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옛 동료이자
(한국식으로 따지면 같은 대학을
나온 후배이지만, 여기서는 후배 개념이 없으니)
친구를 간만에 만나서 같이 산행을 했습니다.
같이 산을 오르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산을 오르는 우리들.
겨울 눈산을 우리부부는 눈신발을 신고,
A는 스키를 신고 오르죠.
A를 만나서 산을 올라도
나는 항상 두 남자의 뒤를 따르거나,
앞에서 걷습니다.
산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가는 건 가능하지만,
세 사람이 나란히 걷기는
무리가 있기도 하고!
엔지니어인 두 남자의 대화는
중년 아낙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이 아니라
나는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죠.
두 남자가 수다를 떨면서 산을 오를 때
나는 액션캠을 들고 주변을 봐가면서
올라가니 앞서가는 두 남자와는
다른 눈으로 풍경을 보죠.
두 남자는 앞서서 가다가도
뒤따라 오는 아낙이 조금 쳐지면
잠깐 서서 아낙을 기다려주기는 하지만,
이때도 그들의 수다는 계속 이어집니다.
같이 산을 오르지만 그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방식이 있죠.
남편과 A는 쉬지않고 꾸준하게
산을 오르는 타입이지만,
나는 부지런히 오른 다음에 잠깐 쉬면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한 후에
또 다시 부지런히 걷죠.
조금 다른 스타일도 등산을 하지만,
등산을 하는 중간에 셋이 잠시 서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차를 마실 때는
나도 두 남자의 대화에 동참을 합니다.
A는 한국인 회사에 다니는 오스트리아 사람입니다.
남편 회사에서 개발하던 부서를
몽땅 한국에 팔아버려서
그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얼떨결에
다 한국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됐죠.
남편의 부서가 몽땅 팔리면서
남편의 전 상사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던 남편.
그때는 한국인인 마눌에게도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었죠.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위에서 언급한 한국인 회사는 한국의 대기업입니다.
“서울의 일류대+ 대단한 스펙”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입사가 가능한 곳이죠.
나를 스카우트 하려는 이유가
단지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했었고,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사람도
남편의 전 상사가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일 인줄 알았었는데..
나중에 들었습니다.
남편 회사의 인사부에서
진행 했었던 일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내가 직업 교육 중이라
갈 생각도 없었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죠.
“나는 생활 독일어 수준에,
이곳에서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어 레벨이 높지도 않아서
독일어 서류같은 것을
감당하기에는 안되는 실력인디..”
사실은 내 실력보다 이 회사의 이름이
날 주눅들게 했었죠.
한국에서는 이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등 신랑감이 되거든요.
이 한국의 대기업으로 얼떨결에
(회사와 함께) 넘어가 버린 우리의 친구, A
그에게 간단하게나마 조언이라고
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2016.02.20 - [내생각들] - 외국인 친구의 한국인 상사에 대한 나의 조언
산행 중 잠시 쉬는 중에
A의 회사생활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 투성이라고 했습니다.
직장상사라고 해도 이름을 부르고,
친구같이 편한 서양의 회사지만,
한국의 회사에서는 상사는 상사이지
친구가 될 수는 없죠.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상사가 되면 존댓말을 써야하고,
말끝마다 "부장/과장님”이라는
직책을 붙이는 건 기본이죠.
한국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나라이고,
관심밖에 있던 나라였는데..
살다 보니 한국인 회사에 다니게 되었고,
한국인 동료에 한국이 상사까지 갖게 된
오스트리아 사람, A.
얼떨결에 한국인 회사의 직원이 되고 보니
오스트리아와는 너무도 다른
한국의 직장내 인간 관계도
이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고!
더 중요한 것은..
한국사람들은 하나, 둘을 설명하면
이미 열을 이해하는데!
외국인은 하나, 둘 설명하면
딱 거기까지만 이해를 하죠.
한국인에게 하나, 둘부터 시작해서
열까지 설명을 해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 인간이 지금 내가 바본줄 하나?
하나, 둘 할 때 이미 다 이해했는데
왜 굳이 열까지 길게 설명하냐고?”
하지만 서양인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하나, 둘부터 시작해서
열까지 설명을 해줘야 이해를 하죠.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이해하는
서양인들을 한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너 바보구나? 석사/박사 학위라며?
지금 이것도 하나하나
다 설명 해 줘야 하는 거야?”
하나, 둘 해 놓고는
왜 열을 이해하지 못하냐고 묻는
한국인 상사에게 외국인 직원들도
할말이 많을 겁니다.
“열까지 설명 해 주고 아냐고 물어봐야지.
둘 까지만 설명 해 주고
열을 물어보면 내가 어찌 아냐고?”
상황이 이러니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일을 하게 되면
누구(한국인?)는 답답해서 죽고,
누구는 한국인 눈에는 “배째라 정신”으로
사는 사람으로 보이겠죠.
한국인 직원들의 행동이 시시때때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A에게
나는 한국 드라마를 권했습니다.
넥플릭스는 정말 전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곳에 없는 것이 없으니 말이죠.
A에게 내가 권한 드라마는 “미생”
저도 얼마전에 넥플릭스에서
독일어 자막이 나오는 미생을 봤었죠.
A가 한국인들의 직장생활을
그린 이 드라마를 보면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한국인 동료/상사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미생에서 나왔던 대목 중에
기억나는 것이있어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한국회사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의 얼굴에
서류를 던지기는 일도 있고,
실수를 했다고 정강이를
가볍게 찰 수도 있고, 욕을 하기도 해!”
“여기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장에 담당 부서(인사과?)로 갈 걸?”
서양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한국 회사 직장 상사의 행동들이죠.
물론 A의 회사에는
외국인 부하 직원이 일을 못했다고 때리거나
서류를 눈 앞에 뿌려 버리는 일들은 없겠지만,
(혹시나) 한국인 상사가 한국인 부하 직원에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걸 보게 될 수도 있겠죠.
서로 너무나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인데,
그 차이를 설명 해 주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면
A를 포함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한국인 동료들을 이상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결론 내어 버릴 수도 있을 거 같고!
대충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한국내 직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약간 이해가 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한국사람들은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단어를 쓰고,
우리 회사를 위해서 직원들은 충성을 한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한국과 오스트리아 직장의 넓고 넓은 차이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더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생을 꼭 보라고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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