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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872 -프랑스 커플과 함께한 1박 2일

by 프라우지니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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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길 위에 산 시간이 꽤 되지만, 우리는 항상 둘뿐 이였습니다.

 

늘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정보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거기까지만 이였죠.

 

누군가에게 “같이 갈래?” 했던 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 젊은 프랑스 커플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었나 봅니다. “같이 갈래?” 한 것도 처음이었는데,

우리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커플 덕에 1박2일 동안 함께 했으니 말이죠.

 

사실 길 위의 생활에서 누군가를 믿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고 해도 서로를 100% 믿지는 않습니다.

여행자들은 서로를 경계하죠.

 

 

 

친절한 (무료) 가이드가 되어서 낚시를 갈 때마다 모건&클레어를 챙기는 남편.

 

제물낚시는 남편도 조금 어렵게 생각하는 거라 신경이 날카로울 텐데..

마눌이 벌여놓은 일(같이 가자고 했으니..^^;)을 잘 수습 해 주는 남편입니다.

 

남편이 그들에게 넘 친절한지라 의심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저 인간이 그냥 인사치레로 저렇게 친절한 척 하는 것이 아닌지..”

 

아시죠? 오스트리아 사람도 일본인 같은 성격인지라..

속내를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별일이 없는 한 항상 친절한(척) 합니다.

 

 

 

남편은 얼떨결에 떠맡은 프랑스커플을 낚시 접대(?)하느라 바쁜 시간에..

마눌은 “차를 지킨다”면서 그냥 차에 앉아서 놀았습니다.

 

낚시를 다니는 남편이나 따라다니는 모건&클레어는 점심도 건너뛰고 다니고 있는데,

차를 지킨다며 차안에서 놀고 있는 마눌을 끼니때가 되니 혼자서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어제 먹고 남은 음식인 송어구이& 감자샐러드+치즈를 넣은 빵.

 

다들 차를 버리고 갔지만, 비싼 차를 2대씩이나 지키고 있으니 충분히 먹을 자격은 있는 거죠.^^

 

 

 

변두리인 Ruakituri River 루아키투리 강에서의 숙박은 당근 노숙입니다.

 

오가는 차들도 없고, 이 주변에서 보이는 건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뿐입니다.

 

여러 개의 낚시 포인트 중에 한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앞에는 강이 보이니 나름 만족스러운 잠자리입니다.

 

우리를 따라다니는 프랑스에서 온 모건&클레어.

우리나라로 치면 살림 5년차 (주부인) 23살 아가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8살짜리 고딩들이 만나서 “살림을 차렸다”???

이건 부모님한테 다리몽둥이 부러지고, 머리 깎인 후에 방에 갇힐 일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교육시스템인지라, 보통 20살 전후에는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하고, 18살이면 스스로 돈을 버는지라, 충분히 누군가를 만나서 “동거”할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강가라고 해도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노숙을 하는 건 곤란합니다.

더욱이 대부분 사유지인 경우는 말이죠.

 

남편이 챙겨왔던 “Ruakituri River 루아키투리 강 낚시 안내책자”에서 노숙할 장소를 찾을 수 있었죠. 이 강에서 노숙이 가능한 곳은 딱 한 곳 “Willow Flat 윌로우 플랫”

 

이 땅의 소유지인 “Puhorou Station 푸호로우 농장”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나온지라..

오는 길에 허가를 받으려고 들렸었는데, 아무도 없었던지라 쪽지 하나를 남기고 왔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여행온 커플입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러 왔는데, 당신이 소유한 윌로우 플랫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캠핑을 할까합니다.

 

혹시 캠핑이 불가능하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윌로우 플랫에 있을 예정입니다.

 

저희가 타고온 차 번호는 XXXX와 XXXX입니다.“

 

감사합니다. 테오&진, 모건&클레어

 

뭐 대충 이렇게 쪽지를 써서 농장의 우편함에 넣고 왔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Angler Access 낚시꾼 출입구“입니다.

 

캠핑이 가능한 윌로우 플랫에 캠핑에 관한 안내가 있습니다.

 

-이곳에 개는 데리고 올수 없습니다.

-허가한 캠핑만 가능합니다.

-쓰레기는 꼭 챙겨가시오.

-가능하다면 화학적인 화장실을 이용하시오.

 

 

 

여기서 말하는 화학적인 화장실이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동용 좌변기 입니다.

 

우리 같은 작은 캠퍼밴에 이런 이동용 좌변기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죠.^^;

그리고 이곳에 “가능하다면..”이라고 했으니 “필수품”은 아닙니다.^^

 


 


 

오후 내내 남편이 제물낚시를 했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따라다니는 사람이 둘이나 되니 송어 한 마리쯤은 폼 나게 잡았으면 좋았겠구먼..^^;

어쨌거나 저녁은 먹어야할 시간입니다.

 

남편이 송어를 잡았으면 송어구이를 해서 먹었겠지만..

잡은 것이 없으니 각자 해 먹어야 하나? 했었습니다.

 

오전에 시내에서 장 볼 때 7불짜리 소고기 간 것을 사왔었는데..

웬일로 남편이 그걸로 “햄버거”를 해 먹자고 합니다.

 

물론 모건&클레어을 저녁에 초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소고기는 햄버거 패티로 10개 만들어져서 4개는 바게트에 끼워서 햄버거로!

다시 4개는 그냥 함박스테이크로, 저녁 먹고 남았던 2개는 먹어도 배고픈 모건이 해치웠습니다.

 

우리는 소고기를 낸 저녁식사에 모건&클레어는 옥수수 2개를 가져온지라,

삶아서 각자 반쪽씩 사이드로 해치웠습니다.^^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차를 마시면서 한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모건&클레어에게는 꽤 괜찮은 날이었지 싶습니다.

 

평소 궁금하고 배우고 싶었던 제물낚시를 옆에서 볼 수 있었고, 저녁도 근사하게 해결한데다가 무료로 숙박까지 해결했으니 정말 돈 하나도 안 들이고 보낸 멋진 하루였을 테니 말이죠.

 

마눌은 많이 쫄았었습니다.

마눌의 “같이 갈래?” 말 한마디 때문에 낚시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커플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설명 해 줘야 했고, 부부의 2끼 식량인 고기를 한 끼로 해치워버렸으니..

아무래도 남편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 이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끝까지 그들과 즐겁게 대화를 했고,

그들과 헤어진 다음에도 마눌에게 “너 왜 그랬어?”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눌과는 하루 종일 있어도 입을 다물고 사는 남편인데,

남들과 있어서 남편도 즐거운 시간 이였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건&클레어의 순수한 마음이 감사합니다.

생전 처음 본 우리커플을 믿고 따라와 준 것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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