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우리 반 크리스마스 파티

by 프라우지니 2015. 12. 26.
반응형

 

처음에 20명이 출발한 우리 반은 1학기를 마치기 전에 2명이 탈락했고, 2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인 지금은 16명입니다. 아마도 3학기가 들어갈 무렵에는 조금 더 줄어들게 될 거 같습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중간에 탈락한 사람들이 이야기가 아니구요. 무사히 2015년을 마친 우리 반 사람들이 마지막 위생학 시간에 한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입니다.

 

학력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그것보다 더 차이가 나는 것은 수준 차이와 교양의 차이? 사실 많이 배웠다고 해서 수준이 높고, 교양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는 “교양과 수준”은 학력을 떠나서 남을 배려(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수업시간에 강의를 듣기보다는 토론에 가깝게 말대답을 하는지라, 오죽하면 선생님이 “제발 내가 수업 좀 나가게 조용히 해 달라!”고 하실 정도입니다.

 

가끔씩은 “이 사람들은 정말로 공부할 의지가 있기는 한가? 수다를 떨러 여기에 오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고, 같은 반이라는 자체가 창피할 때도 있습니다. (정말로~)

 

(어째 오늘도 왜 삼천포로 달리는겨? 파티 이야기 해 준다며?)

 

 

 

 

마지막 수업시간인 위생학 시간이 비었습니다.

 

그 시간을 저희 반 크리스마스 파티겸 쫑파티를 하게 됐습니다.

우리 반 인원이 16명이니 함께 모아서 상품권이라도 사자고 하니 얼마짜리 상품권을 살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얼마씩 거둬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높은 목소리가 하나 튀어나왔습니다.

“난 10유로(13,000원정도?) 까지는 괜찮아!”

 

 

 

결국 반장이 결정한 금액은 4유로. 4유로씩 거둬서 선생님께 드릴 상품권을 사고,

나머지로는 우리 반 사람들의 사인이 들어갈 만한 카드를 사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파티에 필요한 것들은 각자가 조금씩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빵을 가져오겠다는 사람, 음료를 가져오겠다는 사람, 케이크를 구워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는 집에서 뭘 만들어갈 시간도 없거니와 마음의 여유도 없는지라,

그냥 슈퍼에서 사가는 걸로 했습니다.

 

 

 

 

다음날 우리 반 중 몇이 준비해온 것들입니다.

 

바나나를 넣은 케이크를 구워온 사람도 있고, 크리스마스 쿠키를 종류대로 가지고 온 사람도 있고, 저요? 저는 앞에 보이는 두 종류의 크리스마스 쿠키(보다는 케이크에 가깝게 부드러운 빵에 초코 코팅을 한)를 직접 만들지는 않고, 직접 사서 가지고 갔습니다.^^

 

제일 거나하게 준비한 사람은 슈퍼에서 햄을 종류대로 거의 20유로 어치 사오고, 거기에 직접 만든 치즈까지 준비해온지라 슈퍼에서 달랑 과자 두 봉지만 사간 저는 조금 미안했습니다.

 

 

 

 

거나하게 사온 햄으로 장식한 햄 한 접시입니다. 20유로어치가 이게 다냐구요?

이렇게 세 접시 정도가 나온 거 같습니다. 완전 고급 햄들로만 사왔더라구요.^^

 

 

 

 

그렇게 선생님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는 고픈 배를 채우는 시간!

 

제가 가지고 온 접시입니다.

 

검은 빵에, 직접 만들어온 치즈로 만든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2종류에 제가 젤 좋아하는 아주 비싼 햄인 Prosciutto 프레슈토입니다. 스페인의 “하몽햄”이라고 해야 이해가 쉬우실 거 같습니다.

 

특히나 직접 만든 발라먹는 치즈는 맛도 훌륭했습니다. 토펜이라고 불리는 치즈 종류에 해당하는 것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넣어서 만드는 것으로 넣은 재료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탄생이 가능합니다. 질감은 두부 만들 때 나오는 비지보다는 조금 더 고운 형태입니다.

 

여기서 잠깐!

Topfen (토펜) (1) 응유 (凝乳), 응고된 우유 (Quark)

 

스프레드가 짭짤한지라, 저는 빵을 3개나 먹어야 했습니다.

 

제가 원래 짠 거는 안 좋아하는데, 맛이 훌륭한지라 빵을 3개씩이나 먹었습니다.^^

스프레드를 많이 퍼온지라, 다 먹어야 했거든요.^^;

 

 

 

 

제가 디저트로 챙겨왔던 Lebkuchen 랩쿠헨입니다.

 

크리스마스때만 먹는 부드러운 쿠키(보다는 빵이죠^^) 종류에 만드는 폼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가능합니다. 저는 양, 별, 천사 이렇게 3개 챙겼습니다.^^

 

여기서 잠깐! 렙쿠헨이란?

Lebkuchen <렙쿠헨> (1) 뉘른베르크(Nürnberg) 의 명물과자; 꿀과 호도로 만든 케이크

 

 

고픈 배를 다 채우고 집에 갈 시간!

 

전부 뭔가를 준비해오라고 했었지만, 가지고 온 사람보다 빈손을 온 사람이 더 많은 우리 반!

 

 

 

 

음식을 챙겨온 사람들이 나머지 정리하지 하는걸 보던 슈테피(는 빵을 사왔습니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 해 오지 않는 사람들은 나머지 정리하는데라도 힘을 보태지?”

 

그 말 한마디에 마지못해 사람들이 일어서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20유로어치 햄을 사오고 거기에 발라먹는 스프레드까지 만들어온 사람이 너무 과한 정성(돈이 아니고?)을 들인지라 제가 아무것도 사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조금씩 돈을 거둬서 햄 값 정도는 우리가 내야하지 않을까?”

 

돈 내라는 소리는 잘 안 들리는 모양입니다.^^;

 

들어도 안 들리는 척하는 사이에 햄을 사온 사람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얼른 대답을 했습니다.

 

“아니야, 됐어. 내가 사오고 싶어서 사왔는데 뭘!”

 

우리 반 사람들중 소수는 그저 얻어먹거나 남의 것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지라,

크리스마스 파티도 이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저는 나름 먹을 것을 사가지고 간 사람중에 하나이지만, 햄 값으로 거금을 들이고 이런저런 준비까지 해 왔던 사람에게는 조금 미안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 해 오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씩(1~2유로)만 보탰으면 함께한 (돈 내고 동등하게 즐긴?) 파티로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을...

 

준비 해 오지 않고 입만 가지고 온 사람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파티로 기억할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저희에게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게 만드는 메시지에 초콜릿 하나!

 

우리 반 전원을 위해 준비 해 주신 감사한 선물은 남편과 함께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물질적인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값지다는 그런 꽤 감동적인 메시지는 썩 좋은 선물이였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물질보다는 마음을 나누시는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행복하고 기쁜 성탄 보내시길 바랍니다.

Merry Christmas~ (영어로는 메리 크리스마스?)

Frohe Weihnachten! (독일어로는 프로이에 바이낙턴)

 

 

사실 이 글을 크리스마스 새벽에 올릴 글로 준비를 했었는데...

24일 저녁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했는데, 제가 이틀동안 침대에서 살았습니다.

올해는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요즘 여기서 유행하는 "폐렴독감" 옮겨 받았었거든요.^^;

다행이 이틀이 지난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콧물은 시시때때로 나고 있습니다.  저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