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좌우충돌 문화충돌

오스트리아 부모님과 한국부모님의 차이점

by 프라우지니 2016. 12. 7.
반응형

 

남편이 아파서 깁스를 하고 집에 있는지 이제 10일차가 됐습니다.

 

이제야 이곳의 부모님과 한국의 부모님이 자식을 대하는 행동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음 절대 보지 못했을 부분을 말이죠.

 

자식에게는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는 것이 한국의 부모님이시라면..

이곳의 부모님은 어느 정도의 선까지만 허용하신다는 느낌입니다.

 

저희가 따로 살았다면 제가 학교나 요양원에 가는 날 집에 남편 혼자 있게되니 남편이 뭐라도 해서 먹어야 했을 텐데.. 시엄마가 매일 혼자 있는 남편의 점심을 챙겨주시니 시댁에 사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올 여름 시아빠가 젝켄 때문에 한동안 병원을 다니셨습니다.

그냥 입원해서 했어야 했을 검사를 매일 아침 일찍 가셔서 하루 종일 검사하시고 기다리시고 집으로 오시는 일과를 거의 2주일동안 하셨었습니다.

 

뭔 일로 다니셨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841

저렴하게 받은 진드기 예방접종, Zeckenschutzimpfung 젝켄주사

 

남편의 회사는 집에서 고속도로 쪽으로 나가서 아래쪽으로 30분 달려야 하는데...

 

아빠가 린츠시내의 신경정신 전문병원에 검사를 다니시는 그 기간 동안 남편은 매일 병원에 가시는 시아빠를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회사로 출근하는지라 매일 평소보다 늦는 출근을 했었습니다.

 

아빠랑 말을 많이 안하는 남편이,

아빠가 병원에 매일 검사를 하러 다니셔야 한다는 마눌에 말에 딱 한마디 했었습니다.

 

"아빠한테 "태워다 드릴까?" 물어봐!"

 

시키는 대로 아빠께 여쭤보니 아빠는 "그래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병원이 남편이 회사 출근하는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빠도 알고 계셨지만 그래 달라고 하시니 남편은 군 소리 없이 아빠가 해달라는 대로 했습니다.

 

남편의 출근시간보다 더 늦게 출발하셨던 지라 남편이 매일 시아빠를 기다리다가 모셔다 드렸지만, 남편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모르죠. 워낙 안 하는 인간형인지라.. 속으로 궁시렁 댔을지도..

 

이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빠가 몸에 이상은 있는데, 검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매일 병원에 가시는 상황이니 당신도 겁을 먹고 계시구나..“

 

그러면서 이런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아빠였다면.. 나는 여기서 전차타면 20분이면 한 번에 가는 길이고, "노인 할인" 되서 24시간 이용가능한 표도 2유로면 되는데, 네가 뭐 하러 기름 값을 더 들여가면서 날 병원에 데려다 줘! 됐어. 넌 그냥 출근해!"

 

다리가 아파서 못 걷는 것도 아닌데 굳이 자식의 출근시간까지 미뤄가면서 데려다 주는 건 오버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구요.

 

물론 정말로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감사하게 받으셨겠지만 말이죠.

 

 

이번에 남편이 깁스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동안 시아빠가 병원에 데리고 가시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전에 했던 "아빠 병원에 모셔다 드리기"가 품앗이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운전면허야 저도 있습니다.  남편에게 스파르타 교육을 받아가면서 오스트리아에서 주행검사(지만 이론도 질문을 받는지라 이론까지 다 배워야했죠.^^;)을 봐서 발급받았던 오스트리아 면허증!

 

한국면허증 딴지 26년, 오스트리아 면허증 딴지 4년차(맞는지 가물가물..)

2개국의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전 여전히 장롱면허!ㅋㅋㅋ

 

2개국 운전면허증을 장롱면허로 갖고 있는 사람이 저 말고도 또 있겠죠?^^

 

마눌의 장롱면허로 차 뒤에 "초보운전"딱지 붙이고 병원까지 달리는 건 한다고 쳐도..

린츠시내의 주차비가 겁나 비싸기 때문에 아빠가 병원입구에 내려주시고 진료가 끝난 다음에 다시 오십사하고 전화 드리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젤 좋은 방법입니다.^^

 

남편이 집에 있는 동안 시엄마는 매일 점심을 남편에게 배달 해 주셨습니다.

