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요양“실습을 하고 있는 저는
요즘 실습이 있는 날에는 고객들을 찾아가는
서비스(몸을 씻겨드리는?)를 실습중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직업교육이 ”요양보호사“이여서
대부분의 고객이 어르신이기는 하지만,
고객 중에는 ”어르신“ 연세에 해당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고객”이라 표현하고 “서비스”라 표현하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거시기 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찾아뵙는 어르신들은
저희의 도움(=서비스)를 받으시고,
거기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니
고객이 맞는 표현이고,
서비스라는 표현도 그분들이 원하시는 것
(몸 씻기, 청소, 설거지, 상처부분 치료 등등)을
해 드리니 맞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쓰이는 단어도
“고객”과 “서비스”입니다.
같은 실습생이라고 해도
다른 실습생들은 4~5명의 요양보호사들을 따라 다니면서
매일 다른 고객들을 실습 다니는 반면에
저는 거의 한 달 동안 줄 곳 한 명의 직원하고만
항상 같은 고객들을 방문했습니다.
저와 함께 다니는 직원은 30대 남자 직원입니다.
보통 요양보호사들이 중년 아주머니여서
그분들이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들고, 옮기고 등을 해야 하니..) 경우는
몇 안 되는 남자직원들이 맡아야 하는데,
제가 따라다니는 파트너가 그런 일을 하는 거죠.
덕분에 저는 보통 여자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만한
덩치의 고객들도 자주 접합니다.
파트너의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의 일이지만 말이죠.
하루 찾아가는 고객 7~8명.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신 8~90대의 어르신이지만,
고객 중에는 젊은 나이의 장애우들도 있습니다.
제가 찾아가는 고객 중에는 2명의 장애우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는 고객은 제 고객 중에
가장 젊은 25살의 청년 M 입니다.
처음 M을 찾던 날,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제 파트너는 저에게 약간의 정보를 줬습니다.
“20살 때 수영장에서 다이빙 하다가 경추(목뼈)를 다친 청년이야.
수영장에 물이 너무 낮았는데그걸 못 봤었나봐.
그래서 목 아래는 전혀 움직이지 못해!
목 위로만 신경이 살아있지!”
“참 안타깝다.
그놈의 수영장의 물이 한사람의 인생을 잡았구먼.^^;”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집에 들어서서
M의 방문을 노크하고 그를 처음 봤습니다.
침대위에 누워있는 M을 보고 인사를 하고
이불을 걷어보니 20대 청년의 알몸이 나와서 놀랐지만,
마리오의 똘똘하게 생긴 얼굴을 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어쩌다...쯧쯧..”
M은 엄마랑 독일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해서 물어보니,
그의 부모는 유고슬라비아
(지금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등으로 나뉘어 있죠.)에서
오스트리아로 온 사람들이고,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M도
엄마와는 유고슬라비아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M을 처음 만나고, 반복해서 찾아갔지만,
개인적인, 특히 사고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하면 더 가슴 아픈 이야기일 테니 말이죠.
다만 이상했던 것은 목뼈를 다쳐서 목 아래로는
신경이 죽어있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M은 손가락을 쓰지는 못했지만 손목으로 수건을 잡고
내가 씻겨준 얼굴을 닦는 것은 직접 했습니다.
그와 조금 친해진 다음에 살짝 물어봤었습니다.
어디를 다쳐서 어디까지는 쓰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목뼈 4,5번에 손상이 생겨서 목 아래로는 신경이 죽었어.”
“그런데 손은 움직이잖아. 손은 쓸 수 있는 거야?”
“팔은 움직이기는 하는데, 손가락은 못쓰고, 팔에 감각은 없어.
신경이 죽었거든.”
“그래도 다행이다. 팔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서,
나는 니가 목을 다쳤다고 해서 목 아래로는
전혀 쓸 수 없는 줄 알았었어.”
“그치, 그래도 팔이라도 자유롭게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
최근에 오스트리아의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21살의 아가씨가 연습중 목뼈를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보통 목뼈를 다치면 목 아래로는 쓰지 못할꺼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 아가씨도 M처럼 팔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M처럼 손가락은 쓰지 못하지만 말이죠.
지금 재활훈련중인 그녀의 사진에서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알았습니다.
(M도 손가락을 펴지는 못하고 사진 속의 아가씨처럼
저렇게 주먹 쥔 상태로 있거든요.)
