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인 남편이 낚시를 하러 가면 별일이 없는 한 마눌은 차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끔 따라다닐 때도 있지만, 치안이 약간 불안한 곳은 차를 지키는 것이 안전하죠.
둘이서 나란히 낚시 갔다가 돌아왔는데 차가 없다???
이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죠.
우리는 그날로 짐을 싸서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우리 집을 분실한 꼴이니 쌀 짐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모하카 강의 강어귀를 봤으니 이제 강의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남편이 낚시를 시작합니다.
낚시 포인트에 지정된 곳으로 찾아간 뒤에 저렇게 주차를 하고는 남편은 낚싯대를 들고 사라집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운이 좋습니다.
나무 아래라 약간의 그들도 있으니 말이죠.^^
남편이 우리차를 세운 나무가 호두나무였습니다.
아직 여름인줄 알았는데 가을인건가요?
주인 있을 호두나무지만, 주차한 우리 차 주변에 떨어진 건 얼른 챙겼습니다.
이것도 사먹으려면 비싼 호두이니 눈에 보일 때 얼른 챙겨야 하는 거죠.^^
언제 올지 모를 낚시 간 남편을 기다리면 마눌은 나무아래 그들에 의자를 꺼냈습니다.
적당히 그들도 있으니 차안에 있는 것 보다는 차밖이 훨씬 좋죠.
이런 날은 책 읽기 좋은지라 책 하나를 뽑아들었습니다.
이때쯤 제가 읽는 책은 두어 종류가 있었습니다.
성경책과 독일어 문법책.
이 날은 성경책을 읽었다고 일기장에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예레미아 끝부분과 예레미아 애가“
그리고 달려 도착한 또 다른 낚시 포인트.
오가는 차들도 얼마 없는 다리 옆에 주차할 공간도 협소한 공터 아래로 보이는 복숭아나무.
이곳에 있는 복숭아나무는 다리 아래 자리를 하고 있는지라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안 보입니다.
주변에서 먹을 거 찾는 거 좋아하는 마눌의 눈에는 안 보였으니 말이죠.
낚시를 끝내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하면서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저기 봐!”
보라는데 보니 볼 것도 없는데 뭘 보라는 말인지..
“뭘봐? 저기에 뭐가 있다고?”
“저기 안 보여?”
“뭐가?”
“저기 나무에 뭐가 달렸잖아.”
“응? 어디? 뭐?”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복숭아!
남편이 낚시를 가기 전에 발견했음 저거 따면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제 남편이 떠날 준비를 하니 시간이 촉박합니다.^^;
혼자서 쉽게 내려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닌지라,
남편이 손을 잡아줘서 겨우 내려 갈수가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의 물가, 특히나 과일 물가는 살인적으로 비쌉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저렴한 과일이 1kg에 3.99불.
사과가 나는 계절에는 가끔 운 좋게 kg에 99센트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과일은 kg에 3.99유로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과일을 살 때마다 살이 떨렸습니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특히나 복숭아는 3.99유로에 살 수 있는 종류의 과일이 아닌디..
그걸 여기서 만난 거죠.
그것도 오가는 사람도 없는 외진 곳에!
그래서 따 모았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닌지라 아래로 내려가면서 얼른 주머니에 챙겨 넣은 서너 개의 비닐봉투에 열심히 복숭아를 따서 담았습니다.
부부가 함께 내려왔음 후딱 딸 수 있지만,
남편은 마눌을 아래로 내려올 수 있게 손만 잡아줘놓고는 빨리 가야한다고 재촉을 합니다.
일단 비닐봉투에 하나를 채운 후에 얼른 남편에게 올려줬습니다.
“남편, 이거 받아, 복숭아 겉면에 솜털이 있으니 만지지 마고 얼른 차에 넣어.”
“알았어, 이제 빨리 와!”
“무슨 소리야! 여기에 있는 거 더 많이 따가야지. 이건 비싸서 우리가 사먹지도 못하는 종류잖아.”
“됐어, 이정도면 됐어. 가자!”
마눌이 야생에서 따 모은 과일은 마눌보다 자기가 더 많이 먹음시롱.
항상 많이 따 모은다고 구박을 합니다.^^;
남편의 궁시렁과는 상관없이 마눌은 아래서 복숭아를 열심히 땄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를 만났지만 복숭아나무는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의 복숭아는 품질이 으뜸입니다.
마눌이 계속해서 복숭아를 따 모으니 남편이 이제는 짜증을 냅니다.
“다른 사람들도 따 먹을 수 있게 그만 따라구!”
“여기는 사람들이 올수 있는 곳이 아니야. 누가 여길 오냐고? 주차할 곳도 협소하고, 당신은 낚시하느라 이곳에 차를 세운거지 다른 차들은 그냥 씽~하니 달린다구!”
“사람이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지...”
남편이 또 마눌을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만듭니다.
마눌이 따 모은 과일을 설탕에 졸여서 푸딩에도 넣어먹고 케이크도 굽은 인간은 남편인건만..
왜 시시때때로 마눌의 “탐욕”을 탓하는 것인지..^^;
시간이 촉박해서 마눌의 손이 닿는 부분까지에서 복숭아 털이는 멈춰야 했습니다.
그렇게 따 모은 복숭아 비닐봉투를 남편이 있는 위로 올리느라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도와주면서도 궁시렁 궁시렁~
그날 부부는 다음 낚시 포인트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대판 싸웠습니다.
아끼느라 노력하는 마눌의 궁디를 톡톡 두드리며 “잘했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구먼.
마눌이 탐욕스럽게 따 모은 복숭아는 잘 씻어서 말린 후에, 남편 눈에 안 띄는 마눌의 옷장으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부부의 아침식사에 등장하고, 입이 심심하거나 출출할 때 모습을 들어내곤 했습니다.
“봤지? 그때 당신 마눌이 당신한테 잔소리를 한바가지나 들으면서 따놓으니 우리가 이렇게 시시때때로 럭셔리하게 식생활을 즐길 수 있잖아. 그래 안 그래?”
“...”
무언으로 마눌의 질문에 긍정으로 답하는 남편.
언제나 그렇듯이 부부싸움의 결말은 마눌의 승리입니다.
그 결말이 꽤 오랜 시간 지난 후에 나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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