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 같은 건 한국인만 있는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보니
"정"이란 것이 한국인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양인들에게 있는 듯 한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나 그 상대가 생각지도 못한
인간형일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제 실습요양원이 있는 트라운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농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마켓) 가 열립니다.
트라운 근방에 사는 농부들이
자신들이 지은 농산품 또는 빵, 치즈, 햄등을
가져다가 파는 시장이 서는데,
유기농 농산물을 살수있죠.
직거래 장터라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농부들이 파는 믿을만한 제품을 사길
원하는 사람들은 매주 찾는 시장입니다.
일반 슈퍼에 비해서 가격이 적게는 두 배
혹은 서너 배 비싼 가격이라 제가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사실 갈 시간도 없다는..) 금요일 오후에
요양원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책삼아서는 두어 번 갔었습니다.
그날도 금요일 이였고, 어르신 두 분을
모시고 시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어르신 두 분중 한 분이 담배를 사신다고 하니,
구경삼아서 시장도 보고 말이죠.
시장에 간다고 나서니 우리 요양원의 권력자이신
청소부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했습니다.
“시장에 가면 ”OO 부인, Krapfen크라펜 (던킨도너츠)
하나 사먹을 돈은 내가 낼께!“
어떤 청소부인지 궁금하신 분만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592
헉^^; 도너츠 값이 2유로 정도 하는데,
그것을 내주겠다고 합니다.
청소를 하면서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평소 그녀의 행동으로 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그녀도 한국 사람처럼 겉으로는 “버럭”하면서
속정이 있는 그런 형의 인간이였던걸까요?
평소에도 찬바람 쌩~ 불게 행동하는 그녀는
한국 사람으로 치면 “경상도 사람”인걸까요?
그날 시장에서 저랑 함께한 직원은
담배를 사시길 원하시는 어르신께는
어르신의 지갑에서 꺼낸 돈을 담배 한 보루를 샀고,
와인을 마신다고 하셔서
어르신의 돈으로 와인 값을 계산했지만,
어르신이 드시겠다는 크라펜(도너츠) 값을
내가 어르신의 지갑에서 꺼내려고 하니,
함께 시장에 온 직원은 자기가 내겠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도 “너도 한 개 먹을래?”
했지만 저는 사양했죠.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그 돈으로 사준다니 먹고 싶어도
사양을 해야 하는 거죠!
저는 사양했지만, 어르신 두 분은 크라펜을 드셨고,
한 어르신은 청소부가 내준 돈으로 계산을,
다른 어르신은 직원이 냈습니다.
물론 “그깟 2유로가 뭐가 큰돈이라고?”
하실지 모르시겠지만,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이
“내가 먹을 때, 너도 같이 먹어!” 가 아닌
“난 지금 먹어. 넌 먹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내지는 남이 먹던가 말든가
관심조차 갖지 않습니다.
내가 먹을 때 옆에 서 있다고 하나 사주는
그런 사고방식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청소부도 나와 함께 시장에 나온 직원도
어르신을 위해서 기꺼이 그들의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생각에 따라서는 “2유로”가 푼돈일수도 있지만,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거든요.
우리의 주식이 쌀이듯, 빵을 주식으로 먹는
이곳에서는 빵 2kg을 살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니 말이죠.
이들이 어르신께 한 행동은
우리가 말하는 그 “정”이 맞는 거 같습니다.
나도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나보다 더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나누는 그런 마음이고 말이죠.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동서양을
떠나서 비슷한 거 같습니다.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곳에서 저는 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좌우충돌 문화충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이 놀란 한국인 처형의 선물, 용돈 (28) | 2017.02.25 |
---|---|
당황스런 부탁 (6) | 2017.01.04 |
스무 살 그녀, 동거를 시작하다 (10) | 2016.12.26 |
오스트리아 부모님과 한국부모님의 차이점 (14) | 2016.12.07 |
크로아티아 캠핑장에서 내 자리에 대한 권리를 말하다. (8) | 2015.10.03 |
안녕! 내 동생 (6) | 2015.09.04 |
치매도 막을 수 없는 사랑 (2) | 2015.08.27 |
서양인들이 못 참는 오징어냄새 (21) | 2015.06.27 |
한밤에 담은 열무김치 (8) | 2015.06.24 |
내 팁박스 (14) | 2015.06.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