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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컨닝페이퍼가 돌았던 인체학 시험장

by 프라우지니 201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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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을 위해 오늘자 따끈한 이야기를  바로 올립니다.^^

 

한 달을 공부한 인체학 시험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 그동안 주방에서 서성이던 동안에는 항상 강의 mp3를 들었지만, 듣는 거랑 필기하는 거랑은 또 다른 거라 틈틈이 쓰기연습도 열심히 하기는 했었습니다.

 

문제라고 한다면.. 인체학에 나오는 단어들이나 신체기능의 설명들이 일상용어가 아니라 외우는데 더 힘이 들어서 사실은 대~충 외웠습니다.^^;

 

최소한 선생님이 답안지를 보신다면..

“아하! 알기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부족한 독일어 때문에 설명을 조금 부족하게 했네?  뭐! 이 정도의 생각을 하실 정도로 말이죠^^

 

저는 대~충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내가 알고 있다는 것만 피력하기로 했습니다만, 컨닝페이퍼 따위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건데, 컨닝페이퍼로 내 실력(혹은 기억력)을 배신하는 따위의 일은 나 자신이 용납을 하지 않지 않아서 말이죠. 컨닝해서 받은 1등급보다는 내 실력으로 내가 당당하게 시험 봐서 받은 3등급이 더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시험문제가 묻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인지 정확하지 않아서 앞에 앉아계신 선생님께 내가 지금 맞는 답을 쓰고 있는지 두어 번 물어보러 갔었고, 나중에 물어봤던 것은 선생님께 안 물어봤다면 오답을 적을 뻔도 했었습니다. 역시 돌다리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쯤 되면 시험이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려나요?

가장 쉬운 시험의 전형인 사지선다형을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시죠?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독일어로 쓴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그래도 각 문제마다 걸려있는 점수를 거의 다 획득했습니다. 다른 문제에서 만점 중에 1점이 깎이긴 했지만 그것도 내가 몰라서 안적은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강의하실 때 제대로 강조를 해주시지 않았고,, 책에도 나와 있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던지라 저를 포함한 두어 명이 저와 같은 상황 이였습니다.

 

답을 한 개 빼먹어서 1점이 깎였다는 이야기죠!^^

 

저는 급한 성격답게 시험도 후다닥 치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제가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오답을 적었던 경우도 있었지만, 뭐든지 대충 보고 급하게 해 치우는 성격은 변함이 없습니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밖에 있으니 내 뒤로 시험을 끝낸 이들이 줄줄이로 나오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알렉스 컨닝페이퍼 보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시험지 뺏겼어.”

 

“디아나(우리 반 반장)도 컨닝페이퍼로 시험을 봤는데, 샘한테 걸리지는 않았어.”

 

사실 알렉스는 참 착하기는 한데, 공부는 조금 딸린다는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옆에 앉는 미리암에게 항상 도움을 받는 친구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려운 시험인지라 컨닝페이퍼를 준비했던 모양입니다.

 

“아니, 디아나는 열심히 하는 스탈인데 왜 컨닝페이퍼를 준비했데?”

 

그냥 그렇게 묻고 지나쳤는데, 컨닝페이퍼를 준비했던 인간이 두명이상이였나 봅니다. 제 이야기에 한번 등장했던 우리 반 방송국 인도아낙도 컨닝페이퍼를 만들어왔는데, 보기 전에 샘한테 걸려서 뺐겼다나요? (물론 본인의 말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인도아낙에게서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알렉스의 컨닝페이퍼를 잡아낸 것은 그 옆에 앉아있는 미리암이 선생님한테 눈짓을 보내서 잡은 거라는..

 

“미리암이 알렉스한테 뭘 물어봤는데, 알렉스가 모른다고 했나봐. 그래서 열 받은 김에 선생님께 눈짓을 보낸 거 같아!”

 

나 같으면 내 옆에 앉아있는 아낙을 도와주겠구먼. 머리가 안되서 컨닝페이퍼로라도 시험을 보고자 하는 짝꿍을 그렇게 고자질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미리암이랑 알렉스는 차도 같이 타고 다니고.. 서로 친한 친구 아니였어?”

“겉으로만 그러는 거 몰랐어?”

 

오스트리아 식으로는 사람을 이렇게 겉으로만 친한 척 하면서 시시때때로 뒤통수치는 모양입니다.

 

공식적으로 아무하고도 안 친한 저는 내 옆 인도아낙이 힐끔거리는걸 알면서도 그녀 쪽으로 시험지를 밀어주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에는 그 누구보다 잘나서 수다를 떨어대느라 수업시간까지 방해하는 인간이라 별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거든요.

 

나중에 시험지를 받고서야 대충 어떤 점수들을 받았는지 알았죠.

외국인 중에는 저와 크로아티아 아낙 두 명이 1등급을 받았고, 인도 아낙은 3등급을 받았고, 저와 함께 온 두 명의 흑인 아낙은 “다음 기회를 이용해 주세요(시험 다시 보라는 이야기죠! 4~5등급이니)~을 받았습니다.

 

외국인을 제외한 오스트리아 사람들 중 대부분은 1등급을 받았지만, 미리암을 포함한 몇은 3등급을 받았고, 알렉스는 백지처리가 돼서 “다음 기회를 이용해 주세요~”에 당첨이 됐습니다.

 

시험 못 봐도 할 말 많은 인도아낙이 아주 자랑스럽게 모두에게 한마디를 했습니다.

 

“너희들도 알지만, 내가 외국인이잖아. 내 독일어가 시험을 보기에는......”

 

옆에서 듣다가 기가 막혀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니가 선생님 다음으로 말을 제일 많이 하거든(=수업방해) 그렇게 말 많이 하는 니가 ”독일어 실력“운운하는 건 조금 웃기는 거 같지 않아?”(=말 좀 적당히 하지?)

“니말이 일리가 있기는 한데.. 내가 쓰기는 약하거든!”

사실은 쓰기 문제가 아닌 거죠! 공부를 안 해서 제대로 적을 수가 없었던 거죠.

인체학이라는 것이 대충 공부해서는 절대 답을 적을 수 없는 과목 이였거든요.

 

제가 한 말을 인도아낙이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 다음 편에는 제가 학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여러분께 공개하도로 하겠습니다.

서양인들은 말귀를 어떤 식으로 알아듣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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