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필리핀으로 갈 준비를 하다 보니..

 

지난 2014년에 필리핀에서 있었던 일들 중에 "포스팅 해야지.." 해 놓고 못했던 것들이 있어,

이제 슬슬 그때의 일들을 몇 회에 걸쳐서 해 볼 생각입니다.

 

그 첫 회는 한국인 처형과 오스트리아 사람인 매부사이에 있었던 문화적 차이입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용)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나도 언니에게는 용돈을 받지만, 내 동생에게는 용돈을 주죠.

 

내가 언니에게 용돈을 준적은 없습니다.

언니는 당연히, 언제나 나에게 주는 손윗사람이니 말이죠.

 

언니는 매부인 남편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결혼 전, 연애할 때 잠시 만나고 처음이니 거의 10년만이었던 거 같습니다.

 

간만에, 아니 결혼하고는 처음 보는 매부에게 언니는 해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언니가 남편에게 찔러준 봉투 하나.

 

 

 

 

언니는 남편에게 필리핀에 있는 동안 쓰라고 페소를 용돈으로 준 모양인데...

언니가 주는 것을 무심코 받아서 봉투를 뜯어본 남편이 놀라서 얼른 나에게 넘깁니다.

 

안에는 작지 않은 금액이 들어있었습니다.

 

"처형이 왜 돈을 나한테 주는 거야?"

"언니가 당신에게 쓰라고 용돈으로 주는 거야."

"왜 나한테 용돈을 주는데?"

"한국에서는 손윗사람이라 손아랫사람한테 용돈을 줘!"

"응?"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용돈을 줘!

당신은 내 남편이고, 언니의 손 아랫사람이니 언니가 용돈을 주는 거야."

"왜, 나이가 어리다고 용돈을 줘?."

"당신은 여기 다니러 온 손님이고, 그리고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니니 주고 싶었나 부지.

여기서는 언니한테 대접을 받고,

나중에 언니가 오스트리아에 놀러오면 당신이 써야하는 거야."

 

이쯤 되면 수긍을 하면 좋을 텐데..

남편은 질문에 꼬리를 물어서 묻습니다.

 

"왜 처형이 오면 내가 대접을 해야 하는데?"

"당신이 여기서 대접을 받았잖아. 그러니 나중에 갚아야지."

 

이쯤 되니 언니가 빈손으로 온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여행을 오면 돈을 가지고 와야지."

"당근 돈은 가지고 오지. 하지만 우리를 방문하러 오면 당연히 우리가 대접하는 거야."

 

뭐 이렇게 말해도 남편이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사이에도 돈 관계는 확실한지라.. 밥값도 더치페이 하려고 하고,

따로 돈을 주지도 받지도 않고, 대접도 안 하는지라 남편이 이해를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필리핀에 있는 동안 언니는 우리 부부와 함께 맛 집이면 맛 집, 볼거리면 볼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출은 언니가 다 했죠.

 

남편은 ATM기계서 돈을 빼서 쓸 계획이였지만, 돈을 뺄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남편은 언니에게 신세를 왕창 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항상 언니에게 받기만 했던 언니의 동생인지라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언니가 놀러오면 내가 언니를 데리고 맛집도, 쇼핑도, 볼거리도 같이 가면 되지."

 

이런 마음만 가지고 말이죠.^^

 

나중에 우리가 출국 할 때쯤에 남편이 살며시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나 유로 가지고 있는 거 있는데 이거 다 처형한테 줄 거야."

 

갑자기 처형에게 돈을 주겠다니 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왜?"

"처형이 우리 데리고 다니면서 돈 다 썼잖아."

"그것이 이 금액으로는 안 될 거 같은데?"

"내가 가진 것이 이것이 다야."

"왜 돈을 주려고 해? 언니가 주는 것은 받지도 않았으면서?"

 

남편이 가지고 있던 유로는 남편이 오랫동안 정말로 "비상금"으로 지녔던 것인데..

그 돈을 처형에게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언니가 남편에게 줬던 봉투는 남편의 손을 거쳐서 나에게 온지라 제가 썼습니다.^^

 

"그냥 돈을 주지 말고 나중에 언니가 우리한테 놀러오면 당신이 100% 다 써. 그럼 되잖아."

"놀러 오시면 당연히 나도 쓰지. 하지만 그때는 그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니.."

 

남편은 언니가 주는 용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은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냥주면 언니가 받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남편이 우리가 쓰던 방에 자신의 비상금을 잘 감춰두고 떠나왔었습니다.

 

나중에 언니가 그것을 찾아서 왜 두고 갔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대답을 하더라구요.

 

"나중에 오스트리아에 놀러 올 때 가지고 와서 쓰시라!"

 

남편이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받은 것을 자신도 주고 싶은 마음에 한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또 다시 남편과 언니가 만나게 되면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언니는 또 남편에게 용돈으로 쓰라고 돈을 주게 될까요?

남편은 또 그 봉투를 열어보고 놀라서 저에게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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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02.25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