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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떠나간 우리 반 사람들

by 프라우지니 201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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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 출발한 우리 반은 1학기를 마치기 전에 2명이 탈락했었습니다.

 

크로아티아 사람인 중년아낙은 하임힐페(도우미)로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병동의 관리자가 “ 요양보호사에 한번 도전해 보라”는 몇 년에 걸친 권유로 입학을 했었고..

 

또 다른 한명은 20대 후반의 오스트리아 청년으로 2년 전에 카리타스 학교에 입학했다가 중도 탈락한 경우인데, 다시 재입학을 했었습니다.

 

그의 학습태도를 보고, 선생님들이 이미 낯익은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가 모범생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번에도 잦은 결석과 더불어 학습 진도를 따라지 못한지라, 우리 반 1번으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크로아티아 아낙이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었죠.

 

“나이 50 이 낼 모래인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매일저녁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야 하남? 난 실업자도 아니고, 이미 직업도 있는데..“

 

뭐 이런 마음으로 그만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발도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서 밀려오다시피 했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2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서 우리 반 반장이 실습요양원 직원들과의 화합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요양원을 나와야 했고, 더불어 팔의 근육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인지라 본의 아니게 “병가”상태로 있었는데.. 그녀 또한 중도포기를 하겠다고 선언했었습니다.

 

저희가 보는 시험이 참 쉽지 않거든요.

특히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시험에 대해서는 외국인들보다 더 많이 힘들어합니다.

 

이쯤에서 우리 반 흑인 중에 한명인 M이 힘들다고 그만두고 싶다는 표현을 했었습니다.

언어도 힘들고,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낙제를 하다 보니 심리적인 위축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만 두고 싶다는 그녀에게 우리 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반응들을 보였었답니다.

 

“M, 왜 그래? 지금까지 잘 견뎌왔잖아. 우리가 도와줄게 계속해서 함께 가자.”

 

평소에는 도움이 필요한 M은 쳐다보지도 않더니만, 그녀가 그만둔다고 하니 갑자기 도와준다고 맘에도 없는 말들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위로의 말은 했었습니다.

 

“그냥 견뎌. 4학기 잘 마치고 낙제한 것은 나중에 조금 더 공부해서 시험 보면 되잖아.

선생님들도 니기 힘들어 하는 거 아시니까 어떻게든 도움을 주실 꺼야.“

 

그녀를 격려한 말이 입에 발린 말이던, 진심이던 간에 그것이 도움이 됐었는지, 그녀는 그만두고 싶다는 그 유혹을 잘 뿌리치고 계속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남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말이죠.

 

아침에 등교하다 보면 3교대로 일을 한다는 그녀의 남친이 그녀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정성을 보입니다. 여친이 힘들어하니 어떻해서든 그녀에게 힘을 주려고 노력하는 참 감사한 남친 입니다. 덕분에 그녀가 계속해서 나갈 수 있는 힘을 충전하는지도 모르죠.^^

 

우리 반의 4번째 탈락자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보스니아 청년 이였습니다.

 

외국인이지만 또한 오스트리아 (국적) 인이기도 한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그만뒀습니다.

 

입학하고 얼마 안 돼서 아내가 출산하는 기쁜 소식도 전해줬었는데..

그만두기 얼마 전에 함께 등교하면서 이런저런 자기주변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더만..

 

그 청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727

나는 몰랐던 외국인 차별이야기

 

함께 올라가면서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더니만..

 

“아무래도 학교에 못 다닐 거 같아. 공부도 힘들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있어서..”

“우리 노동청이랑 실습요양원에서 나오는 돈 합치면 한 달에 900유로 정도 안 되남? 거기에 니 마눌도 킨더겔트(아이 지원금) 받을 거 아니야. 그걸로 힘들어?”

“이것저것 합치면 한 달에 1600유로 정도 되기는 하는데..”

 

한 달에 보조금이 실 수령액이 1600유로면 꽤 괜찮은 수준입니다.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이 이 정도면 완전 훌륭한 복지입니다.

 

“너희 부부에 아이 하나면 1600유로면 충분하지 않아?

너희는 시 외곽에 사니 집세도 쌀 거 아니야.”

“한 달에 집세가 600유로에 차에 들어가는 돈이 150유로에 이런저런 공과금과 식료품하면 매달 1~200유로 마이너스야. 아무래도 내가 벌어야 할 거 같아.”

“그래도 이왕 시작한 직업교육인데 지금 조금 힘들어도 견디면 나중에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괜찮은 보수를 받을 수 있잖아.”

