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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96-간만에 하는 한국요리들

by 프라우지니 2017.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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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간만에 한국음식을 했습니다.

 

어제 장을 보러 갔을 때 한식을 하려고 평소에 안 사던 것을 샀었습니다.

 

시금치 같은 경우는 이곳에서 고가인데..

부득이 비싼 시금치를 사는 저에게 남편이 한마디 했었습니다.

 

“꼭 그걸 넣어야 하남? 다른 색깔 같은 야채를 넣으면 안 되남?”

“안 돼, 시금치가 빠지면 절대 안 돼!”

 

하긴 가난한 여행자에게 4불이나 하는 시금치 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에 홀리데이파크를 떠나는 사람들이 놓고 가는 걸 열심히 챙겨서 알뜰하게 살고 있는 아낙이니 간만에 조금 부담스러운 것 사는 것은 용서가 됩니다. 물론 계산은 남편이 하지만 말이죠.^^

 

 

 

 

사실은 잡채가 아주 많이 먹고 싶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이 바로 잡채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음식이 한순간 미친 듯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였죠.

 

평소 같으면 비싸서 손도 안 댔을 시금치를 집어든 이유는 지금은 “잡채”를 먹을 때라는 걸 내 온몸이 말하고 있었습니다.(몸도 말하남?)

 

쇼핑할 때 남편은 아내의 행동을 보고 파악을 합니다.

꼭 사야하는 물건인지, 아니면 안사도 되는 물건인지!

 

안사도 되는 물건 같은 경우, 아내는 물건을 들고와서 묻습니다.

 

“나 이거 먹고 싶은데 사도되남?”

 

물론 남편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왕소금이거든요.

 

“안 돼!”

“그래도 먹고 싶은데..”

“다음에 사자!”

 

보통 이정도하면 아내는 입을 대빨 내밀고는 그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꼭 쇼핑 따라 나온 딸내미 같은 행동을 하죠.^^;

 

하지만 아내가 꼭 사고 싶거나 사야할 물건은 남편에게 묻지 않고 그냥 쇼핑카트에 담습니다.

자기가 고르지 않는 물건이 눈에 띄면 남편이 한마디 하죠.

 

“이거 뭐야? 이거 꼭 사야하남?”

“응, 이것이 있어야 XXX를 할 수 있어.”

“그래도 가격이 센데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다음에 사면 안 될까?”

“안 돼”

 

이래도 가격이 조금 세다 싶으면 남편은 그 물건을 살짝 제자리에 갖다놓으려 시도를 합니다.

 

이때쯤이면 아내의 눈꼬리가 올라갑니다.

 

“하지마라, 내가 필요하다 그랬다. 그렇게 아까우면 내가 돈 낼께!”

(이래놓고 돈 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여행 중 외식비를 제외한 경비는 다 남편이 냈거든요.)

 

아내의 태도가 강경하면 남편도 꼬리를 내립니다.

그동안 겪어왔던 아내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죠.

 

제가 시금치를 산 이유는 꼭 잡채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네 한식이 기본재료만 준비되면 여러 종류의 음식이 가능하죠.

 

잡채재료이지만 김밥을 만들 수도 있고, 비빔밥을 만들 수도 있고 말이죠.^^

 

 

점심때 한 잡채를 남편은 한 번 더 갖다 먹는 것으로 한 끼 식사로 만족했지만,

저는 점심도 먹고, 저녁도 잡채로 먹었습니다.

간만에 한 음식이니 열심히 먹어야 하는 거죠.

 

 

이날 남편의 저녁을 뭘 챙겨줬는지 기록이 없는데,

저녁 먹기 전에 생강, 대추야차를 각각 넣어 스콘을  구웠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남편은 금방구운 스콘 두 가지 맛에 차를 저녁으로 먹었지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점심때 먹고 남았던 잡채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간만에 한 한식이고, 나는 한국 사람이니 주변에 알리는 차원에서 홀리데이 파크 안내데스트를 지키시는 주인장 샌디의 어머니께도 작은 접시에 덜어드리고, 요새 우리와 자주 마주치는 프랑스 우프커플인 아델에게도 그녀의 동거남인 칼과 함께 먹으라고 넉넉히 덜어줬습니다.

 

이렇게 자꾸 오가는 사람도 퍼주고, 붙박이장처럼 이곳에 붙어있는 사람들도 퍼주다 보니..

어느 샌가 내가 뭘 하면 사람들이 자꾸 관심을 갖는 부작용이 생기기는 했습니다.

 

저 또한 매번 할 때마다 나눠줘야 할 거 같은 부담감도 생기기 시작했구요.^^;

 

 

 

 

그리고 그 다음날 전 잡채 기본재료로 준비한 것으로 김밥을 말았습니다.

 

밥을 하고 누군가 놓고 간 양배추를 식초에 절여서 오이피클이랑 단무지대용으로 넣으니..

나름 훌륭!

 

김밥에 들어간 재료는 완전 기본재료입니다.

시금치, 당근, 달걀, 고기에 오이피클과 양배추 피클.

 

 

 

김밥에 함께 먹을 국물로 쌈장을 넣고 국을 끓이니 나름 훌륭한 한 끼입니다.

 

물론 김밥도 넉넉히 말아서 주변사람들한테 돌리는걸 잊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은근히 자랑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누가 우리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 먹어보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괜히 어깨도 으슥하면서 “건강에도 좋다”고 뭘 아는 것처럼 말을 합니다.^^;

 

 

 

 

같은 재료를 준비해서 첫째 날은 잡채, 둘째 날은 김밥을 해 먹었습니다.

그리고도 남아있던 기본 재료들!

 

 

 

셋째 날에는 나머지 재료를 몽땅 넣고 비빔밥을 해먹었습니다.^^

 

한식조리가 각각의 재료를 따로 조리하는 것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기본재료만 준비해놓으면 같은 재료를 넣고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많으니..

어떻게 보면 시간적으로 경제적인 거 같기도 합니다.^^

 

우리 한식이 여행 중에는 재료 준비 한 번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제가 직접 해먹으면서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한동안 한식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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