그녀도 나중에 팔은 사용 할 수 있겠다는 것을..
하지만 팔의 감각은 없어서 아프거나
뜨겁거나 하는건 전혀 못 느낍니다.
목 아래로는 신경이 죽어서
어디에 욕창이 나도 통증이 없는지라,
그의 몸을 씻길 때는 더 조심스럽게
여기저기를 살피고,
피부 어디에 새로 생긴 이상한 상처들은 없는지
더 조심스럽게 관찰을 합니다.
M은 얼마 전 TV토크쇼 촬영에 갔다 왔습니다.
인터넷 DJ로도 활동하는 그를 방송국 쪽에서
섭외를 해 왔던 모양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마리오와 인사를 하고
씻길 준비를 하는데, M이 한마디 했습니다.
“‘바바라 쇼’라고 알아?”
“응. 오후에 하는 토크쇼지?”
“나 내일 거기 촬영가!”
“왜? 무슨 일 있어?”
“내가 DJ 일도 하고 있으니, 거기서 섭외를 해 왔더라구.”
“너 DJ 였어? 저녁에 클럽에 가서 음악 트는?”
“응, 섭외가 들어오면 해!”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도 혼자는 불가능하고,
팔도 손목 인대까지만 나름 쓸 수 있지
손가락은 쓰지 못하는 그가 DJ를 하고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는 이동이 안 되니 엄마, 누나와 더불어
비엔나 방송국까지 갔다 왔다는 M은
11월 방송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TV 화면으로 보는 M은 실물보다
얼마나 더 예쁘게 나올지 보고싶습니다.
방송국에 갔다 온 다음에 다시 M을 봤을 때
짧은 시간을 내서 그에게 물었었습니다.
“너 사고 났을 때 20 살이였잖아.
그때 직업교육 같은 거 받고 있지 않았었어?”
“응, 타일을 바닥에 까는 직업교육중이였어.”
“그럼, DJ 일은 언제 배운 거야?
사고 난후에 배운 거야?”
“아니, 그때 이미 DJ는 부업처럼 배우고 있었어.”
“그럼 그때는 부업이던 DJ가 이제는 본업이 된 거네.”
“그치. 그렇기는 한데 일이 들어올 때만 하니 약간의 부업정도야.
그리고 난 지금 본업이 있거든.”
“뭔데?”
“난 지금 은퇴자잖아.^^”
우스개 소리로 그는 지금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는
“연금생활자”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그는 최저 연금액인 760유로를
매달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사진입니다.
M도 그녀처럼 휠체어에 앉을 때는
가슴에 벨트를 하나 합니다.
갑자기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니,
휠체어에 몸을 묶어서 안전을 기하는 거죠.
손에 손바닥 부분에 딱딱한 받침이 있는 장갑을 끼면
혼자서 휠체어 운전도 가능합니다.
아주 많이 더디고, 불완전한 운전이지만
그래도 원하는 곳으로 이동은 가능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의 여기저기에서 경련이 일어나고,
특히 샤워를 할 때는 잦은 경련 때문에
그의 배를 자주 눌러서 경련을 자제해야 하지만,
M은 자신의 사고 때문에 생긴 장애를 안고도
앞을 보고 달려가는 젊은이의 투지를 불태우니
그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방송국의 흥미를
자극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주 M은 한국음식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전에 중국식당에서 김치를 한번 사 먹어 본 적이 있다면서
저에게 직접 김치를 담는지를 물어왔습니다.
마침 집에 담아놓은 김치가 있어서
갖다 주겠다고 했는데,
담아서 지하실에 나뒀던 거라
조금 많이 시어서 걱정입니다.
김치 초보자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강도가 있는 신맛이여서 말이죠.^^;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돌아온 실습요양원 (12) | 2016.01.18 |
---|---|
내가 만난 오스트리아 유명 DJ, 마리오 (6) | 2016.01.12 |
드디어 끝낸 방문요양실습 (12) | 2016.01.11 |
내가 나에게 주는 점수 (16) | 2016.01.02 |
우리 반 크리스마스 파티 (6) | 2015.12.26 |
오스트리아의 방문요양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지? (6) | 2015.11.01 |
친구가 될 뻔 한 인연, 사라 (2) | 2015.10.31 |
다시 시작되는 학기 (12) | 2015.09.18 |
오스트리아 요양원의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12) | 2015.09.01 |
어르신 하늘나라 가신 날 (10) | 2015.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