다.
“엄마, 아빠 생신 돌아오는데 뭘 사드리죠?”
“Schnaps슈납스를 사던가..”
“그리고 또요?”
“또 뭘 사냐? 우리나이에는 건강이 최고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씀하시면 슈납스는 사면 안 되는데..^^;
여기서 잠깐! 위에서 말하는 슈납스란?
슈납스란 증류한 독주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독일어이다.
곡식을 증유한 것과 과일을 증류한 것으로 나뉘는데, 곡주는 독일북부지방에서, 과일주는 중부와 남부오스트리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소주를 연상시키는 이 술은 무색투명하며 맛이 담백하고, 알코올 도수는 32도 이상, 과일 슈납스중에는 42도가 넘는 것도 있다.
이처럼 독한 슈납스는 브랜디처럼 식후주로 많이 마사지만, 식전에 입맛이 돌라고 한잔 들기도 한다. 고기요리를 먹고 난 뒤 이술을 마시면 소화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엄마한테 여쭤봐도 별 뾰족한 수는 없고..
남편과 다시 상의를 해야 하는 거죠.
“남편, 아빠 선물을 그냥 쇼핑몰 상품권으로 100유로 드릴까봐. 쇼핑몰에는 스포츠상점도 있으니 아빠가 원하시는 걸 사실 수 있게 말이지.”
“그러던가!”
“사실 아빠 선물로 태블렛PC 케이스를 생각했었어.”
(남편이 태블렛PC 선물할 때 케이스를 안 사드려서리..^^;)
“그것도 좋네. 그리고 슈납스도 사고.”
“그럼 상품권 50유로에 슈납스랑 태블렛PC 케이스까지 살까?”
“그래.”
올해는 쉽게 시아버지 생신선물이 결정됐습니다.
시아버지 생신 당일 날, 쇼핑몰로 선물 사러 가는 난 날라리 며느리.^^
젤먼저 고른 선물은 태블렛PC 케이스입니다.
가격이 비싼 거 보다는 사용이 간편하고 편한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첫 번째 선물은 20유로에 낙찰.
두 번째 선물은 우리 동네 쇼핑몰 상품권.
시아버지는 운동을 좋아하시는지라 운동화도 10켤레가 넘고, 자전거도 3~4대 가지고 계십니다.
운동화 하나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보태서 사시겠지요.^^
두 번째 선물은 50유로 선에서 결정.
드디어 세 번째 선물인 슈납스 앞에 섰습니다.
아빠는 평소에 조금 저렴한 슈납스를 드십니다.
1리터에 5~6유로면 저렴한 건 구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생신 때는 조금 더 고급스런 걸 선물로 받으셔야 하는 거죠.
어떤걸 살까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 그냥 큰 병으로 살까? 아님 작은 걸로 살까?”
“작은 걸로 여러병 사.”
“350ML 인데 11유로 괜찮아?”
(11유로면 저렴한 슈납스 2리터를 살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걸로 사.”
“3병사면 33유로야.”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사.”
평소에는 알뜰한 남편이 가끔 이럴 때가 있습니다. 자기가 먹고 싶은 식재료나 옷등은 고가를 구입하는데, 아빠 선물도 예외 없이 고급을 추구하십니다.
슈납스 코너에서 슈납스를 고민스럽게 고르고 계신 젊은 할배께 살짝 말을 붙였습니다.
“저, 슈납스 자주 드세요?”
슈납스도 과일 종류대로 나옵니다.
“그럼 제가 고른 살구, 배, 산딸기는 괜찮을까요?”
“응, 잘 골랐네. 이런 것들이 제일 마시기 편안한 맛이야.”
슈납스중에는 견과류와 다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살구, 배등이 제일 마시기 쉽다는 이야기인거죠.
사실 위해서 말씀드린 마시기 편하다는 말은 조금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슈납스는 알코올 도수가 38도인데 어찌 이것이 목에서 편하게 넘어갈까요?^^;
저는 줘도 못 마시는 독주이지만, 아빠는 소화제 겸해서 드시는지라 꽤 자주 드십니다.
전에 찍어놨던 할인권 사진입니다.^^
11유로짜리 슈납스 3병을 계산대에 놓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내 앞에 할매가 내 물건들을 보시더니만 뭔가를 살짝 내미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비싼 거 샀구먼. 이걸로 계산해!”
우찌 이렇게 감사할 수가, 이 할인권은 아는 사람만 아는지라,
이날 할인되는 할인권이 있는 걸 전혀 몰랐었는데..
할매가 당신 것을 비싼 물건을 사는 저에게 주십니다.
이 할인권은 신문 사이에 하나씩 끼워서 배달이 되는지라,
신문을 안 보는 사람은 모르는 정보입니다.
이 할인권은 고객안내센터에서 받을 수도 있지만, 정보를 모르면 물어볼 수도 없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갈 때마다 물어볼 수도 없으니 말이죠.^^;
할매께 받은 스티커를 얼른 슈납스의 궁디쪽에 붙였습니다.
이 3장의 스티커로 전 8,25유로를 덜 낼 수 있었죠.
저도 가지고 있는 스티커가 다 필요하지 않아서 계산대 뒤에 사람에게 할인스티커를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 비싼 것 사신 분은 아니었지만 단돈 몇 센트라고 아낄 수 있으니 주면 고마운 물건 이였죠.
평소에 제가 사는 물건들이 과일종류나 작은 단품이여서 할인권이 있어도 사실 그리 큰 덕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할인을 받았습니다.
제가 할인권을 줘보고 받아보니 이것이 오스트리아 인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고..
받으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니 주는 사람도 기분 좋고!!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를 뿐이지..
우리가 말하는 인정은 어디나 존재한다는 걸 살아가면서 매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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