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는 보통 산에 가면 마실 수 있는 자연수입니다.
한국에서야 어느 산이던 그 밑에 가면 마실 수 있는 물이지만, 성분 따지고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하는 외국에서는 약수가 있다고 해도 맘 놓고 마실 수는 사실 없죠.
약수 옆에 “이 약수는 검사에 합격한 물이니 마셔도 좋습니다.”
이런 안내 이정표가 없는 한은 말이죠.
뉴질랜드의 길 위에서 이 약수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뉴질랜드 전국을 다니면서 길 위에서 약수를 만난 것은 정말 처음입니다.
우리는 Matamata 마타마타에서 카우랑가 쪽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관광객들은 Matamata 마타마타에서 아래로 달려 로토루아에 빠지겠지만, 우리는 관광객도 아니고, 남편은 낚시꾼인지라, 낚시를 할 요량인지라, 남들이 안가는 길로 많이 빠집니다.
남편이 낚시하겠다고 강 하나를 염두에 두면 남편은 강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쭉 훑습니다.
그래서 관광객들, 심지어는 낚시꾼들도 잘 모르는 곳을 자주 찾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곳을 가기위해 달리다가 발견한 뜻밖의 선물입니다.
마타마타에서 타우랑가 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산길이 있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오니 정상으로 생각되는 곳에 차들이 몇 대 서있습니다.
차들이 서 있다는 건 볼거리가 있다는 말인거죠.
그래서 저희도 차를 세우고 이곳을 구경했습니다.
항상 보는 뉴질랜드의 풍경이지만, 매번 이렇게 높게 올라오는 것이 아닌지라,
간만에 마음이 시원합니다.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심호흡도 하고, 바람도 쐬고...
특별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굽이굽이 올라오는 길도 보이고,
이 근처에 작은 마을, 농가, 들판들은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산꼭대기 정상인 이곳에서 출발하는 트랙이 몇 개 있습니다.
길게는 82km, 7일이 걸리는 것부터, 몇 시간 짜리까지.
여기서 2시간 30분 걸리는 헛(산장)은 숙박인원이 달랑 3명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제일 짧은 20분짜리로 선택했습니다.
한 바퀴 가볍게 돌고는 다시 또 달려야지요.
산의 정상에 해당하는 곳인지라, 20분짜리 트랙킹이지만 높낮이는 조금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고사리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벼운 트랙을 하기위해 이곳을 달리는 차들이 다 섰다가나 했었는데..
차들이 섰다가 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약수가 있었습니다.
차들이 이곳에 섰다가 가는 이유는 바로 약수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남들이 다 받아가는 약수이니 우리도 받아서, 마셔야 하는 거죠.
뉴질랜드 길 위에 살면서 여러 종류의 물을 다 마셔본지라 당연히 우리도 마셨습니다.
유럽에서는 마당에 가꾸는 야채들 물주기 위해서 받는 빗물을 뉴질랜드 사람들은 받아서 마십니다. 저희도 시시때때로 빗물을 받아놓은 통에서 물을 받아 마셨던지라 이제는 빗물도 낯설지 않으니 약수는 당근 럭셔리한 물 인거죠.
이곳에 주차되어있는 차들이 없었다면 우리도 그냥 지나쳤을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물맛이 아주 근사한 약수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빈병을 다 찾아서 약수를 가득 채운 후에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약수를, 그것도 찾아가는 약수가 아닌,
길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약수는 처음이라 신선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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