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남편은 집에서는 말이 없습니다.

 

남편이 말이 많아진다?

마눌에게 잔소리 할 때만 급 수다스러워지는 남편입니다.^^;

 

남편이 자동으로 말을 많이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친구들을 만나서는 수다스러워지는지라 평소에 남편에게 궁금했던,

이런저런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회사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남편은 작년 11월에 러시아 출장 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발목에 금이 가는 바람에 깁스까지 하고 두어 달 고생을 했었고,

올 여름에는 출장 하루 전에 짐을 싸면서 마눌에게 “러시아 출장”을 알리기도 했었습니다.

 

출장을 갔다 온 지가 꽤 된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 러시아에 출장 안 가?”

“가.”

“언제 가?”

“1월 15일 경에.”

“근데 왜 나한테 이야기 안했어?”

“안 물어 봤잖아.”

“얼마나 있다가 와?”

“한 4주 정도.”

“그렇게 길게 가?”

“겨울 주행 테스트라서 길어.”

“혼자 가 아님 동료들이랑 같이 가?”

“같이 가.”

“몇 명이 가?”

“한 4명?”

“다 4주 있다가 와?”

“아니, 며칠 있다가 오는 사람도 있어.”

“그럼 당신만 4주 있어?”

“아니, 한 명 더.”

“내가 안 물어봤음 언제쯤 이야기 하려고 했어?”

“...”

 

매번 이런 식입니다.

4주씩이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언제쯤 마눌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지..

 

그리고 이 대화를 한 며칠 후에 갔었던 그라츠 친구네.

친구와 맥주를 한잔 하면서 남편이 러시아 출장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합니다.

 

“나 작년에 러시아 출장 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발목에 금가서 두 달 동 꼼짝 마라로 있었잖아. 이번에도 또 겨울 주행 테스트 하러 4주 동안 간다. 거기 가면 매일 점심을 사준다.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 측 엔지니어들이 다 어려서 내가 말 한마디 하면 다 수긍하는 눈치야. ㅋㅋ “

 

남편이 실제 나이보다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기는 하죠.

 

거기에 앞뒤 재가면서 따지고 서론, 본론, 결론 따져가면서 이야기 하니 젊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경력이 풍부한 엔지니어”로 비쳐진 모양입니다.^^

 

마눌은 물어야 대답을 해주면서 친구 앞에선 주절주절 이야기 하는 남편.

가만히 듣고 있던 마눌이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마눌은 물어야 대답해주면서 왜 여기서는 왜 이야기를 하남?”

“러시아 출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그럼 친구한테는 확정되지 않은 출장 이야기는 하고 마눌에게는 안한 이유가 뭔데?”

“확정이 된 다음에 이야기 해 주려고 했지.”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야? 마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여도 해줘야 하고, 친구에게는 확정된 이야기만 해줘야 하는 거?”

“...”

 

물어서 알았건, 먼저 이야기 했건 간에 남편은 출장을 갑니다.

 

 

구글에서 캡처

 

출장 가는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아마존에 “론리플래닛 러시아편“도 주문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100km떨어진 곳으로 출장을 간다며 웬 론리플래닛?”

“거기서는 2주 만 있고 모스크바 근처에서 2주 머물러.”

“모스크바 근처에 가면 모스크바 구경 가 게? 그럴 시간이 있겠어?”

“....”

 

사실 퇴근 후에야 시간이 많이 있겠죠. 머무는 곳이 변두리면 볼 것이 없겠지만,

도시 근처라면 관광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4주 출장이라면 조금 길기도 해서 따라갔으면 좋겠지만,

나또한 일을 하는 처지라 따라나서지는 못하고..

 

러시아라면 한국 오갈 때 공항에서 몇 번 머문 것이 전부여서 공항 밖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휴가를 내서 따라간다고 해도 남편이 머물게 된다는 곳은 촌구석인지라 볼 것은 없을 거 같고!

 

이번에는 4주간의 출장을 두 다리 멀쩡하게 다녀오기를 바래봅니다.

 

지난번 골절이 되고난 후에 밑창이 튼튼한 등산화도 거금을 주고 장만했고,

신발에 장착이 가능한 스파이크도 사놨으니 러시아 출장 때 잘 넣어줘야 할 거 같습니다.

 

남편이 없는 동안 저만의 시간을 보내볼까 살짝 스케줄을 보니..

 

1월에도 근무 날은 잡혀있고, 1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독일어 학원 접수를 해놓은지라,

남편 없는 자유를 제대로 느끼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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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1.0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