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무거운 짐은 못 들고 다니는 형편이라 무거운 것은 남편과 장보러 가야합니다.
수박은 세일할 때 사는 것이 제일 좋은디..
세일할 때 남편이 옆에 있으라는 보장은 없으니 남편이 있을 때 사야 하는 거죠.
남편과 장을 보러가서 통 크게 수박 2통을 담았습니다.
평소의 남편 같으면 난리부르스를 추실 수량인데, 웬일로 조용한 남편.
한 통에 3~4kg하는 수박을 마눌이 혼자 장보러 가서는 사기 힘들다는 걸 아니 잔소리하고 싶은 입을 꾹 다무신 모양이었습니다.^^
수박이 세일할 때는 한통에 4kg이라고 해도 2유로 남짓인디..
정상가로 사려니 한통에 3유로가 훌러덩 넘어가는 가격.
장보고 집에 와서 영수증을 확인하던 남편이 참았던 궁시렁 거림을 시작하십니다.
“무슨 수박이 한통에 3유로가 넘는데 왜 이걸 2통이나 산 것인지...”
궁시렁거림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끝내는 마눌을 보고 한마디 합니다.
“수박이 너무 비싼데 2개를 사서.. 어쩌고저쩌고...”
사실 수박을 사면 남편의 간식으로도 싸 가는지라 마눌 혼자 먹는 것이 아닌디..
자꾸 궁시렁 거리십니다.
이럴 때는 한 번에 질러줄 필요가 있는 거죠.
마눌이 돈을 준다니 궁시렁 뚝! 과 동시에 남편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정말?”
“그래, 내가 3유로 쏜다.”
그렇게 수박 2개중에 하나 값을 남편에게 화끈하게 쏜 후에야 남편은 평화(?)를 찾았습니다.
3유로에 가정의 평화를 찾을 수만 있다면 한번이 아니라 백번도 쏠 수 있는 마눌입니다.^^
시간은 흘러서 저녁.
이번에 남편은 여권갱신을 해야 하고, 마눌은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디..
비자 연장비는 170유로!
내 비자니 내가 돈을 내야 당연한 것이지만..
내 보호자는 남편이고, 물어봐서 손해날 것이 없으니...
“남편, 170유로 있어?”
“왜? 뭐하게?”
“나 이번에 비자연장 들어가잖아. 170유로네?”
“다 나보고 내라고? 당신은 안 내고?”
“알았어. 내가 10유로 낼게.”
“10유로는 너무 작은 거 아니야?”
“그럼 얼마나 줄까?”
평소의 남편이라면 나보고 반은 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150유로 내줄게.”
“어? 정말? 그럼 내가 20유로만 내면 되네.”
“그래.”
아까는 3유로에 그리 쫀쫀하게 따지시던 양반이신데..
이번에는 통 크게 마눌의 비자비로 150유로를 쏘셨습니다.
마눌이 산 수박값 3유로는 아까운데, 마눌의 비자비 150유로는 안 아까운 것인지..
남편에게 있어 “알뜰함”의 기준은 어디쯤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끔 생각 없이 물어본 것을 흔쾌히 들어주는 남편인지라 마눌은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묻습니다.
“남편, 내 약국 값 17유로 나왔는데, 이거 당신이 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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