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마지막 날을 저는 집 나와서 거리를 헤매면서 보냈습니다.^^;

어떤 사연 때문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417

아내를 뿔나게 하는 남편의 행동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다는 걸 알아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눌이 화를 내니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던 거죠.^^;

 

남편이 잠든 다음에 침대로 들어가서는 아침 늦게까지 그냥 푹 퍼지게 잤습니다.

11시가 넘어 일어나서는 그냥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한해의 마지막 날을 삐딱선을 타고 출발해서 새해에도 계속해서 삐딱하게 갈 생각이었습니다.

마눌 과의 약속을 너무 만만히 보는 남편의 버릇을 고쳐야 하니 말이죠.

 

갈 데도 없는 일요일 오전에 며느리가 외출을 하니 마당에 계시던 부모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시기는 한데, 어딜 가느냐고 묻지는 않으셨습니다.

 

어젯밤 우리 건물에서 났던 소란스러운 소리 때문에..

우리부부가 한바탕 했다는 걸 모르시지 않으시니 눈치만 보시는 듯 했습니다.

 

제가 조금 그렇습니다.

화가 나면 그걸 풀어야 하는지라 “소리 버럭” “문도 쾅쾅”

 

시부모님은 옆 건물에 계시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지라,

우리 건물에서 나는 소리를 놓치실 리 없고!

 

시누이는 나간 줄 알았는데, 자기 방에 앉아서 제가 한국어, 독일어 섞어가면서..

소리 버럭+ 궁시렁 하는 것을 다 들었지 싶습니다.

 

집을 나와도 갈 데도 없지만, 집에 있으면 남편은 계속 화가 나있는 마눌을 달랠 목적으로 자꾸 치근덕대는지라 혼자 있을 시간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뻥입니다.

사실은 성질난 김에 혼자 밥도 사먹고 하려고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가 새해맞이 불꽃놀이도 혼자 볼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하루 종일 밖을 떠도는 것은 버거우니 일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까지 보내보려고 나왔죠.^^

 

 


 

 


 

 

집 나와서는 슬슬 걸어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아침(11시?)에 일어나서 물만 한잔 먹고 나온지라, 아침겸 점심을 먹으려고 말이죠.

 

식당에 가서는 과일을 아침대용으로 먹고!

본격적으로 열심히 먹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중국(음식) 뷔페식당.

저는 이곳에 중국음식을 먹으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연어초밥을 먹으러 가는 거죠.

 

연어초밥에 해물 볶음과 샐러드가 내가 이곳에서 먹는 메뉴입니다.

다른 메뉴들은 아무리 많아도 안 쳐다보게 되고 안 먹게되더라구요.

 

 

 

중국 뷔페에서 먹는 초밥은 일식집에서 먹는 초밥과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일단 밥에 양념이 기본적으로 안 되어 있고, 밥알을 뭉쳐놓은 것도 지멋대로입니다.^^;

 

자! 이제 먹기 전에 미리 공사(?)를 시작합니다.

 

연어를 다 뒤로 뒤집어주시고..

연어 아래 뭉쳐진 밥은 조금씩 떼어내야 합니다.

 

그리고는 밥 위에 와사비를 살짝 발라주셔야죠.

중국 뷔페에서 먹는 와사비는 매운맛이 별로 없습니다.

 

코가 찡한 이런 반응을 원하신다면..

젓가락이 아닌 수저로 퍼서 발라야 하지 싶습니다.^^;

 

와사비 바른 다음에 연어를 다시 덮어주면 공사는 끝.

간장에도 와사비를 듬뿍 풀어서 찍어 드시면 됩니다.

 

초밥서 떼어낸 밥알들은 휴지에 싸서 몰래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해물과 야채들을 먹다보면 짭니다.

이럴 때 틈틈이 먹어주시면 다 드실 수 있습니다.^^

 

 

집 나와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식당에 걸어가서 밥을 천천히 먹고, 다시 시내로 가는 전차를 타기위해 슬슬 걸어서 집 쪽으로 걸어오니 또 30분, 총 2시간 소요했습니다.^^ (오후 2시쯤이죠.)

 

이제는 전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린츠 시내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동네 한 바퀴 마라톤 행사”가 있었네요.

중앙광장에 내려서는 한동안 구경을 했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한해의 마지막 날을 조용히 앉아서 마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요란스럽게 뛰면서 보내는 모양입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동물모양의 옷을 입은 사람들. 코스튬을 입고하는 마라톤도 아닌데, 이상한 옷을 입고 등장한 사람들이 많은지라,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는 했습니다.