 

이렇게 조언을 했었는데, 결국 그는 그만 두는 것을 결정을 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가 받는 보조금이 한 달에 1600유로임에도 적은 금액이라고 중도포기를 한다는 말에 아무런 보조금 없이 (자신이 모아놓은 돈으로 혹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꿋꿋하게 학교를 다니는 20대 초반의 우리 반 아가씨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었습니다.

 

“한 달에 보조금만 1600유로면 완전 럭셔리네. 럭셔리야.”

 

이렇게 4명이 자신의 결정에 의해 중도탈락을 했고, 탈락은 아니지만 끝까지 우리와 함께 갈수 없는 아낙도 생겼습니다.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어느 시험 보던 날 시험지를 일찍 접수하고 밖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던 제 앞에 아낙이 앉아서는 펑펑 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우는지라 우는 이유를 물어보니 그녀가 울먹이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했습니다.

 

“나는 흑흑^^;... 우리 반 사람들이랑 끝까지... 흑흑^^;... 같이 가고 싶었는데...^^;”

‘같이 가면 되지 왜?“

“나는 ...흑흑^^; 이미 아이도 셋이나 있는데...엉엉~”

“근데 왜?”

“피임을 잘 했는데...흑흑^^; 몇 년간 잘 해냈는데....흑흑^^;”

 

이쯤 되니 그녀가 우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 셋 있고, 지금 38살인지라 더 이상 아이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더군다나 지금은 직업교육을 받는지라 공부와 실습으로 “풀타임” 몸과 머리가 고달픈데 여기에 임신이라니요.

 

축하할 일임에도 그녀의 반응 때문에 저는 그냥 얼버무렸습니다.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 선생님들도 도와주실 거야. 배가 불러오면 실습은 힘들겠지만 이론은 우리와 끝까지 받고 실습은 나중에 아이를 낳은 다음에 받는 방법도 있잖아.”

이렇게 울고불고 원치 않은 임심을 한탄하던 그녀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직업교육을 받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4학기까지는 무리가 있겠지만, 3학기까지는 함께 공부하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죠. 출산할 때까지 괴력을 발휘해서 우리와 함께 공부를 하게 될지도..

 

그 외 조금 위험한 점수(시험볼때마다 거의 낙제를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두엇 있지만, 끝까지 본인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타의에 의해서 그만 두게 된 우리 반 사람도 있습니다.

 

매번 컨닝으로 시험을 봐서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고, 시험 볼 때마다 울고불고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알렉스는 결국 선생님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당신은 아무래도 우리 학교의 학습을 따라갈 능력이 안 되니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저희집에 처음오셨고, "알렉스가 누구여?"하시는 분만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576

컨닝페이퍼가 돌았던 인체학 시험장

 

http://jinny1970.tistory.com/1716

이해 불가 한 그녀

이 말 때문에 그녀가 울고불고 완전 난리가 났었습니다만, 사실 그 선생님이 제대로 짚어주시기는 하셨습니다. 해도 안 되는 것인지 노력을 안 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녀는 시험점수도 바닥이고, 그녀가 준비해서 발표하는 것 또한 수준이하인지라 완전 낙제감이였거든요.

 

결론적으로 학교 측에서는 그녀에게 이런 제한을 했습니다.

 

“중도에서 그만두는 대신에 “하임힐페 (도우미)” 자격시험을 보는 것이 좋겠다.“

 

자격증을 소지한 하임힐페와 요양보호사의 월급 차이는 실 수령액 200유로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년 일찍 돈을 벌어서 좋기도 하겠고, 이론 200시간, 실습 200시간만 마치면 되는 직업이니 이미 2학기를 중반까지 온 알렉스는 자격시험만 보면 되는 직업입니다.

 

물론 그녀가 시험에 합격해야한다는 조건이지만 말이죠.

 

중도포기를 권유받은 그녀는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하임힐페”시험을 보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더 이상 학교에 나올 필요도 없고, 시험을 안 봐도 된다는 것 때문에 무지하게 신나했었는데..

 

최소한 2학기는 마쳐야 하고, 하임힐페 시험에 필요한 과목 시험은 봐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알렉스는 2학기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는 우리와 함께이지 싶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가정도우미에 해당하는 하임힐페도 국가고시로 자격증을 따야합니다.)

 

2학기가 끝나고 나면 알렉스가 떠나갈 예정이고..

 

3학기를 시작하고 더 진행되면서 또 어떤 사람들이 그만두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탈락 없이 끝까지 마쳤음 하는 바람입니다.

 

저 또한 그들과 끝까지 남기를 희망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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