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오스트리아에서 공식 “요양보호사”는 아니지만, “예비 요양보호사”인지라 분기별로 나오는 “요양원 소식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타이틀이 요양원 소식지인지라, 내용을 들여다봐도 별로 흥미 있는 것은 없습니다.
어느 지역요양원에 어떤 직원이 새로 부임하느냐 하는 뭐 이런 종류가 대부분이거든요.^^;
평소에는 별로 볼만한 기사가 없었던지라 대충~ 훓어 보고는 말았는데...
이번에 제 눈을 사로잡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한 요양원에서 만나신 치매 걸리신 할배와 할매가 결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2쌍이나 말이죠.
치매라는 것이 정신이 자꾸 외출을 하는지라, 제정신을 챙기기도 버거운데..
이런 분들이 결혼을 하셨다니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제까지 서로 사랑하시다가 그 다음날, 정신이 잠시 외출하시면 “당신이 누군데, 왜 내 방에서 자는 겨?”하시지는 않을까?“
그러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 요양원이 얼마나 외로운 곳인데, 함께 방을 쓴다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말 걸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입 다물고 하루를 보내는 조금은 삭막한 곳인데, 함께 대화를 하고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실 요양원이 그렇습니다. (모르죠! 제 실습요양원만 그런 것일지도)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을 한다고 해도 아침에 자신들의 지정석에 앉으면서 옆에 혹은 앞에 앉은 어르신께 “좋은 아침!”하고, 저녁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좋은 밤!!”하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몇 년 혹은 십년 넘게 함께 생활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서로에게 더 이상 흥미도 없거니와, 어제가 오늘 같고, 1년 전도 오늘 같은 항상 변함이 없는 나날이다 보니 이제는 얼굴을 봐도 따로 안부를 묻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이렇게 삭막한 요양원에서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생겨서 결혼까지 하신 어르신이 있는걸 보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여자와 남자로 느끼는 감정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노인들의 사랑(?)이 넘치는 곳(종로 3가?)이 있죠!
너무 넘쳐서 사회적인 문제로 이슈화까지 되고 있는 곳이지요.
물론 상업화가 되어버린 한국 어르신들의 사랑(?)과는 아주 많이 다른 이곳 어르신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었으니,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라도 함께 하고자 마음에 결혼까지 하시는 것이겠지요.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한국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정말로 사랑해서 결혼했던 다큐멘터리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나이와 치매까지 초월하는 정말로 위대한 것 같습니다. 치매까지 극복하는 그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 옆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만 남을 뿐입니다. (제가 그 요양원에 근무했다면 그 증거를 볼 수 있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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