 

시내를 마냥 걷다보니 다리도 아픈지라 전차를 탔습니다.

전차에 앉아서 다리도 쉬어주면서 이쪽 방향으로 한 번, 저 쪽 방향으로 한 번.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집니다.

갈 데도 없으니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죠.

 

갈 맘은 없지만 발길은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후 5시. 해는 지고 날씨는 어둑어둑.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마눌의 외출을 막는 남편에게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했었지만,

하루 종일 오락가락 하다 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머리를 비우고, 밥도 먹고, 걷고 했던 거죠.

해가 지고 있는데도 마눌이 안 들어오니 걱정하던 남편.

 

마눌이 집에 입장을 하니 마구 달려와서 마눌 품에 안깁니다.

남편을 밀어내고는 내 아지트인 주방으로 입장을 하니 따라오는 남편!

 

어제 남편 때문에 보고 싶었던 요양원 앞 불꽃놀이를 못 봤었는데..

이번에 이런 식으로 슬쩍 넘어가면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질 테니..

 

옆에서 마눌의 화를 풀어주려고 애교를 떠는 남편에게 무심한 듯이 한마디 했습니다.

 

“어제 당신 때문에 요양원 앞 불꽃놀이를 못 봤으니 오늘 린츠 시내에 새해맞이 불꽃놀이 보러가게.”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마눌이 말을 했습니다.

그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죠.^^

 

“알았어, 린츠시내에 불꽃놀이 보러 가자! 몇 시에 갈까?”

“저녁 10시 30분쯤에 가던가..”

“그럼 엄마네 고모 내외분이랑 삼촌 내외분이 오셨으니 가서 인사하고 가자.”

“싫어.”

“왜?”

“당신이 미운데 당신 식구들이 보고 싶겠냐?”

“그래도 엄마는 봐야지.”

“싫어, 오늘은 다 보기 싫어.”

“출발 하기 전에 가서 인사하고 시내에 나가서 뭐 먹자. 내가 쏠께!”

“....”

 

 

 

남편과 저녁에 시내를 나왔습니다.

남편이 약속한대로 간단한 간식도 얻어먹었습니다.

 

어제 못 본 불꽃놀이를 오늘 봐야 마눌의 화가 조금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한 남편인지라,

마눌이 하자는 대로 하고, 가자는 대로 갑니다.^^

 

 

 

내 요양원 동료가 주관한다는 린츠 새해맞이 불꽃놀이.

 

린츠 시내의 한 보험회사 건물의 옥상에서 폭죽을 쏜다고 하니 바로 그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불꽃놀이를 기다리면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새해 희망이나 계획은 뭐야?”

“(내가)당신 말 잘 듣는 거!”

“그거 말고, 우리가족 건강하고, 우리부부도 금실 좋고.. 이런 거!”

“당신이 말한 거 전부 다.”

“앞으로 당신 입으로 뱉은 말은 책임을 져. 마눌이 제일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고!”

“알았어. 앞으로는 당신말도 잘 들을께!”

 

 

 

시간은 흘러서 새해가 됐습니다.

 

저 멀리 보험회사의 옥상에서 불꽃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남편과는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한동안 삐딱하게 남편을 대하려고 했던 나의 새해 계획은..

마눌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여우같은 남편의 노력으로 무료화가 됐습니다.

 

불꽃놀이를 다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정이 넘으면 30분마다 전차가 오는데,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전차는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부부의 의견은 항상 엇갈립니다.

 

“남편, 일단 린츠 중앙역까지 타고 가서 거기서 기다려야 할 거 같아.”

“여기서 그냥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우리 집 가는 전차는 여기가 아니라 중앙역에서 출발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여기서 백날 기다려도 우리 집 가는 기차는 안 온다는 이야기지.”

“내 생각에는 아닌 거 같지만, 당신이 원하면 그렇게 해!”

(오늘은 마눌 비위를 충분히 맞추는 것이 중요한 남편이 양보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차를 타고 중앙역에서 내리니 중양 역에서 출발하는 우리집행 전차가 있습니다. 마눌이 말한 것이 맞은 거죠.

 

부부가 나란히 전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다시 한 번 남편에게 다짐을 받았습니다.

 

“마눌과 한 약속은 꼭 지켜고, 마눌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냥 믿으시라~”

이번에 알았습니다.

평소에는 양같이 온순한 마눌이 화를 내면 남편이 무서워 떤다는 사실을!(정말?)

(이제야 마눌이 호랑이로 보이는 걸까요?)

 

새해에는 남편에게 (호랑이)발톱을 조금 덜 드러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온순한 양으로 살고 싶지만 남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저만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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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1.03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