 

우리 집이 아빠는 "딸 바보" 엄마는 "아들 바보"이신지라 엄마는 영원히 아들편이실줄 알았는데..

요즘 보니 영원히는 아닌 거 같습니다.

 

시어머니는 매일 시아버지와 당신을 위해서 요리를 하십니다. 아들이 깁스하고 집에 있으니 당신들 요리하시는 김에 1인분 더해서 아들에게 주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문화는 끼니때 찾아온 손님에게 수저 하나 더 내어주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죠.

밥 먹는데 수저 하나 더 놓는 건 뭐 그리 큰 문제도 아니고 어찌 보면 당연한일인데..

 

시어머니는 며칠 동안 아들이 점심을 하시는 것이 스트레스이셨던 모양입니다.

요즘은 다음날 내가 학교를 가는지, 요양원을 가는지 확인을 하십니다.

내가 집에 있는 날은 남편의 점심을 안 하셔도 되니 그것을 알고자 하십니다.

 

 

 

내가 차린 남편의 점심상: 잡채밥, 닭고기 김치국, 깍뚜기

 

 

오늘도 제게 물어오셨습니다.

 

"너 내일 일하러 가냐?"

"네"

"토요일인데?"

"저희가 토요일, 일요일이 어디 있나요? 근무가 잡히면 일 하는 거죠."

"그럼 일요일은?"

"그날은 근무가 없어요. 그 날은 점심 안하셔도 돼요."

"내일?"

"내일은 제가 근무를 하는 날이라, 엄마한테 신세를 져야할거 같은데요. "

"...."

 

저는 주방에 올라와서 설거지를 하는데, 방에서 남편과 시엄마의 대화를 들립니다.

 

"깁스는 언제까지 해야 한다니? 크리스마스 전에는 풀 수 있대?"

 

남편의 깁스는 6주를 해야 해서 새해까지 하고 있어야 하는 걸 시어머니도 아시면서 왜 이런 질문을 하실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무심하게 대답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하고 있어야 해!"

 

시엄마가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물어보니 남편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로 한정해서 대답을 합니다.

그냥 속 시원하게 "1월초까지 하고 있어야 해" 하면 될 것을..

 

그리고 "남편이 깁스를 1월초까지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을 아시면서 참 이상하게 대화를 한다"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엄마였다면...

 

며느리 점심을 챙기는 것도 아니고 "내 아들 점심" 챙기는 것은 묻고 또 묻고 하시지 않죠.

평소에 엄마가 끔찍하게 챙기시는 아들 이였다면 더더욱 묻지 않아도 챙기시는데...

 

어차피 하는 요리 조금 더해서 지금 잠시 깁스하고 있는 아들내미 챙기시는 것이 스트레스는 아니셨겠죠? "어떤 음식을 해 줘야 내 아들 뼈가 빨리 붙나?" 뭐 이런 일로 고민을 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남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가 되니...

남편이 정말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마눌인 저뿐인 거 같습니다.

 

나의 외출여부를 물으시고 시어머님이 퇴장하시고 남편에게 무심하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당신 점심 챙기시는 것이 스트레스이신가 봐."

'...."

 

남편의 긍정을 한다는 신호입니다.

남편도 시어머니의 태도에서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죠.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은 무안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인인 제가 알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은 사랑은 자식을 위해 전 재산을 팔고, 그보다 더한 것도 내줄 수 있는데..

 

제가 시댁에서 느끼는 부모님의 사랑은 조금 다른 거 같습니다.

성인이 되서 자기 가정을 가지고 있는 아들은 이미 두 분의 품을 떠난 자식이여서일까요?

 

요즘은 아들을 위해 병원에 데려다 주시고, 점심을 챙겨주시는 시부모님의 얼굴을 자주 살핍니다.

 

남편에게 "당신이 다시 건강해지면 온천으로 두 분 여행을 보내 드리라"고 했습니다.

 

한국인인 저의 눈에 시부모님이 남편에게 보이는 사랑은 내가 아는 한국의 우리  부모님 사랑과는 조금은 다른것이라 낯설지만, 그래도 당신들의 아들을 위해서 당신들이 해 주시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에게는 아픈 아들을 위해서 병원까지 데려다 주시고(1주일에 한번), 매일 점심을 챙겨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사를 조금 값비싼 여행상품으로해야한다고도 했습니다.

 

마눌의 말에 토를 달지 않을걸봐서...

남편은 이번에 부모님께 남편 생애에 가장 비싼 선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