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따먹은 과일은 아마도 복분자이지 싶습니다.
도로옆, 특히나 강변으로 지천인지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죠.^^
루아키투리 강에서의 2박 3일을 보내고, 다시 와이로아로 돌아오는 중입니다.
노숙을 2박이나 했으니 홀리데이 파크에 들어가서 노트북, 핸드폰 충전도 해야 하고,
뜨거운 물에 샤워도 하고, 또 노숙할 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요리를 해서 냉동도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가 지나치지 못하는 것들을 만나면 “잠시 정지”를 해야 합니다.
길가의 복분자는 사철 내내 있는 것이 아니니 보일 때 따 놔야 하는 거죠.
산딸기에 비해서 안에 들어있는 씨가 큰지라 먹기에 그리 편안한 과일은 아니지만..
아껴야하는 여행자들에게 “공짜”라면 무조건 “땡큐”죠.^^
길가에서 다른 과일(사과, 복숭아, 배등) 나무를 만나면 안 보이는 척 행동하는 남편인지라,
이런 나무들을 만나면 마눌 혼자서 따 모아야 하는데 반해, 복분자는 남편도 열심히 땁니다.
아침 뮤슬리 먹을 때 같이 먹기도 하지만, 많이 딴 날은 설탕에 조려서 소스로 만든 다음에,
바닐라 푸딩과 같이 디저트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인지라, 기회가 되면 남편이 먼저 땁니다.
복분자를 슈퍼에서 만났다면 (가격 때문에) 절대 사지 못할 과일인지라,
만났을 때 많이 따 모으는 것이 남편이 생각입니다.
그래서 마눌이 가자고 하는데도 가능하면 더 많은 곳을 보려고 합니다.
지금 남편은 저기서 잘 익어서 딸 때가 된 녀석들이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한번 차를 세웠을 때 가능하면 많이 따려고 말이죠.
이때는 뉴질랜드만 이렇게 거리에 복분자 천국인줄 알았는데, 유럽에도 꽤 많은 야생 복분자가 있더라구요. 지금은 우리 집 마당에도 복분자가 널널한지라 일부러 밖에서 자란 복분자를 따지는 않습니다.
다시 돌아온 와이로아 홀리데이파크에서 호주에서 온 낚시꾼을 만났습니다.
호주에서 왔다는 낚시꾼은 강 한 군데서 1주일동안 낚시를 하고 있고,
오늘은 오전에만 6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두 낚시꾼이 만나면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거 같지만..
낚시꾼들은 서로를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 남편의 말입니다.
남편도 강에서 만났던 낚시꾼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마눌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 남편.
원래 남편이 “뻥”치는 스타일은 아닌데..
나중에 우리 둘만 남아 있을 때 물었죠.
“남편, 두 마리 잡았는데 왜 한 마리라고 했어? 그거 거짓말이잖아.”
“원래 낚시꾼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해!”
“어떻게 하는데?”
“잡은 고기의 수를 속이거나, 그 강에서 잘 먹히는 미끼를 제대로 안 가르쳐 주거나..”
“왜 그러는데?”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거든.”
잡은 고기보다 더 작게 잡았다고 할 때도 있지만,
더 많이 잡았다고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종합 해 보니..
낚시꾼들은 한마디로 “뻥”이 있다는 거 같습니다.
하긴 남편도 뻥을 치기는 하네요.
“한 시간만 하고 올게“ 하고 아침 먹고 사라진 인간이..
한 번도 한 시간 후에 돌아온 적은 없었으니 말이죠.^^;
남편이 잡았던 2마리의 송어 중에 한 마리는 강가에서 구워먹고,
나머지 한 마리는 이곳에 가지고 와서 감자 넣고 송어 매운 조림을 했습니다.
엄청나게 매운 고추를 넣었던지라, 보기에는 별로 안 매워 보이는데, 심하게 매웠습니다.
한국인인 마눌이 먹어도 매운 송어조림인데, 남편은 그 매운 걸 국물까지 싹 비웠습니다.
남편은 서양인이면서도 국물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소금, 후추만 쳐서 구워만 먹던 송어를 조림으로 해놓으니 색다른 맛이었나 봅니다.^^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 나왔습니다. 마눌 혼자 나왔습니다.
둘이 한바탕 해대고 마눌이 열을 식히러 강가에 나온 거죠^^;
둘이 24시간 붙어있는 이때는 부부사이가 심상치 않게 파도를 탔습니다.
하루에 한번정도는 “그만 헤어질까?”를 곰곰이 생각했었으니 말이죠.^^;
그때는 남편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 정말 간절하게 그리웠는데..
일상을 다시 살게 되니 부부관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남자와 여자가 24시간을 붙어서 보내는 건 상당이 위험한 일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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