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남편이 보여준 6일간의 사랑 혹은 정성

by 프라우지니 2017. 8. 26.
반응형

 

남편의 외모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성격은 경상도 남자입니다.

웬만해서는 다정한 법도 없고, 말 한마디를 해도 듣는 사람 욕 나오게 합니다.^^;

 

마눌이 뭘 물어봐도 다정하게 대답하는 대신에..

이것도 몰라?하면서 윽박부터 지르고 시작합니다.

 

맞는 거 하나 우리 부부인데, 연애시절에 왜 남편은 우리가 너무 닮았다고 그랬던 것인지..

아직도 그것이 궁금합니다. (꼬실려고 그랬나?)

 

쌀쌀맞게 말하면서도 마눌의 어려움은 뒤에서 다 해결해주는 남편이지만,

앞에서는 절대 티를 잘 안내는데..

 

마눌이 병원에 입원한 6일 동안 친절모드로 지냈습니다.

앞으로 절대 있을 거 같지 않을 6일이였습니다.^^

 

 

병원내 환자는 손목에 이런 바코드를 달고 다닙니다.

 

마눌이 입원하는 날!

그냥 전차타고 가도 된다는 마눌을 출근 하는 길에 병원에 데려다주고 갔습니다.

 

입원하는 날에는 없어도 된다고 했는데도..

 

오전에 잠시 출근해야 한다며 마눌을 병원에 내려주고는 출근했었는데..

오후가 되니 가만히 병실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옵니다.

 

쭈삣거리고 들어와서는 같은 병실(2인실)을 쓰는 할매께 일단 인사를 드리고서야 마눌 옆에 앉습니다.

 

평소에는 다정하지 않은 남편인데, 웬일로 오늘은 극친절 모드입니다.

평소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와서는 마눌이랑 병실밖에 산책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간 남편.

집에 도착해서도 전화를 해왔습니다.

 

평소에는 하루에 한 번도 전화를 안 하시는 남편님이시거늘..

마눌이 아프니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아님 사랑이 샘솟는 것인지..^^

 

 

수술날 간호사가 챙겨온 수술 준비물.

 

(대소변 잘 못가리시는 환자용) 파란매트를보고 순간적으로 간호사에게 한 질문.

 

"저 소변줄(Katheter 카테터) 꼽아요?"
"네."

 

몰랐습니다.

탈장수술 1시간 하는데 소변줄까지 꼽는줄은...^^;

 

수술하는 날은 아침 일찍 와서 하루 종일 병원에 있겠다고 남편에게 간호사가 조언을 했습니다.

 

수술은 1015분이지만 수술준비도 해야 하니 조금 더 일찍 들어 갈 테고 ..

수술하고 마취가 깰 때까지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오니 오후쯤에 오셔도 될 거예요.

 

하지만 이 날은 휴가를 냈다는 남편이 대답을 합니다.

 

괜찮아요. 일찍 와서 수술 들어가기 전에 봐야죠.

 

수술 하는 날은 아침 9시에 남편이 병실에 들어섰습니다.

타국에 살면서 몸이 아파 수술까지 해야 하는 마눌한테 힘이 되주고 싶었나봅니다.

 

수술이 들어가는 10시까지 마눌 옆에 앉아서 마눌이 수술 들어가기 전에 갈아입는 환자복도 봐주고, 손도 잡아주고, 수술 들어가는 마눌한테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수술은 1시간이라고 하더니만 생각보다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오전 10시경에 수술 들어가면서 준 알약을 하나 삼키고 잠든 내가 깨어난 곳은 회복실.

 

잠결에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소리를 들었고,

오가면서 나의 상태를 물어오는 의사들도 있었죠.

 

얼마나 잠을 잤다가 깼는지를 반복하고 내가 다시 병실에 온 시간은 오후130.

수술은 1시간이라고 했었는데, 병실을 비운시간은 3시간30분이나 됩니다.

 

마눌이 수술 받으러 가서 다시 올 때까지 남편은 병실을 들락거리면서 마눌을 확인했었나봅니다. 제가 돌아오니 그제야 간호사들이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야 당신 부인이 돌아오네요.

 

철없는 마눌은 남편에게 당당하게 수술 부위를 보여줍니다.

 

봤지? 내 배에 구멍이 3개나 났어. 근디.. 아파!

 

 

 

항상 건강했던 마눌이 배에 구멍은 3개나 나있고, 소변줄까지 꼽은 중환자로 나타난지라,

남편은 온 얼굴에 걱정을 담아서 주사바늘이 꼽힌 마눌 손을 잡아줍니다.

 

평소에는 마눌이 손 잡자고 내밀어서 매몰차게 뿌리치는 남편인데, 수술 받는 마눌의 응원하는 차원인지 웬일로 마눌이 잡자고 내밀기 전에 마눌 손을 잡아줍니다.

 

 

 

마눌이 병원에 있는 6일 동안 남편은 시시때때로 전화를 해서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뭘 갖다줘야 하는지 물어왔습니다.

 

마당에 방울토마토 따와. 내가 노란 거 좋아하는 거 알지? 그거 왕창 따와.

토마토는 어제도 따다줬잖아. ?

어제 따온 건 오늘 다 먹어 치울 예정이니 꼭 가지고 와.

 

마눌이 따오라는 방울토마토는 따서 씻은 후에 봉지에 담아왔습니다.

마눌이 먹고 싶다는 견과류와 프리미엄 오렌지주스까지 사가지고 오는 정성도 보였습니다.

 

매일 병원에 와서는 환자인 마눌이 산책해야 한다고 마눌 손을 잡고 병원에 딸려있는 작은 마당도 걷고, 병원 내부도 걸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마눌 손을 잡고 걷다가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살며시 손을 놓는 남편인데..

병원에 있는 동안은 어디를 가도 항상 마눌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제가 병원에 있는 6일 동안 저는 남편에게 VIP대접을 받는 마눌이었습니다.

그리고 퇴원해서 집에서 놀고 있는 지금은 남편에게 대접 못 받는 마눌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